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의 여정을 당신과 함께합니다 💌 매달 첫 레터에서는 들불이 읽고 싶은 신작을 소개합니다 💌 🙈 7월 20일 ~ 8월 11일 신작 소개 🙉 1. 「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 저한테는 작품 속 지명, 건물명을 찾아보는 취미가 있는데요. 그래서 이번 강화길 작가의 신작 제목을 보자마자 냉큼 '대불호텔'을 검색해보았습니다. 대불호텔은 한국 최초의 서양식 호텔로, 1978년 철거됐다가 2018년 복원하여 현재 전시관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보통 공포영화에서 실존하는 장소를 배경으로 활용하면서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장치로 활용하기도 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대불호텔의 유령'이라는 제목은 '대불호텔'이 실재하는 곳이란 걸 알게 된 이상 우리에게 작품을 펼치기 전부터 공포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킬조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보통 흥을 깨는 사람을 킬조이라고 하는데요.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이 단어는 웃지 않음으로써 웃음에 깃든 폭력성을 멈추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다른 사람을 비하하고 조롱하면서 웃음을 끌어내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이런 사람들에게 웃지 않음으로써 혐오와 비하의 흐름을 차단해버리는 역할을 하는 게 바로 '킬조이'인거죠.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선 '웃기지 않는 일엔 웃지 않고, 동의하지 않는 일엔 끄덕이지 않는다'는 철칙을 세우고 실천하자는 운동도 있었어요. 그만큼 '킬조이'의 역할이 사회에 가져오는 변화는 유의미하다는 뜻인데요. 사실 모두가 웃는 상황에서 웃지 않고 흥을 깨버리기란 쉽지 않습니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없는 곳에서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아직도 여성에게 '미소'가 사회생활의 필수 요소처럼 여겨지는 사회의 풍토도 우리를 억지로 웃게 만드는 데 한 몫 거들죠.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킬조이'를 만난다면, 조금 더 용기를 갖고 '웃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책의 표지에는 '킬조이'가 크게 적혀있어요. 마치 우리에게 '여기에도 킬조이가 있어!'라고 목청껏 알리기라도 하려는 것처럼요. 바다 너머의 킬조이 페미니스트에게서 용기를 얻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 보세요. 3. 「치매니까 잘 부탁합니다」, 노부토모 나오코 누구나 나이가 들면 안 아픈 곳이 없다고 하지만, 저는 누군가 이 뻔한 사실을 일깨워주려고 할 때마다 애써 외면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특히 치매에 대한 두려움은 상상을 초월하는데요. 그래서 어쩌다 드라마 속에 치매 여성이 등장할 때면, 재빨리 다른 채널로 넘겨버리곤 합니다. 그들이 아무 곳에서나 볼 일을 보고, 과거의 못난 기억을 끄집어내어 크게 말하고, 가스불을 틀어놓고 까먹어 집을 홀랑 태워버리는 장면을 볼 때마다 마치 제 일처럼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거든요. 하지만 저도 이제 결코 젊은 몸이 아니므로, 외면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조금씩 용기를 내어 이 책 저 책 들여다보고 있는데요. 그러다 찾은 책이 바로 「치매니까 잘 부탁합니다」입니다. 이 책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노인이 되고 싶었던 저자의 어머니가 치매 진단을 받은 후 남편의 간병을 받으며 일상의 빈틈을 채워나가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요. 미래의 제 곁에는 아마 남편도 자식도 없을 것 같은데요. 이런 제가 남은 생의 빈틈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 이 책을 참고해 조금씩 계획해두려고 합니다. 미래의 저를 도와줄 또는 미래의 제가 돕게 될 누군가를 상상하면서 말이죠. 이달의 번역가 : 이나경 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에서 르네상스 로맨스를 연구함. 2002년 『피델 카스트로』를 시작으로, 『메리, 마리아, 마틸다』, 『어떤
강아지의 시간』, 『샤이닝』, 『피버 피치』, 『애프터 유』, 『XO』, 『뮤즈』, 『프랑켄슈타인: 현대의
프로메테우스』 등을 번역함. 축하합니다! 지난 달 윤고은 작가의 『밤의 여행자들』이
영국 추리문학상 ‘대거상(The CWA Dagger)’을
수상하였습니다. (짝짝짝짝!) 추리문학상이라니…. 해외문학상을 수상한 것도 멋지지만, 이 여름에 잘 어울리는 추리문학
소식을 듣자니 기분이 한결 시원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들불에서도 무더운 날씨에 편안한 집에서 혹은
쾌적한 카페에서 그것도 아니라면 어디든 휴가를 만끽하기 좋은 장소에서 가볍고 시원하게 읽을 수 있는 미스터리 소설 한 권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영국의 작가 겸 배우 제시 버튼이 쓰고 이나경이 번역한 『컨페션』인데요. 우선
구성이 독특합니다.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 서술되고 있어요. 그래서
시간뿐만 아니라 공간 간 이동도 자주 일어납니다. 런던부터 캘리포니아,
브르타뉴, 그리고 뉴욕까지 많은 도시들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어줍니다. 요즘 같이 갈 곳 없는 휴가 기간에 여행하는 기분으로 상상하며 읽으면 팬데믹 시기 집콕 휴가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은 덜어지지 않을까요? 500여쪽에 달하는 긴 작품이긴 하지만 미스터리 소설 답게 술술 읽힌다는 점도 휴가의 즐거움을 더해줄 것 같아요. 스포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내용을 조금만 소개해보자면, 어릴 적
사라진 엄마를 찾는 한 여성, 로즈의 모험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읽으면서 저는 로즈의 이야기, 로즈의 엄마이자 또 한 명의 주인공 앨리스의 이야기, 그리고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소설 《변심》의 이야기가 평행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다만 그 가운데 분명히 존재하는 변주들이 로즈를 로즈로, 앨리스를
앨리스로, 마거릿을 마거릿으로 만들어준다는 생각도 했고요. 이
소설은 어쩌면 얼마전 종영한 드라마 『마인』과 비슷하게, 여성 인물들 개인개인의 이야기를 조명하고 있습니다. 어떤 집단으로서 사회가 그리는 여성의 이미지와 무관하게요. 그래서
이 책은 주인공 로즈의 ‘나를 찾는 여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앨리스, 코니, 켈리, 샤라, 바버라, 도로시 등 모든 여성 등장인물들이 스스로 자신이 존재하는(“present”) 감각을 찾는 과정으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이 인물들이 던지는 질문을 통해 책을 읽고 있는 현실의 ‘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고요. 마치 로즈의 입을 빌려 작가가 우리에게 전하는 아래의 메시지처럼요. “하지만 내가 할 일은 나 자신에게 좀 더 관심을 갖는 것이다. 코니가 아니다. 심지어 보이지 않는 어머니도 아니다. 마거릿 길레스피나 그녀의 딸
크리스티나도 아니다. 바로 내게, 말이다.” 끝으로 자신에게 온 관심을 쏟는 즐거운 휴가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 💖 함께 보면 더 좋아요 💖
메리 읽고 씀. 🐚 메리 :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번역을 공부하는 대학원생. 한 달에 두 번 번역 덕분에 읽을 수 있는 여성 서사를 소개합니다. 여성 서사가 모두의 것이 되는 날을 바랍니다. ![]() 💛 온탕 서포터즈 적립액 229,000원 달성! 만 24세 이하 여성 청소년들을 위한 도서 지원금을 목적으로 설립된 들불 내 자그마한 펀드 '온탕 서포터즈'의 적립액이 229,000원을 달성했다는 소식입니다!(짝짝짝) 👏👏👏 들불은 현재 한 청소년 단체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적립액을 어떻게 사용할지 논의 중에 있어요! 새로운 소식은 들불레터와 들불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계속해서 업데이트하도록 하겠습니다 😊 들불레터, 어떠셨나요? 들불은 여러분의 응원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 instagram @fieldfire.kr e-mail contact@fieldfire.kr 수신거부 Unsubscrib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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