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의 여정을 당신과 함께합니다 💬 사람이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가능한가. 사람들 각각은 언어도, 문화도, 법률도 모두 다른 독립된 세계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사람들이 서로를 완전하게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 않나. 그런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다. 그 세계들이 맞닿아 부딪치는 순간을 말하고 싶었다. - 작가의 말 중 💭 단편소설집을 읽을 때, 순서대로 읽기보다 궁금한 작품부터 읽는 습관이 있습니다. 어쩌면 편집자나 작가가 신중하게 배치해놓았을 작품들을 이리저리 점핑하는 심술궂은 독자지요. 이번 소설집도 당연히 냇가의 돌다리를 어지럽게 뛰어다니듯 내 맘대로 읽기로 맘을 먹었고, 그렇게 이나리 작가의 작품인 <오른쪽>을 처음 만났습니다. 이 단편은 이나리 작가의 등단작인데요, 아직도 글의 헐떡이는 호흡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처음 이 작품을 읽었을 때, 황급히 책장을 덮었어요. 화자의 끔찍스러운 상황 판단과 피해자에 대한 묘사에 그악한 데가 있어서요. 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작품집을 다시 펼쳐들었습니다. 크게 심호흡을 한 뒤, 몇 개의 작품들을 더 읽었습니다. 어떤 작품에서는 입을 크게 벌리고 '악' 소리를 내기도, 또 어떤 작품을 읽으면서는 눈을 질끈 감기도 하면서요. 그리고 여러 작품을 섭렵한 끝에, 비로소 저는 저만의 작은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아 이나리 작가는 '이런 글'을 쓰는데 독자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구나' 이나리 작가의 '이런 글'이란 소설의 구성 단계에서 '위기'와 '결말'만 남은 글을 말합니다. 발단부터 시작해 차곡차곡 쌓아가는 글이 아니라, 대뜸 위기를 던져주어 독자를 긴장과 혼란에 빠지게 만드는 소름 돋는 글 말입니다. 보통 소설의 구성단계를 말할 때 우리는 위기 다음 '절정'의 단계를 이야기하잖아요. 근데 이 작품들에는 '절정'도 없습니다. 왜냐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이미 이야기 안에서 어떤 결론을 내린 상태거든요. 이미 '절정'쯤은 여러번 겪어 마음의 한 구석이 크게 닳아버린 사람처럼요. 이것은 친한 이웃집 언니와, 매번 스테이플러를 호치키스라고 말하는 남편과, 사람을 죽인 아들과의 관계에서 특히 도드라집니다. 그들은 지나치게 예민하기 때문에, 이미 멀찌감치 놓여있는 미래의 시간까지 읽고 온 예지자처럼 굽니다. 멋대로 나와 타인의 시간까지 미리 읽고 온 그들의 마음 속엔 이미 어떤 결론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서로 간의 관계는 리드미컬한 변화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결론을 확인하고, 결론에 쐐기를 박는 식으로 전개되죠.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냐구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쩌면 영원히 이나리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그래?' 라는 생각이 드는 분이 있다면 읽어보세요. 저는 작품 속 인물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작품들에 대해 저만의 결론을 내렸으니 이제 당신이 작품의 마침표를 찍을 차례입니다. 💬 이나리의 인물들은 유난히 예민한 사람들이다. (...) 이 예민한 감각은 미래를 전망할 수 없는 인물들이 겪는 증상이자, 전망을 결핍한 소설의 징후라고 봐도 좋다. 전망이 소거된 소설의 시간 안에서 인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집요하게 순간을 경험하는 것 뿐일 테니까. 그렇게 소설의 시간이 늘어지면, 평소에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던 낯설고 기이한 순간이 속살을 드러낸다. - 해설 '사람 아닌 것들의 리얼리티', 임정균 <모두의 친절> 어떤 작품인가요? : 표제작인 <모두의 친절>은 누군가의 기억을 따라가는 일로 시작되는 글입니다. 이사 온 지 얼마 안돼 친해진 옆집 언니는 이 주일 전부터 '나'에게 아이를 맡기기 시작합니다. 재택근무가 허락되지 않고, 어수선한 시국 탓에 아이를 맡길 수 없는 언니가 강구한 최선책이었죠. 이제 언니와 내가 그래도 되는 사이라고 여긴 '나'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김에 언니에게 친절을 베풀기로 합니다. '좋은 게 좋은거지' 엄마의 말버릇처럼 그렇게 생각하면서요. 언니는 점차 내게 당연한 일을 맡기는 사람처럼 무례하게 굽니다. 중요한 회의가 있어 아이를 집에 들이기 곤란하다는 내게 짜증을 내기도 하죠. 언니와의 실랑이 끝에, 나는 언니와 아이를 돌려보냅니다. '나'는 왠지 정말로 내가 잘못한 것 같은 이상한 착각이 들지만, 어쩔 수 없다고 여기면서 언니도 나를 이해해줄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다 얼마 후, 언니의 아이가 실종됩니다. 언니는 아이의 팔꿈치나 무릎에 멍자국이 있었던 걸로 보아 '나'의 집에 머물면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라 여겼고, 이내 경찰들이 들이닥치죠. '나'는 여전히 이런 언니를 이해합니다. 언젠가는 언니와 내가 풀 수 있는 문제라고도 생각하죠. 하지만 왠지 '나'는 쓸쓸해보입니다. 한편으론 친한 언니의 아이가 실종되고 또 오해를 받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침착하고 덤덤한 것처럼 보입니다. 아이는 어디에 있을까요? 언니는 왜 나를 의심하게 된 걸까요? '나'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진실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멀리서 개 짖는 소리와 아이 울음소리만 들려올 뿐입니다. 🏛 자기만의 일 맥락을 만들어가고 있는 여성들과의 콜라보 프로젝트, 들불살롱의 네 번째 이야기 <전시독후감>이 함께 독후감을 작성할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 📕 <전시독후감>이란? 함께 전시를 보고, 말하고, 기록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그간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졌던 전시를 동료들과 쉽고 재미있게 경험해볼 수 있어요!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클릭!) 📕 <전시독후감>에서 함께 읽는 책 : 『미술관에 대한 모든 것』 📕 <전시독후감> 프로그램 일정 1) 토요일팀 : 5/8(토)(온라인) - 5/15(토) 오프라인/온라인 중 택 1 - 5/22(토) (온라인) 매 회기 오후 4시 진행 2) 일요일팀 : 5/9(일)(온라인) - 5/16(일) 오프라인/온라인 중 택 1 - 5/23(일) (온라인) 매 회기 오후 4시 진행 ▪️ 오프라인 모임 참석이 어려우신 경우, 집에서 관람하실 수 있는 전시 영상을 보내드립니다. ▪️ 오프라인 모임 신청가능인원은 팀당 최대 3명입니다. ▪️ <전시독후감> 프로그램 참가비는 총 30,000원입니다. 🔥 함께 전시 보러 가기 👉 클릭 🔥 💪 들불의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루틴 프로그램, <온탕 프로젝트>가 신청 오픈을 앞두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계획에 강박적으로 따라가던 습관 프로그램은 이제 그만! ✋ 나만의 호흡에 맞추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목표한 일을 해낼 수 있는 루틴 프로그램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우리 함께 소소한 계획 달성하고, 큰 성취감 만끽해봐요! 🤓 들불은 함께 할 동료를 구하고 있어요. 책을 사랑하는 당신이라면 누구든 대환영! 자세한 사항은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이번 주 들불레터, 어떠셨나요? instagram @fieldfire.kr e-mail contact@fieldfire.kr 수신거부 Unsubscrib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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