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의 여정을 당신과 함께합니다 📓 '균열 있음에도 살아가게 하는 힘에 대해' 불씨 여러분 안녕하세요! 비가 오는 7월의 마지막주,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요 며칠 흐리고 우중충한 날씨에 부쩍 찌뿌드드한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어요. 여기에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오늘이 더해지면서 왠지 더 축축 처지게 되었습니다. 마스크 없이는 외출이 어려운 나날들이 지속되고 사회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아픔들을 매일 마주하게 되면서, 일상 속으로 스며든 재난이 우리를 얼마나 지치게 만드는 지 실감하게 되는 요즘인데요.
저는 이럴 때 세상과의 단절을 위해 잠시 휴대폰과 컴퓨터를 덮어두고 책을 펼칩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진 않을까, 그들은 이 상황을 어떤 마음으로 마주하고 있을까 궁금해하면서요. 요즘 같은 날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바로 편혜영 작가의 책입니다. 편혜영은 대처가 어려운 일상 속의 불확실성들을 펼쳐놓고, 그 위에 거스를 수 없는 재난의 비극을 단단하게 뭉쳐 소설 속 인물들에게 던집니다. 과거의 그가, 그리고 현재의 그가 이것을 피할 수 있을지 시험해보는 것처럼요. 그들은 자신에게 닥친 비극을 후회하는 마음으로 마주하기도, 애써 회피하기도 합니다. 편혜영의 책을 읽다보면 준비 없이 마주할 내일이 두려워지곤 하는데요. 그러면서 불확실한 내일을 계속 살아가기 위해선 어떤 마음을 가져야할지에 대해 자문하게 됩니다. 예고 없이 찾아올 내일의 일들을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준비해야할까요? 매순간 달라지는 시간과 역사의 흐름 앞에서,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준비할 수 있을까요? 오늘 들불레터는 편혜영의 작품 속에서 불씨 여러분과 함께 그 답을 찾아보려 합니다. '소설은 인간 보편의 이야기' 편혜영의 이야기 속으로. 📖 『소년이로』 📓이 책은 어떤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나요? 1. 소년이로 공장을 운영하다 병세가 짙어지면서 몸져 눕게 된 유준의 아버지와 냉랭하고 엄격한 유준 어머니가 두렵고 불편한 소진. 하지만 소진은 소진네의 떠들썩함과는 달리 무거운 정적이 흐르는 유준네 집을 왠지 자주 찾게 됩니다.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공장의 형편과 점점 더 어두워지는 유준의 얼굴은 왠지 그 집에 가라앉은 묵직한 고요함과 겹쳐 보이는데요. 유준의 집에 혼자 남겨지는 날이면 비밀스럽게 서재의 책상 서랍을 열어보던 소진은 어느 날, 평소와 달리 가볍게 열리는 서랍을 보고 이상한 기류를 감지합니다. 이후 유준이 맞닥뜨린 비극과 소진의 비밀은 어떤 식으로 이어지게 될까요? 빠르고 조용하게 다가오는 불확실한 모든 일들을 어떤 준비도 없이 마주해야했던 유준의 가족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2. 원더박스 예기치 못한 사고로 크게 다치게 된 수만. 수만은 계속해서 이 일이 누구의 책임인지 허공에 대고 묻습니다. 수만의 이런 중얼거림을 지켜보며, 수만의 아내인 소영은 수만에게 일어난 사고 이전의 일들을 떠올려보게 됩니다. 과거의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이 사고는 왠지 수만의 잘못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편, 간병일을 하는 소영은 자신이 돌보는 아픈 노인의 중얼거림을 곧잘 알아듣는 노파가 신기합니다. 어느 날, 노인과 둘만 남겨진 소영은 노인의 속삭임을 듣게 되는데.. 어떤 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과연 누구일까요?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다른 사람을 탓하고, 또 스스로를 탓하진 않나요? 어쩌면 우리는 알 수 없는 방식으로 흐르는 인생에게 매일 속고 있는 게 아닐까요? 📖 『홀』 📓이 책은 어떤 이야기인가요? 갑작스러운 사고로 전신을 크게 다친 오기. 가까스로 눈을 뜬 그는 자신의 신체를 전혀 통제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좌절하게 됩니다. 사고 이후, 고아인 오기에게 하나 뿐인 가족인 장모는 매일 같이 그를 찾아와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며 슬피 웁니다. 오기는 이런 장모를 보며, 본인만 산 데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후 조금씩 활력을 찾게 된 오기는 퇴원 후, 아내가 없는 집에서 장모와 함께 생활을 하게 되는데요. 아내가 아끼던 정원이 엉망인 것을 보고, 아내가 왜 그토록 정원을 아끼고 가꾸었는지에 대해 떠올리게 됩니다. 전개되는 과거의 이야기 속에서 부부의 비밀과 사고의 이유가 서서히 밝혀지게 되는데요. 한편, 장모는 아내의 방을 드나들게 되면서 점점 다른 사람이 되어갑니다. 오기는 자신을 방치하고 정원에 오래 머무는 장모를 보며 공포와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오기는 이해할 수 없었던 아내의 슬픔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립니다. 어쩌면 오래 전부터 예견되어 왔던 사고와 이 모든 일을 유발한 오기의 방만한 마음, 그리고 참담함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던 아내의 슬픔이 이야기의 비극을 극대화합니다. 오기의 시선으로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아내와 장모의 진짜 마음을 짐작할 수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 불씨들이라면 왠지 아내의 마음을 낯설게 느끼지 않을 것 같아요. 제가 이렇게 생각한 이유가 궁금하시다면 오늘처럼 흐린 오후, '홀'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혜지 드림
![]() 편혜영은... 2000년 「이슬털기」로 등단했다. 2019년 소설집 『소년이로』를 출간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저는 현실 그대로 재현되는 게 아니라, 현실이 조금 비틀리고 확대되어 재현되는 게 더 재밌더라고요. 넓게 생각하면 소설은 모두 현실의 반영이자 재현이니까 ‘재현’ 자체에 재미가 없다는 게 아니라 좁은 의미로서의 재현에 흥미를 못 느낀다는 뜻이에요" 라고 말했다. 편혜영의 책은 단순히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비극을 확대하고, 일상 속 재난들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듯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일. 그것을 해내는 작가가 바로 편혜영이다. >>다음 화에서는 박민정 작가 작품 소개가 이어집니다. ![]() ![]() <들불살롱> 003 운암 아키비스트가 선사하는 여.닫.이! 일요일에 뭐 하셨어요? 들불 멤버들은 바쁜 일상을 잠시 제쳐두고 운암 아키비스트가 만든 여닫이 보드게임을 하러 궁궐이 보이는 곳에서 모였답니다. 운암 아키비스트가 룰 개발부터 디자인까지 도맡은 이 보드게임의 '베타 버전'을 처음 해보는 사람들이 우리라니, 기뻐하면서 각자 카드 일곱 장씩 나눠 가졌어요. "누구나 기억의 주인입니다. 공간 기억을 이야기하며 재밌게 놀아 봐요!" 룰이 간단하고 이해가 잘 돼서 게임판의 지시에 따라 카드도 빠르게 다 내려놓고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웬일인지 게임은 끝날 줄을 몰랐어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게 하는 숨은 규칙들이 있었거든요. 따뜻함과 승부욕이 정확히 마음속에 반 씩 버티고 서서 아주 팽팽-쫀득한 게임 시간이었답니다 😅 🍎: 자기만의 공간 기억을 이야기하는 게임이라는 자체가 일단 새로워. 경청하고 손뼉 치는 것도 하나의 규칙이다 보니 서로에게 따뜻할 수밖에 없달까. 🍉: 어쩌다 보니 좋은 기억만큼 나쁜 기억도 많이 공유했는데, 시원하게 털어버리고 위로도 받아서 정말 좋았어. 🙊💭(나도 신청해볼까?...그래 좋았어!) >신청 링크로 들어가시면 프로그램 설명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바로 보기 공간을 기록하는 운암 아키비스트의 활동에 공감하시거나 그가 제안하는 '여성, 공간, 기억'의 키워드로 시작된 이번 활동이 궁금하신 분들은 주저 말고 신청해 주세요! 💫 [연재 예고] 책과 케이팝의 만남? ![]() 들불과 ㅎ_ㅇ님이 만났다! 💌 8월부터 들불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을 통해 공개될 책-음악 큐레이션 연재를 소개합니다! 10일에 한 번 발송하는 뉴스레터에서 즐겁게 소비한 k-pop, 비디오, 북 콘텐츠를 소개해 주시는 걸로 유명한 ㅎ_ㅇ님. 책의 인물, 사건, 전체 분위기와 걸맞은 여성 아티스트의 k-pop을 들불 인스타그램을 통해 선보입니다. 연재 주기는 들불레터 발행일과 같습니다. 책의 여운을 더 길게,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주인공의 마음에 더 가닿게 해주는 들불xㅎ_ㅇ의 플레이리스트, 기대해 주세요! ![]() ![]() 「안락사」에서. /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 권민경 민주 씀 이번 주 들불레터, 어떠셨나요? 후원 계좌: 카카오뱅크 7979-23-45945 (노혜지) instagram @fieldfire.kr e-mail contact@fieldfire.kr 수신거부 Unsubscrib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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