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들불 구구입니다. 요즘 여러분의 건강은 어떠신가요? 저는 약간의 건강염려증덕분에 2년에 한 번씩 꾸준히 건강검진을 받아왔는데요. 여태 그래왔듯 작년 말에도 별 걱정 없이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이럴수가! 이번에는 생각보다 당황스러운 결과를 받게 되었어요. 이에 5월 말에 작은 수술을 받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들불레터는 수술 후 회복기간을 고려하여 6월 초까지 짧은 방학을 가지려고 합니다. 병명이 주는 위압감 때문에 진단 후 며칠은 잠도 제대로 못 이루기도 했지만 이참에 한 템포 쉬어가라는 하늘의 뜻으로 알고 열심히 쉬어보려고요. 이 글을 읽고 계시는 구독자 분들도 모두 건강하시길, 건강한 몸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 짐이 된다고 생각하며 죄책감을 가지지 않길 바랄게요. 진단 후에 건강과 신체, 병을 대하는 저의 태도도 많이 달라졌는데요. 언젠가 들불레터에서 이 이야기를 한번쯤 다룰 수 있길 바라며, 오늘의 들불레터 시작해보겠습니다.
🤝 들불의 PICK!
- 『우리는 도시가 된다』, N.K.제미신 저, 박슬라 옮김
- 『가부장제 깨부수기』, 마르타 브렌 저, 손화수 옮김
👓 번역으로 읽는 여성서사 : 강경아 편
- 『페미니즘』, 데버라 캐머런 저, 강경아 옮김
🏷️ 단어로 만나는 에세이
- 『뮤즈에서 예술가로』, 휘트니 채드윅 저, 박다솜 옮김
|
|
|
몇 년 간 을지로 만선호프가 주변 가게들을 사들이면서 10여개의 가게가 사라졌고, 최근 '을지OB베어' 또한 새벽 강제집행으로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다시금 도시의 '젠트리피케이션'이 주요 화두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젠트리피케이션은 세계 곳곳에서도 원주민을 도시 밖으로 내몰고, 도시 양극화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미국 뉴욕 할렘가는 1990년대 초까지 흑인들의 주요 주거지역이었으나 빌 클린턴 정부와 뉴욕시 정보에 의해 시도된 '제2차 할렘 르네상스'를 통해 개발을 진행하게 되었고, 이후 임대료가 높아지면서 다수의 원주민이 떠나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으며, 시카고, 뉴욕 등의 도시는 일부 빈곤층이나 저소득층이 재개발이 이뤄지지 않는 도심지역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한 도시 내의 심각한 소득불균형 문제를 겪고 있죠. |
|
|
이렇듯 젠트리피케이션은 우리의 삶에 거대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데요. 혐오와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을 장르문학의 문법을 통해 공유해 온 N.K.제미신이 이번에는 신작 『우리는 도시가 된다』를 통해 '혐오와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도시의 탄생을 저지한다는 목표를 띠고 움직이는 평행세계의 존재인 적은, 혐오와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방식을 통해 계획적으로 도시를 장악하려 하는데요. 이에 대도시의 생명을 수호하는 '인간 화신'들이 적에 맞서게 됩니다. 이들 '화신'처럼,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 여러 문제에 맞서며 도시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지금 을지로에서 여전히 분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어보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자료
|
|
|
* 본 도서는 아르테(arte)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여성혐오와 이에 맞서는 여성들의 투쟁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다양한 책이 출간되거나 재조명되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가부장제와 여성 투쟁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었죠. 우리가 이 책들을 통해 알게된 것은 '역사는 끊임없이 반복'되며, 그렇기에 우리가 이 역사를 잊지 말아야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제 내일(5/10)이면 2027년 5월까지 대한민국의 국정을 책임질 새 대통령이 취임합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당선인인만큼, 이번 싸움은 유독 더 고단하고 힘들거라 예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늘 그래왔듯 남성이 지배력을 지닌 모든 제도와 정책에 강하게 맞서겠지만, 혐오의 역사가 되풀이되었듯 여성들이 애써 이루어놓은 여러 업적들을 원위치시키거나 퇴보하게 만드는 다양한 백래시들이 나타나겠죠. |
|
|
그렇기에 바로 지금이 가부장제가 뿌리내리고 진화해온 역사를 살펴보고, 성차별과 싸웠던 여성들의 역사를 떠올리며 우리의 전략을 세워볼 때가 아닌가 싶은데요. 마르타 브렌이 쓰고, 옌뉘 요르달이 그린 그래픽 노블 『가부장제 깨부수기』는 이 시점에 딱 적당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이 인상 깊었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내용은 시대의 반격에 맞선 여성들의 이름을 빼곡하게 나열한 페이지(p.22~25)였어요. 그들의 용맹함을 본받고 그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들의 이름을 알고 기억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저자는 우리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픽노블 특유의 생동감 있는 묘사를 통해 다양한 여성들의 용감한 활동을 따라가며, 우리도 조금 더 용기를 내보면 어떨까요? 가부장제는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겠지만, 우리는 늘 그래왔듯 우리의 길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서요 |
|
|
이 달의 번역가
강 경 아
약한 것들, 낯선 것들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하는 번역가. 대학에서 영문학을, 대학원에서 문화 연구를 공부하였고, 영화와 게임과 문학같이 상상력이 담긴 콘텐츠를 사회학적인 시선으로 뜯어보기를 좋아한다.
『페미니즘』 (데버라 캐머런 저, 강경아 옮김)
일상생활에서 성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말문이 막혀본 경험, 해본 적 있으신가요? 논리적인 듯 보이는 궤변에 ‘왜 저래?’,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라고 생각하지만, 나에게는 당연한 상식 같은 이야기를 이해시키기 위해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아득해지는 그런 경험 말입니다. 저는 아주 많은데요. 페미니스트임을 자처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저는 부끄럽게도 저의 무력함과 상대방의 닫혀있음에 금방 지쳐 대화를 포기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포기는 제가 옳다고 믿는 가치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현실에 대해 사실은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 이들에 대한 공부가 더욱 필요하다고 늘 느껴왔고요.
그러던 중 데버라 캐머런이 쓰고 강경아가 번역한 『페미니즘』이라는 책을 발견하였습니다. 제목이 직관적이고 명료하지요? 내용도 그만큼 직관적이고 명료하였습니다. 총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페미니즘과 성차별적 현실에 대한 대화 대부분의 주제가 되는 7가지 주제, 지배구조, 권리, 노동, 여성성, 성, 문화, 경계에 대해 하나씩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해당 주제에서 주로 쟁점이 되는 내용과 사람들의 인식, 그리고 그러한 문제에 대한 다양한 페미니스트들의 이론과 주장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데요. 굉장히 간단하고 쉽게 쓰여 있는 것 같지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줍니다. 읽는 내내 끄덕임과 밑줄 치기를 금할 길이 없었을 정도로요. 권김현영 선생님이 이 책에 대해 “짧게 읽고 오래 토론하기 좋은 책”이라고 쓴 추천사만 보아도 금방 예상할 수 있지만요.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번역가의 역자 후기가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번역으로 읽는 여성 서사인 만큼 책을 다 읽고 그 책에 대한 번역가의 소회를 읽는 것도 하나의 중요한 시간이었는데, 그걸 하지 못해 아쉬웠어요. 특히 번역가 본인이 ‘약한 것들, 낯선 것들의 목소리를 전한다’고 하였기 때문에 이 책을 번역하면서는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 무척 궁금했거든요. 나중에라도 번역가님의 목소리를 들어볼 기회가 있기를 바라봅니다 😊
메리 읽고 씀.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이 책에는 많은 페미니스트와 그들의 저작, 그리고 페미니스트가 읽으면 좋을 문학 작품이 등장합니다. 그 중 몇 가지를 아래에 소개해볼게요.
🐚 메리 :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번역을 공부하는 대학원생. 한 달에 두 번 번역 덕분에 읽을 수 있는 여성 서사를 소개합니다. 여성 서사가 모두의 것이 되는 날을 바랍니다. |
|
|
이 책은 초현실주의 여성 작가들에 대한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밝힙니다. 첫째로 당시 ‘남성 작가를 위한 뮤즈’ 정도로 여겨졌던 초현실주의 여성 작가들이 사실은 ‘뮤즈’가 아닌 ‘예술가’가 되고자 했으며, 자신을 예술가로 인정해주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도 뜻을 저버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였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이들에게 핵심적이고 불가분했던 관계가 남성 작가와의 연인 관계가 아니라, 여성 작가들간의 ‘파트너십’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삶 중심에는 ‘자매애’가 있었습니다. 편지와 사진, 구체적인 이야기를 통해 여성의 삶을 되짚어보는 휘트니 채드윅의 글은 오늘날 얕게 평가된 여성들을 어떻게 다시 볼 것인가 고민하게 하고, 당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여성과의 관계는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게 해줄 거예요.
🤓 함께 읽는 『뮤즈에서 예술가로』의 문장
1983년 남성 초현실주의자들이 여성을 뮤즈로 보는 관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레오노라는 과거를 돌이켜보고는 명료한 어조로 퉁명스럽게 답했다. “헛소리라고 생각해요. 내겐 누군가의 뮤즈가 될 시간이 없었습니다…… 가족들에게 반항하고 예술가가 되는 법을 배우느라 바빴거든요.” 오늘날 우리는 초현실주의 운동에 가담한 여자들을 예술가로, 서로가 서로에게 친구가 되어준 사람들로 기억한다. -p.305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윤선 읽고 씀.
🔍 윤선 : 여성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 만나고, '우리'와 맞닿는 지점을 찾아 들불레터에 소개합니다. 미술계에서 주로 활동하며 책을 만들고 미술에 대한 글을 씁니다. 아트북 <[ o o o ]>을 제작하고, 《교-차-점 交叉點》을 공동 기획했습니다. |
|
|
💌 POST-WOMAN: 우리는 메일 보내러 간다
가장 나다운 이야기를 전하고 새로운 앎을 나누고자 시작한 뉴스레터가 만들어 낸 새로운 기회, 그리고 그 기회를 마주한 여성들이 뉴스레터 너머의 이야기를 모두에게 전합니다. 이번 행사는 이메일 뉴스레터 서비스 <스티비>와 여성들의 커리어 상호 성장 커뮤니티 <뉴그라운드>가 함께 했습니다.
들불레터는 이번 행사의 <세션2. 뉴스레터로 자신의 커리어를 단단하게 만들어 나가는 POST-WOMAN>의 연사로 함께 하게 되었어요. 모처럼 오프라인 행사에서 많은 분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무척 떨리고 설레는데요. 신청을 원하시는 분께서는 아래 링크를 통해 신청하실 수 있어요. 그럼 우리 5/21에 만나요! 👋 |
|
|
들불레터, 어떠셨나요? 들불은 여러분의 의견과 이야기가 궁금해요.
아래 버튼을 클릭하시면 익명으로 의견을 남기실 수 있답니다!
|
|
|
들불레터 지난화 다시 보기
친구에게 들불레터 추천하기 아래의 링크를 주변에 공유해주시면, 들불의 내일에 큰 보탬이 됩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