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의 여정을 당신과 함께합니다 📓 '균열 있음에도 살아가게 하는 힘에 대해' 불씨 여러분 안녕하세요! 비가 쏟아지는 8월의 둘째주, 무사히 지나고 계신가요?
얼마 전, 류호정 의원이 원피스를 입고 본회의장에 출석한 일을 두고 불필요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 일로 여성들은 말도 안되는 구시대적인 태도들을 마주해야 했는데요. 정말 '별걸로 다 시비'라는 생각에 코웃음 치다가도, 사회가 이런 사소한 문제로도 여성들의 에너지를 앗아가는구나 싶어 퍽 속이 상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부당하고 말도 안되는 주장들을 마주할 때, 우리 여성들은 스스로를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마치 현미경으로 관찰하듯 꼼꼼하고 치밀하게 말이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내가 지키고 싶은 나의 위치는 앞으로도 여전할 수 있는지, 나의 존재란 어떤 것인지 고심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흐름은 정말이지, 괴롭고 피곤한 일입니다. 오늘 들불레터는 작품 속 가해자의 말을 통해 그들의 저열함을 드러내며, 모든 사건에는 가해 그 자체만이 있을 뿐임을 반복적으로 상기시켜주는 작가, 박민정의 책을 다룹니다. 박민정의 작품 속에는 '사이다' 가 없습니다. 알량하기 짝이 없는 가해자들의 형편 없는 변명만이 지면을 메울 뿐입니다. 우리는 박민정의 작품 속에서, 국회의원의 옷차림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그들을 봅니다. 이 또한 괴롭긴 매한가지지만, 그래도 우리 스스로를 너무 오래, 너무 촘촘하게 들여다보는 일보다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는 자신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할 뿐' 박민정의 이야기 속으로. 📖 『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 📓이 책은 어떤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나요? 1. 생시몽 백작의 사생활 이 이야기는 J의 '원피스'에 대한 서술로 시작됩니다. J는 최신 유행과는 거리가 먼, 그래서인지 중년들에게는 왠지 모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원피스를 입고 다닙니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K와 얽히게 됩니다. J는 정체를 알 수는 없지만 목적은 분명한 한 유령 회사에서 일하게 되면서 K와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개운치 않은 그들의 관계와 얄팍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K와 H의 이야기, 그리고 종래 K에게는 실패만 거듭해온 J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소설, 생시몽 백작의 사생활입니다. (그나저나 남자들에게 '원피스'란 과연 무엇이길래 소설 속에서나 현실에서나 이 난리인걸까요?) "J양은 스스로의 호기심을 책임질 수 있나." 아무나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수가 차곡차곡 쌓일 뿐이었다. 더는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2. 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 장애를 가진 동생을 이용해 자신과 동거하던 여성의 아이를 유산 시키려는 형. 부모에게 학대를 당하던 동생을 구하고 위로했던 형은, 여성을 대할 땐 왠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그런 형의 동거인과 연루된 동생은, '서로가 서로를 돕는다'는 허울 좋은 핑계 안에서 부모의 폭언과 형의 다정한 말들을 떠올리며 동거인에게 접근합니다. 남성의 과거는 왜 현재의 여성에게 영향을 미칠까요? 그들의 상처가 증오로 변모하는 순간, 왜 피해를 입는 대상은 언제나 여성일까요? 형의 말들은 듣기엔 그럴싸해보이지만, 실은 어떠한 말로도 설명되지 않는 궤변일 뿐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악취에 이름을 붙여 주기 위해 그것을 사랑한다. 그래, 악취에 이름을 붙여 줌으로써 그것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지." 📖 『아내들의 학교』 📓이 책은 어떤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나요? 1. 아내들의 학교 설혜는 모델인 선의 아내입니다. 동성 결혼이 가능해진 시대에서, 둘은 결혼을 하고 함께 살며 가정을 꾸립니다. 종종 '아내'의 위치를 실감할 수 있는 곳에서 설혜는 자신이 그토록 증오했던 여학생회장 언니를 마주하게 됩니다. 설혜가 과거에 여학생회에서 겪은 일, 그리고 현재에 와서도 선의 요구로 겪어야하는 일들은 과연 설혜가 꿈꿔온 유토피아의 모습과 닮아 있을까요? 설혜도, 그리고 그 이야기를 마주한 우리도 정답을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오류투성이인 이 세계에서 우리에게 주어질 정답 같은 건 애초부터 없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오늘은 다시 오늘이야, 라고 말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2. 행복의 과학 - A코에게 보낸 유서 하나는 수영이 맡았던 원고를 넘겨 받습니다. 그 원고는 '행복의 과학'이라는 신흥 종교에서 탈출에 성공, 이후 글을 통해 단체를 폭로하던 기노시타 류의 고발문입니다. 두 작품은 연작 소설입니다. 행복의 과학에서는 하나의 가족에 얽힌 사연이 등장하며, 거북한 운명으로 엮인 하나와 류의 관계가 수영과의 관계에까지 감정적인 파동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한편, A코에게 보낸 유서에서는 기노시타 미노루의 말로 전해지는 한심한 자기 연민과 자기 연출, 그리고 남성의 역사에 연루되어 부당하게 피해를 입었던 여성들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알고 있다. 그곳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나를 믿어주지 않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고, 그들은 나를 망칠 수 없다는 것도. 혜지 드림
![]() 박민정은... 2009년 「생시몽 백작의 사생활」로 등단했다. 작품으로는 『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 『아내들의 학교』, 『미스 플라이트』, 『서독 이모』 등이 있다. "올해 출간된 문학상 작품집이나, 최종심 과정을 전하는 기사에는 굳이 이런 말들이 꼭 따라붙고 있습니다. ‘여성 작가들의 약진’ 혹은 ‘문단 내 성폭력 파문의 결과’……어떤 작가들은 오래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자기 작품을 쓰고 있을 뿐인데 말이죠. (중략) 그러므로 최근에 다짐한 것이 있다면 나는 더 많이 그런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에게는 평생을 다해도 모자란 이야기들이 있는데, 지금이 항구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함은 자꾸 스스로를 다그칩니다. 지금이 아니라면 이 목소리가 확성기를 달 일은 앞으로 다시없을지도 모른다. 거의 그런 심정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강영숙 작가 작품 소개가 이어집니다. <들불살롱> 004 들불 X WICC윅 프로젝트 풀어라 만화 탁! 다들 비오는 꿀꿀한 날씨에, 회사까지 다니느라 힘드시죠? SNS에서 보니 이런 물난리에도 출근하는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좀비가 나타나도 출근할 기세라고 하더라구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렇게 살고 있는 우리에게 안성 맞춤인 프로그램! <들불X윅: 풀어라 만화 탁!>의 첫 주자, 작가 직업인 A 의 <회사 가기 싫은 날은? 맨날> 만화 워크샵이 곧 열릴 예정이에요. 신청폼은 곧 인스타그램에 올라올테니 기대해 주세요 😊 회사에 가기 싫은 사람(모두가 그렇겠지만),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창작으로 해소하고 싶은 불씨들 모두 재밌게 참여하실 수 있어요. @fieldfire.kr 에서 곧 만나요! [@fieldfire.kr 연재] mixtape 들불 🎼 ![]() 들불과 ㅎ_ㅇ님이 만났다! 💌 콘텐츠 뉴스레터 제작자 ㅎ_ㅇ님과 함께한 북x뮤직 큐레이션: mixtape 들불 이 들불 인스타그램(@fieldfire.kr)에서 10일에 한 번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연재 주기가 들불레터 발행 주기와 같지요. 들불 멤버가 레터에 소개할 여성 작가의 작품을 선정하면, ㅎ_ㅇ님이 읽고 어울리는 K-POP을 큐레이션 해주신답니다. ㅎ_ㅇ님의 짧은 글도 함께 읽다 보면, 새로운 음악 디깅도 추억 회상도 할 수 있을 거예요. mixtape 들불 1화에서는 박민정 작가의 작품 속 단편들과 K-pop을 이어보셨다고 하는데요! 어둠이 내려앉은 밤, ㅎㅇ님의 센스 있는 선곡과 박민정 작가의 작품을 함께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 양들은 색 전구를 켜러 집으로 돌아가고 목에는 아카시아 향기가 남았구나 너에게 할 말이 있다는 걸 아직 잊지 않았다면 매일매일 너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 함꼐 호호 불어 가며 익은 앵두를 먹자 수많은 낮과 밤 피어오른 수증기가 우리의 머리에 폭설로 앉는 동안 나의 눈은 너의 곁에서 깜빡깜빡 입맞춤을 하고 있을 거야 「청혼」에서. / 『조이와의 키스』, 배수연 민주 씀 이번 주 들불레터, 어떠셨나요? 후원 계좌: 카카오뱅크 7979-23-45945 (노혜지) instagram @fieldfire.kr e-mail contact@fieldfire.kr 수신거부 Unsubscrib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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