![]() 『미러볼 아래서』, 강진아 keyword : 관계, 오해와 이해, 고양이 『미러볼 아래서』는 『오늘의 엄마』를 썼던 강진아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입니다. 함께 살던 고양이 치니가 사라지고, 아엽은 치니의 빈자리를 의식하며 그간 자신을 떠나갔던 인연들에 대해 떠올리게 됩니다. 영영 텅 비어있을 줄만 알았던 마음 한 구석에 새로운 인연이 비집고 들어오면서, 아엽은 자신이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식과 그것이 또 다른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 방식에 대해 성찰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엄마와의 기억이 왜곡되었음을 알게 되고, 한결 후련해진 마음으로 새롭게 관계들을 직면하게 됩니다. 제목 '미러볼 아래서'에서 '미러볼'은 아엽이 오랫동안 고민해온 관계들을 겹쳐 보여주며 아엽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아엽의 아픔을 더 넓은 화각으로 비추며 아엽의 기억을 새롭게 환기하는 기억의 거울 역할을 하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들불레터가 여러분의 미러볼 역할을 자처해보고자 합니다. 아엽이 맺은 관계들을 하나하나 따라가면서 오해만 쌓인채 끝나버린 관계나 새롭게 만났지만 내 맘대로 잘 되지 않는 인연들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함께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 "노랑 고양이를 알아보고, 노랑 고양이를 생각하고, 노랑 고양이를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 노랑 고양이는 이제 없고 두 마리의 고양이가 있습니다. (...) 하지만 노랑 고양이에게 너무 커다란 마음을 주어 버려서 다른 존재로는 채울 수 없는 구멍이 생겼습니다. 지금의 고양이들과 보내는 일상은, 그 구멍을 바라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저를 스쳐 간 수많은 이별과 만남에 대해 아주 약간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렇게 살아가기도 한다는 것을, 저는 고양이를 통해 배웠습니다." - 작가의 말 중 관계 1. 치니 치니는 아엽이 편의점에서 처음 만난 고양이입니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그저 상황에 떠밀려 데려온 고양이에게 아엽은 '친친'이라는 중국집 상호명에서 따온 이름을 붙여줍니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거의 없는 아엽은 자신의 마음을 줄곧 치니에게 털어놓곤 합니다. 엄마가 자신을 혐오하고 있으리라는 생각과 자신이 판단하는 잘못과 억울한 것들에 대해 차곡차곡 말이죠. 그 모든 것을 듣고도 치니는 실망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옆에 있어 줍니다(p.109). 그랬던 치니가 사라집니다. 도둑이 든 집에서 치니는 흔적도 보이지 않습니다. 사라진 치니를 찾기 위해 짧게는 30분, 길게는 2시간 정도의 코스를 매일 돌게 된 아엽은, 치니를 찾아다니던 중 마주친 캣맘과의 대화에서 치니가 자신을 버렸을 수도 있을거란 생각을 하게 되며 몹시 괴로워합니다. 자신을 버린 치니에게 단단히 화가 난 아엽은 치니를 찾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지만, 고양이 탐정이 했던 말,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은걸 하시면 돼요.'(p.83)를 떠올리며 치니를 찾은 다음 정말 내가 싫어서 떠난 것인지 우발적으로 도망친 것인지 물어보겠다고 결심합니다. 상대를 미리 판단하고 결론을 내리는 일에 익숙했던 아엽에게 나타난 작은 변화입니다. 💬 그 모든 것을 듣고도 치니는 실망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옆에 있어 주었다. 위로하듯 그릉그릉 진동을 만들거나, 우엥 소리 내어 답해 주었다. 그런 시간을 보낸 후에 아엽은 자신의 인생을 걸고 두 가지를 결심했다. '더 이상은 거짓말을 하지 말자.'와 '치니를 평생 지키자.'가 그것이었다. - p.109 관계 2. 미옥 미옥은 아엽에게 먼저 다가와준 아엽의 대학 동기입니다. 미옥의 제안으로 아엽은 미옥의 고등학교 친구인 세정과 함께 자취를 시작하게 되는데요. 처음 몇 달 간은 장점 투성이었던 합숙 생활이 다음 학기까지 이어지면서 서서히 불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싸움의 시작은 세정과 미옥이 작업을 하는 데 사용하는 재료 냄새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싸움의 주제는 다른 일들로 바뀌어가죠. 싸움이 잦아지면서 세정은 짐을 싸게 되고, 2년 후 미옥과도 멀어져 따로 살게 됩니다. 미옥은 아엽의 유일한 친구지만, 아엽의 상황이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자신의 일에만 몰두한 것처럼 보입니다. 아엽은 그런 미옥을 자신이 늘 배려해왔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미옥은 그것이 배려가 아니라 무시처럼 느껴졌다고 말하는데요. 아엽은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바를 미옥에게 말한 적 없으므로, 갈등 상황에서도 그저 회피하고 침묵할 뿐입니다. 관계 3. 아빠 아엽의 눈에 아빠는 근심, 걱정, 고뇌 같은 것이 없는 사람처럼 보입니다.(p.41) 아빠는 화가 나도 싱글벌글, 슬플 때도 싱글벙글 그저 웃기만 할 뿐이죠. 본가에 내려갔던 어느 날, 아엽은 거실에 달린 미러볼을 보고 기함합니다. 놀란 아엽에게 아빠는 춤이 좋다고, 춤을 추다 보면 모든 걸 잊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아빠는 무엇을 잊고 싶었던 걸까요. 아엽의 판단대로 아빠는 근심이나 걱정 같은 것이 없는 사람인 걸까요? 관계 4. 엄마 아엽은 학교에서 새로운 내가 되는 일에 빠져 지냅니다. 새로운 배역을 맡기 위해선 작은 거짓말들을 보태는 일도 서슴지 않았죠. 그렇게 매번 다른 나를 연기해오던 어느 날, 선생님에게 거짓말이 들통나고 맙니다. 선생님은 엄마에게 그 사실을 전하고, 엄마는 선생님과 면담하게 되는데요. 면담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제멋대로 판단하는 일에 익숙한 아엽은 그 침묵이 실망과 혐오를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엄마는 아엽의 해석대로 그 때 정말 아엽에게 실망했던 걸까요? 관계 5. 병선 회사에서 짤린 아엽은 실업 급여를 받기 위해 교육을 듣게 되는데요. 수업을 들으러 간 곳에서 강사인 병선을 만나게 됩니다. 병선이 아엽에게 강의 일을 도와달라고 제안하면서 병선과의 인연이 시작됩니다. 아엽은 병선과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병선에게 자신의 본심을 들키고 마는데요. 그 일은 아엽이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오게 됩니다. 💬 아엽의 눈에서 뭘 읽었는지 병선이 갑자기 표정을 바꾸었다. "그러지 마요." "뭘요?" "속으로 평가했죠? 저 그거 잘 느껴요." 👓 같이 보면 더 좋은 콘텐츠 * 강진아 작가의 전작, 『오늘의 엄마』 💫 팟캐스트 <두둠칫 스테이션> Ep.08 '단명소녀 투쟁기', 디자인에 과몰입 하고 서사에 K.O. 지난 들불레터에선 mixtape 들불을 연재하셨던 ㅎㅇ님께서 팟캐스트 <두둠칫 스테이션>의 <믹스테이프 픽션> 코너를 진행 중이라는 소식을 전해드렸었는데요. 최근 업로드 된 Ep.08에서는 현호정 작가의 책 『단명소녀 투쟁기』를 읽고, 저와 ㅎㅇ님이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각 등장인물의 테마곡과 책의 만듦새에 걸맞는 곡을 각자 선곡해보았는데요. 『단명소녀 투쟁기』를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두둠칫 스테이션>으로 한 번 더 만나보셔도 좋겠습니다! 😉 👓 들불레터 신규 코너 <수집가의 책장> coming soon! 들불을 운영하는 동안 저는 운영을 핑계로 정말 많은 책을 사 모았습니다. 이렇게 책을 구매하다보니, 출판사들이 다양한 테마의 시리즈들을 출간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자연스레 시리즈 수집가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출판사별로 좋은 시리즈가 참 많습니다. 하지만 수집가는 늘 더 많은 것을 갈망하는 법! 더 많은 시리즈의 출간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제가 소장 중인 시리즈들을 소개하는 코너를 만들어보았습니다. 출판사별 시리즈의 특징과 각 시리즈가 담고 있는 문제 의식, 주제 등을 살펴보는 코너, <수집가의 책장> 은 다음 들불레터부터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들불레터, 어떠셨나요? 들불은 여러분의 의견과 이야기가 궁금해요. 아래 버튼을 클릭하시면 익명으로 의견을 남기실 수 있답니다! instagram @fieldfire.kr kakao view @들불 e-mail contact@fieldfire.kr 들불레터 구독 해지 Unsubscrib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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