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의 여정을 당신과 함께합니다 💌 매달 첫 레터에서는 들불이 읽고 싶은 신작을 소개합니다 💌 🙈 8월 20일 ~ 9월 10일 신작 소개 🙉 한강 작가의 신작 『작별하지 않는다』는 계간 문학동네에서 19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작품의 전반부가 연재 되면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장편 소설입니다. 계간지를 즐겨읽는 저는 운이 좋게도 계간 문학동네를 통해 소설의 전반부를 미리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그 당시 제가 느낀 글에 대한 첫 감상은 '어지럽다' 였습니다. 진홍색 꽃송이와 피, 검은 하늘 같은 이미지들이 '눈'과 대조되면서 더욱 날카롭게 느껴지고, 문단 정렬의 방식이 독특해서 시처럼 읽히기도 하고,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간결하고, 기울임 꼴을 써 시제의 구분을 두기도 하는 등 쓰여진 방식이 독특하게 느껴져서 조금 어지러웠던 것 같아요. 이런 경험은 실로 오랜만이라,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어떤 감상이 남을까 무척 궁금해하는 중입니다. 잠깐 사이 내린 눈에도 온 세상이 단숨에 희게 변하는 것처럼, 단 한 권의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 날'의 기억이 독자의 마음에 자리 잡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작가가 불러 일으키는 고요하고도 강력한 소란이 아닐까 싶습니다. 계절의 변화에도 여전히 그 자리에서 누군가의 슬픔과 아픔으로 남아있을 그 기억을, 한강 작가가 일으킨 작은 소란을 통해 모두가 되새길 수 있길 바랍니다. 한국일보에서 <젠더살롱>을 연재하고 있는 하미나 작가의 신작입니다. 여성의 우울증을 둘러싼 사회적·역사적 맥락을 이해하고자 쓰여진 책으로, '제2형 양극성장애'(조울증) 진단을 받은 당사자로서, 여성 운동 단체에서 활동했던 활동가로서, '우울증 측정도구'를 주제로 석사 논문을 썼던 연구자로서의 이야기가 모두 담겨있다고 해요.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우울증이 우리 각자가 가진 고유한 성격/성향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살아 왔습니다. 기세 좋게 살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고 스스로를 탓하면서 말이죠. 여러 변화를 겪어온 우리는 이제 우울증이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아주 희미하게 느끼고 있지만,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나를 둘러싼 여러가지 맥락들을 포착하고 읽어내는 데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구요. 이렇듯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주는 이정표 역할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모쪼록 이 책이 여자들이 자신의 마음을 믿게 되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클럽하우스가 한창 유행하던 때, 독립영화 특유의 특징을 살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을 흉내내는 방에 들어갔던 적이 있습니다. 독립영화에 대해 잘 모르는 저조차도 스피커들이 묘사하는 독립영화 특유의 문법에 공감되어 박장대소했던 기억이 납니다. 갑자기 웬 독립영화 이야기냐면 오늘 소개해드릴 소설집의 표제작, 『0%를 향하여』가 바로 독립영화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숫자 100으로 시작합니다. 흐름상 다음 단락에선 숫자 99나 101이 나와야할 것 같지만 이 이야기는 많은 숫자를 건너뛴 대신 그 자리에 여러 장소들을 배치합니다. 그것도 정말 많이 말이죠(아래 사진 참고). 작가는 실재하는 물리적 공간의 이동을 통해 독립영화가 흘러간 길을 포착하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0에서 마무리 됩니다.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0이라는 숫자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0은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0이 있음을 의미하니까. 그것은 더이상 사라질 수조차 없으니까. 나는 그것이 언어가 작동하는 방식이자 언어의 기능이라고 믿는다. 나는 언어를 통해 소중한 가치를 지킬 수 있다고 믿는다.' 저는 아직도 독립영화가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제게 독립영화는 클럽하우스의 어느 방에서 스피커들이 흉내냈던 것처럼, 시시하고 지루한 이야기를 의미없이 길게 나열하는 난해한 예술의 한 장르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서이제 작가의 작품을 읽고 나면, 독립영화가 '독립'영화로 불리는 한, 그것만으로도 우리가 지키고 싶은 가치들이 수호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떤 수식은 종종 어떤 가치를 지키기 위해 드높이는 붉은 깃발의 역할을 하기도 하는구나 생각하면서요. 사진설명 : 단편 『0%를 향하여』에 등장하는 장소들(왼쪽)과 작품들(오른쪽). 이달의 번역가 : 박현주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작가이자 번역가, 그리고 칼럼니스트. 2018년
『하우스프라우』로 제12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함. 그외 『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을 시작으로 『호수의 여인』, 『호밀빵 햄 샌드위치』, 『조용한 아내』, 『여자는 거기에
있어』 등을 번역함. 9월입니다!
바로 앞에 찍은 느낌표처럼 휴가도 즐겼겠다, 선선한 바람도 불어오겠다, 활기차게 남은 한
해를 잘 보낼 생각을 해야 하는데 어쩐지 몸도 마음도 여유가 없는 건 왜일까요? 이런 사심을 담아 이번 달의 첫 번째 도서로는 길이가
길지 않은 산문집을 골라보았습니다. 두께로 보면 하룻밤 새에도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답니다. 박현주 번역가의
말처럼 세상의 작은 것들에 대해 아주 촘촘하고 세밀한 사유들을 담고 있거든요. 그래서 김소연 시인이 추천사에서 권하는 대로 한 번에
다 읽지 말고 메리 루플의 이야기가 필요한 밤마다 한 장씩 넘기면서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굳이 ‘필요한’ 때라고 말을 한 것은, 저는 정말로 메리 루플의 이야기들이 필요한 때가 앞으로도 종종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서입니다. 요즘 과거의 나 자신에게, 미래의 나 자신에게 한마디씩 하곤 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저보다 앞서 노년기를 향해 걷고 있는 여성이
또 다른 여성인 제게 해주는 말처럼 들려요. 인생의 모든 것이 특별한 한편 아무것도 특별하지 않달까 그런 메시지들로 너무 들뜬 날에는
조금 차분하게, 시무룩한 날에는 스스로 다독이면서 하루를 고이 접어 보낼 수 있도록 도와줄 것만 같은 생각이 듭니다. 구독자 여러분도
뭔가 많이 해야 하는 날, 아니면 뭐가 잘 되지 않는 날, 그것도 아니면 그냥 이유 없이 버거운 날 저처럼 포근한 이불과 메리 루플의 이야기들로
위로의 밤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 함께 보면 더 좋아요 💖
메리 읽고 씀. 🐚 메리 :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번역을 공부하는 대학원생. 한 달에 두 번 번역 덕분에 읽을 수 있는 여성 서사를 소개합니다. 여성 서사가 모두의 것이 되는 날을 바랍니다. 들불레터, 어떠셨나요? 들불은 여러분의 의견과 이야기가 궁금해요. 아래 버튼을 클릭하시면 익명으로 의견을 남기실 수 있답니다! instagram @fieldfire.kr e-mail contact@fieldfire.kr 수신거부 Unsubscrib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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