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의 여정을 당신과 함께합니다 💌 매달 20일, 이달의 키워드를 하나 정하고, 그 키워드에 맞는 콘텐츠를 큐레이션합니다 💌 💥 이달의 키워드 : 분노 💥 '여성과 분노'라는 키워드를 떠올릴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바로 그 책, 「불태워라:성난 여성들, 분노를 쓰다」 는 《캐터펄트》의 객원 편집자이자 칼럼니스트인 릴리 댄시거가 엮은 선집*입니다. 여성 작가 22인의 분노에 관한 에세이가 실린 이 책은 여성의 분노가 세상에서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불태울 수 있도록 돕는 불쏘시개 역할을 자처합니다. 이 책에는 두려움이 분노로 바뀌는 순간부터 분노와 정체성의 교차점에 대한 이야기, 미국에서 무슬림 여성으로 살며 느끼는 복합적인 분노, 그리고 자신의 장애에 대해 느끼는 분노로부터 살아남는 방법까지 다양한 분노가 묘사되는데요. 저는 이 중 에린 카의 <죄책감Guilty> 이라는 글이 가장 좋았어요. '좋았다'고 간단하게 표현했지만 사실 이 글은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글은 아닙니다. 어머니의 심리적 부재로 인한 공허함, 몸에 남은 성폭행의 흔적, 그 후 이어진 공황 발작과 불안, 헤로인 중독과 재활시설 입소까지의 과정이 결코 손쉽게 받아들여질만한 사연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에린 카의 삶과 제 삶의 모양이 조금 다를지언정, 그의 삶 사이사이에 불순물처럼 끼어든 수치심이나 죄책감 같은 감정들과 분노 간의 상호작용을 전부 읽어내고 공감할 수 있었어요. 저도 제가 느끼는 분노가 단순히 '화' 그 자체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K-장녀로서 느끼는 죄책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여성들에 대한 미안함 같은 것들도 자주 분노의 이유가 되기도 하니까요. 여러분의 분노는 어떤 감정들을 담고 있나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억압이 분노와 함께 켜켜이 쌓여 있을테니까요. + 이 책에는 놀랍게도, 제가 독서커뮤니티 이름을 왜 '들불'로 만들었는지, 그 실마리가 되어주는 문장이 있어요. 독서모임 이름이 왜 '들불'인지 궁금하셨던 분들이 계시다면 아래 문장을 한 번 읽어보세요 ☺ "이 선집은 초대장이다. 스물두 명의 작가들이 내가 그들에게 했던 말, "괜찮아요, 분노하세요"라는 말을 당신에게 건네고 있다. 당신도 우리와 함께 분노했으면 한다. 다 함께 침묵을 깨뜨리면 우리는 불처럼 더 크고 넓게 번져 모든 것을 태워 없앨 수 있으리라." 앞서 소개한 책을 통해 분노 도움닫기에 성공한 분들은 그 다음 스텝으로 이 책, 「지지 않기 위해 쓴다」를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지지 않기 위해 쓴다」는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칼럼 모음집이자, '도덕적 분노에 불을 지폈던 글'들을 묶은 책입니다. 이 책의 원제는 'Had I Known' 인데요. 직역하자면 '내가 알았더라면'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여기서 저자가 '알았어야 했던' 일들은 저널리즘 세계의 붕괴가 야기한 저널리스트들의 빈곤, 그리고 이를 통해 시작된 빈곤한 저널리즘에 관한 것입니다. 빈곤한 저널리즘의 문제는 빈곤에 관한 뉴스의 생산을 막는 데에 있습니다. 저널리즘이 오직 언론사를 소유한 억만장자들과 신흥 언론 재벌들의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만 기능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타임》에 칼럼을 기고했던 밥 하버트Bob Herbert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미국 내 빈곤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에 그런 기사가 실릴 때도 있지만 그것은 예외적인 일이다. 우리는 빈곤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우리는 빈곤층을 다루지 않는다."** 저자는 더 이상 빈곤을 다루지 않는 저널리즘에 대한 문제의식과 이에 대한 분노를 글감 삼아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글을 써냅니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의 정치적 역학부터 여성 혐오와 차별에 대한 분노, 몸과 마음의 건강에 침투한 자본주의의 교활함에 대한 견해까지 다양하죠. 방대한 양의 레퍼런스와 이를 분석하는 저자의 신랄한 어투, 분노와 분노 사이에 녹아든 웃기지만 결코 웃을 수 없는 유머까지. 분노 필터를 끼고 사회를 바라본 저자의 시선이 잘 드러나있는 책으로, 집중해서 읽다보면 글에서 느껴지는 에너지 덕에 손에 땀을 쥐게 됩니다. 매일 쏟아지는 뉴스에 화가 나지만, 이걸 어떻게 글로 풀어내야할지 고민인 여러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 함께 보면 좋은 글과 영상 💥 * 선집 :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의 작품 중 몇 가지를 추려 모은 책. 구구 읽고 씀. 이달의 번역가 : 김명남 “과학책을 번역합니다.” 카이스트 화학과를 졸업,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환경 정책을 공부함. 2005년 『마음이 태어나는 곳』을 시작으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틀리지 않는 법』, 『지구의 속삭임』, 『생명에서 생명으로』,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등을 번역함. 『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저, 김명남 옮김)
MBTI
이야기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소위 ‘찐’ I형
인간인데요.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을 보는 순간 제목에 매료되고 말았습니다. ‘“명랑한 은둔자”라니, 나의 꿈과 희망, 내가 될 수 있는
최선의 존재잖아?’라는 생각이 단번에 떠올랐고 당연히 읽을 수밖에 없었어요. 책을 펼치고 페이지를 넘기면서는 ‘그렇지, 그렇지. 명랑한 은둔자가
되어야지!’ 하는 동질감과 함께 캐럴라인에게는 빠르게 친밀감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고독을 즐기는 자신의 성향으로부터 여러가지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해 나가는데요. 사실 대단히 새로운 의견이나 세상의 어떤 진리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번역가 김명남이
옮긴이의 말에서 소개한 것처럼 이 책은 가볍고 유쾌합니다. 다만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와 그로부터 얻은 삶의 요령을 독자에게 기꺼이, 아주 솔직하고 진지한
태도로 이야기해줍니다. 그리고 마침내 “사람은 누구나 언제나 조금은 달라질 수 있고, 달라지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점점 더 편안한 자신이 될 수 있다”고 자신의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스스로의 삶을 좀 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돌볼 수 있도록
안내해줍니다. 사실
위와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개인적으로 제 삶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달라졌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어쩐지 한 꼭지, 한 꼭지 읽을 때마다
제 속이 꿰뚫리는 기분을 느꼈어요. 캐럴라인과 제가 상당히 비슷한 성향을 공유한다고도 느꼈고요. 예컨대 홀로 있는
것이 편한 것,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 어려움과 두려움이 앞선다는 것, 반려동물[비록 저는 캐럴라인과 달리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지만]과 함께하면서부터
새로운 차원의 관계에 눈을 뜨게 된 것 등등. 그러면서 제가 스스로 취약하다고 생각했던 면면이 사실은 그다지 문제될 건 아닌가 보다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 쓰인 글인데 어째서 2021년의 제게도 이토록 공감을 일으키는지는 조금 신기합니다. 김명남 번역가가
말한 것처럼 캐럴라인이 이제는 세상에 없다는 것이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제가 가려는 길을 저보다 앞서 걸어갈 ‘언니’를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기분이에요. 그렇지만 너무 아쉬워만
말고 남기고 간 글들을 소중히 그리고 즐겁게 읽어야겠습니다. 💖 함께 보면 더 좋아요 💖
사회문화 속에서의 여성, 그리고 ‘SELF-LOVE’에 집중하고 싶은 분들은 같은 작가의 『욕구들』도 함께 읽기를 추천합니다. 😊메리 읽고 씀. 🐚 메리 :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번역을 공부하는 대학원생. 한 달에 두 번 번역 덕분에 읽을 수 있는 여성 서사를 소개합니다. 여성 서사가 모두의 것이 되는 날을 바랍니다. 들불레터, 어떠셨나요? 들불은 여러분의 피드백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답니다. 당근과 채찍 모두 환영 환영 대환영! instagram @fieldfire.kr e-mail contact@fieldfire.kr 수신거부 Unsubscrib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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