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의 여정을 당신과 함께합니다 📓 일상에 물수제비를 던져 줄 공포가 필요해 불씨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한 주도 잘 보내셨나요? 저는 요새 무척 바쁘지만 업무 장소는 대부분 제가 사는 동네여서 약간의 무기력증을 호소하고 있었어요. 코로나 블루(코로나19로 일상이 제한되면서 느끼는 무기력과 우울감)였을까요 유행병이 돌기 직전의 일상은 졸업생, 취준생 등의 이름으로 역시 단조로웠기 때문에 이 재난 이후에 새로운 우울감을 느끼게 된 것도 잘 모르고 지냈는데 그 블루는 제 옆에도 앉아있는 분위기가 맞았습니다. 그래도 여러분, 그거 아시죠. 약간 슬프고 생각이 많아야 일기도 글도 잘 써진다는 것을요(?).😁 지난번 <책장투어>를 준비하면서 방 정리를 싹 했었는데요, 그때 11살에서 14살 때 쓴 다이어리들을 발견했답니다. 젤리롤 반짝이 펜으로 써내려간 일상에는 간간히 친구 생일파티에 간 이야기가 있었는데 항상 공포 영화를 시청했었더라고요. 무서운 영화를 잘 못 보는 편임에도 친구들이랑 다 같이 둘러앉아서 담요 쓰는 건 재밌었으니까요. 스크린의 00년대에는 귀신이 되어버린 슬픈 여자들을 앞세운 공포 영화가 참 많이 개봉했고 저도 많이 소비했어요. 아직까지도 영상미와 슬픈 스토리로 꼽히는 임수정, 문근영의 【장화홍련】에서부터 엄마 귀신으로 유명한 【기담】. 이 외에도 휴대 전화를 들고 죽은 여자, 남편과 바람 피운 여자를 죽이려다 죽은 여자……. 이제보니 제가 공포 영화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 된 이유는 영화에서 자꾸 여자들이 혹사당하고 주요한 해결사의 위치가 아니라 어쭙잖은 빌런으로 등장해서라는 생각이 드네요. [memo] 대체 왜. 공포 영화에서 여자들은 원한만 가질 줄 알았지 행동력은 없는 민폐 희생양 귀신이 되었을까? 실제로 우리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욕심 많고 못된 사람도 많단 말이지. 변명을 들어주는 시간이 길어서 그런가. 공포물을 싫어하는 건지 혐오적인 구조가 역한 건지 의문이 생기던 요즘 저는 여성이 썼거나 활약하는 공포 스릴러 책들을 즐기게 됐습니다. 훅훅 볶는 날씨에 딱이네요. 들불레터 8화에서는 답답하고 꼬여가는 일상에 물수제비를 토도독 던져 줄 새로운 공포물, 조예은의 소설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민주 드림 변명을 들어주지 않는 화끈한 사람들의 이야기🔪
오싹하지만 서글프고 힘 있는, 조예은의 이야기 속으로. 📖 『칵테일, 러브, 좀비』 🍸💚🧟♂ 이미지 출처=금종각 📓이 책은 어떤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나 1. 초대 어릴 때 억지로 회를 먹은 뒤 엑스레이에도 찍히지 않는 가시를 목에 품고 사는 주인공 채원. 미술 작업을 하는 그에겐 외모 지적과 패션 지적을 일삼는 남자 친구 정현이 있습니다. 점점 참을 수 없어지는 그와 이들의 곁에 맴도는 흐릿한 사람 태주. 그들의 초대에 응하고(완독하고) 왔는데요, 만원 지하철에서 이 이야기를 읽었지만 너무 무서워서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정현의 모습이 너무 흔해서... 그리고 결말이 너무 화끈해서요. 의사도 진단해내지 못하는 가시처럼 예민함으로 취급받는 우리의 불안이 해소된 느낌이랄까요. 웬만한 호러 무비보다 상쾌한 이야기, 초대입니다. 2. 습지의 사랑 「습지의 사랑」은 읽자마자 반해버린 단편입니다. 사람들이 물귀신이라고 부르는 '물'과 숲에서 떠도는 '숲'이 나오는 이야기인데요, 물가와 숲길을 거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무서운 만남이겠지만 물과 숲의 마음은 너무나 애틋합니다. 사실, 그들이 느끼는 권태와 공허함, 그리움과 외로움은 사람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도 않습니다. 서로를 발견하고, 이야기 나누고, 이름을 붙여주는 과정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설렜답니다. 이들은 어떻게 함께하게 될까요? 저는 습지의 사랑을 읽으며 여성애적 코드를 느꼈습니다. 세상의 편견에 마주한 관계 맺기를 하신 분들이라면 저처럼 읽으실 수도 있겠어요. 3. 칵테일, 러브, 좀비 한때 간호사였지만 결혼 후 주부로 지내는 엄마와 학원 강사로 일하는 주연. 그리고 제약 회사 영업 사원인 아빠. 그가 평소처럼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지고 좀비가 돼서 귀가했습니다. 전례 없는 좀비 감염 사태에 원인을 규명하려 노력하는 정부와 미운 '가장'이지만 백신 개발까지 그를 숨기려는 엄마와 주연. 과연 좀비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좀비 시대 이후 가족은 어떻게 살게 될까요. 여러모로 지금의 코로나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단편이었습니다. 평소 재밌게 읽었던 송지현 작가의 「좀비 아빠의 김치찌개 조리법」도 떠올라서 두 단편을 같은 시대의 다른 가족의 이야기라고 연결 지어 상상하기도 했답니다. 가부장들이여... 좀비로 썩지 마시길. 4.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이 단편은 가정 폭력과 살인을 다루고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막아보고자 노력하는 한 여자와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이 시간과 기억이 오버랩되면서 펼쳐지는 슬프고 끔찍한 이야기는 시점이 교차되며 더욱 박진감 넘쳐집니다. 20여 년 정도의 시간 차이가 있음에도 "이것은 흔하고 흔한 이야기"라고 설명할 수 있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 드러나는 이야기였습니다. 영화 소개 프로그램처럼 해보고 싶었던 민주 드림 아빠가 좀비가 되는 이야기를 더 읽고 싶다면… 20일 발송되는 들불레터 9화를 기다려 주세요!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에 수록된 단편 「좀비 아빠의 김치찌개 조리법」, 송지현. 📖 끈적하게 녹아 내리는 사람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상상 속의 인터뷰 ![]() ![]()
조예은 작가의
책을 추천해 준다는 사람을 만나기로 했다. 약속 장소는 뉴서울파크 내 다람쥐통 앞. 찌는 듯이 더운 날씨인데 그만 늦어버렸다. 뜬금없이 구체적인 약속 장소였지만 이상하게도 뉴서울파크는 지도에 나오지 않는 놀이공원이어서 한참을 헤맸다. 늦었는데도 짜증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던 나는 다람쥐통이 200m 남은 지점에서 모자를 푹 눌러 쓴 사람을 발견했다. 🤩민주: 바스님? 안녕하세요. 🤹♂바스: 안녕하세요. 🤩민주: 늦어서 죄송합니다. 🤹♂바스: 괜찮아요. 제 주변에 오시면 시원할 거예요. 🤩민주: (그게 무슨 소리지?) 아... 🤹♂바스: 질문 안 하시나요? 🤩민주: 아, 네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을 추천해 주신다고요. 소설은 미아가 된 유지의 시점에서 시작해 놀이공원에 있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로 뻗어나갑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젤리를 받아먹었거나, 젤리 단내가 진동하는 곳에 있었고요. 이 소설을 왜 불씨에게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바스: 이 책은 눈에 띄는 교훈적 내용이 없는 호러 장르물입니다. 작가는 여성이고요. 그래서 그런지 독특한 세계관과 캐릭터가 나오면서도 호러 장르물이 답습해온 형식─여성 희생과 착취로써 이야기가 전개되는─이랄게 없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무서워서 추천합니다. 무더운 여름밤, 에어컨 리모컨이 너무 먼데 가지러 가기 싫을 때 오싹함으로 파워 냉방의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추천합니다. 🤩민주: 어떤 장면이 그렇게 무섭나요? 🤹♂바스: 무서운 장면은 너무 많았는데, 사실 소재 자체가 무서웠어요. 젤리를 먹으면 녹아내린다니. 젤리는 엄청 달콤하고 맛있고 놀이공원은 재미와 혼란 그 자첸데,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젤리의 단내와 쫄깃함이 불쾌한 조짐으로 느껴지게 돼요. 놀이공원의 환호성이 여기서는 출처가 불분명한 소음과 비명, 세상의 불협화음처럼 들리죠. 🤩민주: 그렇군요.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나요? 🤹♂바스:“…이 젤리 먹으면 절대로 안 헤어져요. 마법의 젤리라니깐. 평생 꼭 붙어 살아. 진짜야.” 그의 옆에 서니 인터뷰를 하는 동안 오히려 서늘한 날씨로 느껴져 어디 앉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마법의 젤리'를 발음하는 그의 얼굴을 보는데 책에서 나온 내용처럼 찰흙을 얼굴에 뭉개 놓은 듯 표정이 또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그의 이름은 책에 등장하는 젤리의 신 사바스의 이름을 딴 것인가? 성이 무어냐고 물어보려고 수첩에서 눈을 떼자 그는 온데간데없고 젤리 한 봉지 만이 놓여있었다. 📓민주의 인터뷰 노트 중에서
![]() 조예은은... 2016년 제4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을 수상하며 『시프트』를 출간했다. 대표작으로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칵테일, 러브, 좀비』가 있다. 안전가옥의 『미세 먼지』 앤솔로지에 단편으로 참여했다. 조예은은 작품에서 익숙한 폭력의 구조와 전형적인 가해자를 등장시키지만 뻔하지 않은 서사로 독자에게 신선함을 준다. 어떤 잔혹함보다 더 견디기 힘든 일상에 보내는 그의 호러 스토리는 서늘한 위로로써 기억에 각인 되기에 많은 팬들은 그의 다음을 더욱 기대하는 것이 아닐까. >>다음 화에서는 송지현 작가 작품 소개가 이어집니다. 들불레터 발송 날짜가 달라져요 오늘(7월 8일 수요일) 이후로 들불레터는 매달 10일-20일-30일에 발송됩니다. 더 알찬 콘텐츠와 들불살롱, 독서 워크샵을 꾸리기 위해 한 달에 세 번으로 변경했답니다. 다음 화인 9화 발송일은 20일이 되겠습니다. 이제 한 달에 세 번, 우편함에서 만나요! 💌💕 💫 <작은불씨 북클럽>의 이번 책은 『붕대 감기』! ![]() 평일 저녁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은 불씨, 꼼꼼한 독서를 원하는 불씨, 오프라인 독서모임이 부담스러웠던 불씨가 있다면 7월에는 온라인 독서모임 어떠세요? <작은불씨 북클럽>은 매주 목요일 밤 9시, 한 권의 책을 읽고 감상을 공유하는 독서모임을 진행합니다. 9일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여성들의 연대를 엿볼 수 있는 <붕대 감기>를, 16일에는 ‘정상 가족‘의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족의 형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셋이서 집 짓고 삽니다만>을 읽어요. 책을 통해 세상이 정해놓은 정답에 질문을 던지며 ‘나에게 맞는 속도와 방식으로 사는 법’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볼 예정입니다. ![]() 여성 인디 만화가 모임 WICC윅은 들불 살롱과 함께 하게 된 두 번째 단체입니다. 이번 워크샵 호스트는 윅의 대표이자 브랜드 매니저인 혜연이 진행하게 됐어요. 직업인 A라는 작가명을 사용하고 있는 혜연의 대표작은 <스타트업 수난기>인데요, 여성이 직장에서 겪을 수 있는 각종 수난을 때로는 눈물 나게, 때로는 섬뜩하게 표현한 만화입니다. 직장에 대한 만화를 그린만큼, 워크샵 또한 직장과 만화의 교집합이 되는 내용으로 진행할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쓰고(필사하고) 또 쓰고(사용하고). 혜지 노트 ![]() 소소문구의 pencil cap 요새 검정색 펜들 다음으로 연필과 색연필을 많이 쓰게 됐는데요. 필통을 쓰지 않고 한 두 자루 씩 들고다닐 때 가방과 책에 얼룩이 남는 게 걸려서 펜슬 캡을 구입했답니다. 초등학생 시절 몽당연필을 끼우던 연필 깍지는 플라스틱으로 된 제품이 많았는데, 소소문구의 펜슬 캡은 청바지 태그 종이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자그마한 플라스틱보다는 재생에 용이할 것 같아서 선택했는데 식물성 기름을 흡수한 재질이라 방수도 되고 잘 찢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어요. 연필을 많이 쓰시는 불씨 여러분께 추천해 드립니다. 민주 드림 이번 주 들불레터, 어떠셨나요? 후원 계좌: 카카오뱅크 7979-23-45945 (노혜지) instagram @fieldfire.kr e-mail contact@fieldfire.kr 수신거부 Unsubscrib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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