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들불 구구입니다. 새해 다짐을 세운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월이 끝나가고 있다니.. 시간 정말 빠르네요😧. 여러분의 1월은 어떻게 흘러갔나요? 들불은 1월 한 달간 신규 프로그램을 오픈하고 함께 읽을 책을 찾느라 몹시 분주했는데요. 아마 올해는 지난 해보다 더 체계적이고 얻어갈 것이 많은 프로그램으로 더 자주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아요. 들불레터 역시 들불의 프로그램들과 마찬가지로 짧은 정비기간을 거치는 중이에요. 더 멋진 모습으로 찾아올 들불의 프로그램과 들불레터 모두 기대해주세요! 오늘 들불레터는 레터지기 구구의 서평 세 편으로 대신합니다. 글에서 소개될 세 권의 책 모두 '행복'이라는 키워드로 논의를 이어가는데요. 해당 서평과 함께 행복이란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 보내시길 바라며, 오늘의 레터 시작합니다! * 알리는 말 : 들불레터는 이번 주말, 짧은 설 연휴에 읽기 좋은 단편집을 들고 다시 찾아뵐게요! 💌 들불이 만난 이야기 - 『쓸 만한 일』, 줌마네 - 『나는 접속한다, 고로 행복하다』, 도나 프레이타스 - 『행복의 약속』, 사라 아메드 ![]() 『쓸 만한 일』, 줌마네 연말이 되면 한 해를 돌아보는데 필요한 다양한 질문들과 새해 계획을 위한 다이어리, 자기계발서 등의 구매로 모두가 분주해집니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선 연말결산을 위한 도구를 판매하고, 구독 플랫폼에선 연말을 회고하는 디지털 템플릿을 공유하죠. 또, ‘~시간의 법칙’, ‘~의 힘’ 같은 제목의 책들이 쏟아져나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이 매년 반복되는 전국민적 연말의식 속에는 중요한 질문이 빠져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이토록 자기계발을 중시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입니다. 여러분은 스스로를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가 자기계발에 몰두하게 된 이유를 되짚어보려면 먼저 사회의 압력에서 비롯된 ‘쓸모’에 대해 생각해봐야 합니다. 제 경우에는 이력서를 쓸 때 제 쓸모에 대해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분명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온 것 같은데 막상 사회에서 인정하는 이력을 쓰자니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이러한 자기인식은 이내 자책으로 이어집니다. 고시를 준비했던 20대 중반의 공백기가 원망스럽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갈피를 잡지 못해 방황했던 20대 후반의 나를 한심하게 여기면서 말이죠. 줌마네의 책 『쓸 만한 일』에서 루후나도 저와 비슷한 사정을 털어놓습니다. "지금도 나는 ‘치열하게’, ‘빡세게’라는 표현을 쓰며 나는 그러지 못했다고 자책한다. 누군가는 그것을 산업화 시대의 유물인 근면성실 신화의 흔적일 거라 했다. 하긴, 나 역시 20대 후반까지는 ‘하면 된다’라는 주술에 갇혀 살긴 했다." 자기계발서는 독자를 부족한 사람으로 상정하는 상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계발서의 독자는 책을 통해 얻고자 기대한 것, 즉 더 나은 삶을 위한 목표 의식이나 내 삶을 사회가 원하는 방식으로 맞춤설계하기 위한 토대를 얻기 보다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느낌만을 더욱 강하게 받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느낌과 쓸모에 대한 물음에서 야기된 자책, 불안이 우리를 또 한 번 자기계발의 궤도에 합류하게 만듭니다. 이것이 우리가 매년 자기계발 의식을 수행하는 이유입니다. ![]() 『나는 접속한다, 고로 행복하다』, 도나 프레이타스 ‘핸드폰(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카카오톡, 블로그)만 보다가 하루가 다 갔어’ 제가 최근 3년간 가장 자주 한 말입니다. 저는 불과 얼마 전까지 휴대폰을 손에 쥔 채 잠이 들 정도로 휴대폰’만’ 봤습니다. SNS 속 사람들의 행복해보이는 모습과 지금의 내 모습을 비교하며 괴로움을 느끼면서도 자해하듯 휴대폰을 더 들여다봤습니다. 그러다 문득 행복한 사람들의 무리에 합류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내 모습을 긍정적으로 위장하여 스토리를 올렸습니다. ‘아 넘 좋ㄷ ㅏ 하트 이모티콘’ 같은 의미 없는 코멘트와 함께 말이죠. (깊은 고민 없이 생각나는대로 썼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넘 좋다의 ‘다’는 대충 ‘ㄷ ㅏ’로 띄어쓰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이렇듯 SNS에서는 글자 하나하나까지 철저한 기획 하에 작성됩니다.) SNS 속 사람들은 모두가 꿈꾸는 직업(또는 직무)을 멋지게 해내는 동시에 자신의 삶도 행복하게 꾸려가는 것만 같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분야에서 너무도 탁월하고 완벽해보이며, 그들의 프로필에 적힌 타이틀은 근사할 따름입니다. 그들의 노력에 응답이라도 하듯 그들에겐 계속해서 스스로를 성장시킬만한 새롭고 도전적인 제안과 기회들이 쏟아집니다. 그들은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자신의 삶을 균형있게 조율합니다. 수많은 (유명한) 친구와 좋은 곳에서 식사를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들을 보고 있자면 그들이야말로 ‘행복’이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그들의 행복한 모습은 나를 초라하고 초조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나의 초라함을 소셜미디어에 토로할 순 없습니다. 나의 나약함과 슬픔, 실패하는 모습은 소셜미디어의 문법에 맞지 않으니까요. 취약성을 드러내는 일은 타인의 불편함만 불러올 뿐입니다. 그래서 하루 중 가장 행복해보일법한 모습을 사진에 담아 SNS에 기록합니다. 『나는 접속한다, 고로 행복하다』를 쓴 도나 프레이타스는 이러한 현상을 ‘행복 효과(happiness effect)’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행복 효과란, 어떤 사람의 실제 감정과 상관없이 소셜미디어에서는 늘 행복한 사람으로 보여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젊은이들은 너무 강박적으로 소셜미디어에 행복한 모습들만 포스팅해야 한다고 여기므로, 이들이 또래들의 소셜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 것 또한 모두 행복한 것들뿐이며 그 결과 종종 열등감을 느끼게 된다고 지적하죠.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슬픔, 나약함, 실패에 대한 신호가 다른 사람들의 침묵과 거부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학습해왔기 때문에 행복해보여야 하는 강력한 미션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 『행복의 약속』, 사라 아메드 여러분은 행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행복’하면 넓은 집, 좋은 차, 멋진 옷 같은 물질적 특권들을 먼저 떠올리곤 하는데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될 때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규정되어있고, 우리는 그러한 기획에 맞추어 행복에 도달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 같단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행복이라는 목표를 성공, 부와 같은 자본주의적 기준에 따라 측정하게 된걸까요? 저는 본 글에서 ‘대한민국 행복지도’라는 사례를 통해 국가적 기획을 거쳐 자리매김한 행복 개념에 대해 소개하고, 행복을 재정의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마사 누스바움은 삶의 역량을 중심으로 일괄적인 기준에 따라 행복을 정의하고 측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 정치철학자입니다. 그는 개인이 수호하고자 하는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들을 ‘역량’으로 정의하고,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영위하기 위한 역량의 범주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생명부터 신체건강, 신체무결, 감각/상상/사유, 감정, 실천이성, 관계, 다른 종, 놀이, 환경통제에 이르기까지 총 10개의 영역으로 제시합니다. 이러한 역량 중심적인 접근은 정서나 쾌락보다 가치 실현과 의미 창출에 중점을 두는 관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누스바움이 제시한 영역들을 재구성하여 행복을 측정하고, 이렇게 측정한 결과값을 ‘대한민국 행복지도’라는 사이트에 공유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행복지도는 국민행복지수를 지역별로 상위 20%에서 하위 20%까지 분류하여 나타낸 통계자료입니다. 여기에서 활용된 국민행복지수는 건강, 안전, 환경, 경제, 교육, 관계 및 사회참여, 여가, 삶의만족도를 종합한 지수로 각 요소별 다양한 통계를 기반으로 도출한 값입니다. 행복지도가 제시하는 국민행복지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집합의 행복을 통계적으로 분류하기 위해 자본주의적 계급성을 내재한 지표들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가령, 국민행복지수를 구성하는 지표 중 ‘건강’ 역량을 측정하는 기준은 ‘주관적 건강수준 인지율’, ‘인구 천명당 의료기관병상수’, ‘건강생활 실천율’ 등인데, 이는 언뜻 보기에도 자본을 가진 자가 더 많이 누릴 수 있는 지표들임에 분명합니다. ![]() ❤ 소문난 <구경이> 덕후 덕복과 구구가 기획한 썬데이시네마 : <구경이> 수다 모임이 절찬리에 모집 중이에요! 우리 같이 <구경이> 덕질해요 😍 💌 썬데이시네마만의 혜택! 지금 썬데이시네마에 신청하시면, 내가 원하는 사진으로 만든 귀여운 도트이미지가 제공된답니다 ;-> * 프로그램 일시 : 2/6(일) 오후 8시 * 줌zoom 진행, 인물관계도 템플릿 제공 * 진행 : 덕복 ![]() ❤ 들불과 함께 떠나는 시간여행! 매월 둘째 주 목요일 오후 8시 30분, 코니 윌리스의 '옥스퍼드 시간여행 시리즈'를 함께 읽습니다. 코니 윌리스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물론, 평소 SF나 시간여행물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적극 추천드리는 프로그램입니다. 👯 함께 읽을 책 - 2/10(목) 오후 8시 30분 『둠즈데이북』 - 3/10(목) 오후 8시 30분 「화재감시원」,『개는 말할 것도 없고』 - 4/14(목) 오후 8시 30분 『블랙아웃』 - 5/12(목) 오후 8시 30분 『올클리어』 들불레터, 어떠셨나요? 들불은 여러분의 의견과 이야기가 궁금해요. 아래 버튼을 클릭하시면 익명으로 의견을 남기실 수 있답니다! instagram @fieldfire.kr e-mail contact@fieldfire.kr 카카오 뷰 @들불 수신거부 Unsubscrib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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