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짧은 휴식기를 갖고 돌아온 들불입니다. 그간 모두 안녕하셨나요? 먼저 약속한 일자보다 조금 늦게 레터를 발행하게 된 점, 심심한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그리고 약 한 달간의 휴식기간 동안 들불레터를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도 함께 전합니다 💗 저는 5월 말에 갑상선유두암 수술을 받고, 이후 잘 먹고 잘 쉬며 회복에 전념했어요. 저는 주기적으로 받는 건강검진에서 암을 발견했고, 이후 병원의 발빠른 조치로 수술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어요. 여전히 피로감과 목의 통증이 남아 있지만, 그래도 조기에 발견한 덕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19년 기준 암 발생자 수 1위인 갑상선암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발생 비율이 4배 정도로 높다고 해요. 국내 암 발생 통계에서 무려 여성암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암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여러분도 2년마다 받는 건강검진 놓치지 마시고 꼭 받으시길, 혹여나 검진 과정에서 병을 발견하시더라도 회복 후 전과 같은 모습으로 레터를 쓰고 있는 제 모습을 떠올리며 무사히 지나시길 바랄게요. 그럼 오늘의 들불레터, 힘차게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 알림 : 레터 하단에 <사이버 지옥 : n번방을 무너뜨려라> 함께보기 모임의 신청 링크를 올려두었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려요!
🤝 들불이 만난 이야기
- 『그래서 우리는 법원으로 갔다』, 팀 eNd
- <경아의 딸>, 김정은 감독, 김정영·하윤경 출연
- <사이버 지옥 : n번방을 무너뜨려라>,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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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n번방 사건의 최초 보도 이후, 어떠한 방식으로 피해자들과 연대하고 계신가요? 국민청원을 통해 연대 의사를 밝히거나 sns에 디지털성범죄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는 등 온라인으로 연대하신 분들도 계실테고, 또 다른 n번방을 막기 위한 법령 제정을 촉구하는 시위에 참석하는 등 오프라인으로 연대하신 분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연대하신 분들도 계실텐데요. 여기, 우리가 '연대'하면 떠올릴 수 있는 온갖 방법을 총동원하여 디지털 성착취 범죄 'n번방'을 규탄하고 관련자들의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팀 eNd인데요. 이들은 n번방 가해자 재판을 방청하는 것은 물론 탄원서를 제출하고, 카드뉴스, 웹툰 등 이미지 및 공보물을 제작하여 배포하며 n번방 사건과 팀의 활동을 국내외에 알리고 관련 기사를 아카이빙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연대에 동참하는 단체입니다.
팀 eNd는 지난 4월, 그들의 활동일지이자 재판 방청 가이드, 디지털 성범죄 대처 방법 등을 담은 실용서인 『그래서 우리는 법원으로 갔다』를 출간하였습니다. 이 책의 앞날개를 펼치면 'n번방 사건' 주요 가해자 관계도가 등장하는데요. 언론에 자주 노출되어 익숙한 가해자들의 이름부터 처음 보는 방 이름까지 적혀있는 이 관계도는 우리를 경악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아직 놀라긴 이릅니다. 이어지는 페이지에서 디지털 성범죄자들이 제출한 반성문의 수를 보면 기가 차고, 이러한 반성문들이 실제로 작량감경을 받아내는데에 성공하여 검찰 구형량의 50-60퍼센트를 선고받는다는 내용을 보면 기가 막힐 노릇이 되니까요.
이 책은 디지털 성범죄자들이 받은 형량이나 재판 경과 등의 기록을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지만, 재판을 방청했던 활동가들의 활동일지를 담고 있는 책인만큼 법원에서 있었던 크고 작은 에피소드나 법원 주변의 맛집 정보도 담고 있어 두려움 속에서도 계속되는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활동가들이 힘을 내기 위해 잘 먹고, 힘을 전하기 위해 움직이는 모습에서, 함께라면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발견하는 동시에 다시 한 번 연대의 가능성을 믿게 됩니다. 누군가는 종종 이렇게 묻습니다. 연대의 방식마다 어떤 효용성이 있는지, 진정한 연대란 존재하는지 말이죠. 하지만 이 책 앞에서 우리는 그러한 물음이 중요하지 않은 것임을 알게 됩니다.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에게 손을 뻗어준다면, 그것이 어떤 방식이든 서로에게 가닿을 것이라고, 그렇게 서로의 체온과 감각을 나누며 우리는 좀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그저 믿으면서 말이죠.
🏷️ 내게 남은 건 결국 감사함이다. 이제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고마운 마음뿐이다. 무언가에 저항한다는 것, 특히 그것이 잘못된 관습일 때, 이 길은 더욱 힘들 것이다. 이런 길을 가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피해자들은 용기를 가득 내준 사람이다. 어려운 길을 포기하지 않고 가준 그들에게 감사하다. 누군가의 용기 뒤에는 또 다른 이들의 용기가 더해질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여럿이 된다. 세상이 그저 밝지만은 않겠지만, 순간순간의 행복한 기억으로 같이 살아가자고 손 내밀고 싶다. 항상 행복할 순 없지만, 조각조각 모아보면 내년에는 또 올해를 추억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아프지 말고, 아파도 같이 이겨내며 무던히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 p.168-169, 「안개 연대기」 중
🏷️ 그래서 '우리'는 계속 법원으로 간다. 시스템이 피해자, 약자, 소수자를 위해 존재하도록 여성들의, 시민들의 사법 감시운동은 이어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우리 살자. 악착같이 살아남자. 완벽할 필요도, 무결할 필요도 없다. 서로 다툴 수도, 실수할 수도 있다. 그 모두를 안고서 우리 각자의 속도대로 이 길을 계속 걷자. 우리는 많은 것을 바꾸어왔고, 바꾸고 있으며, 앞으로도 바꿀 것이다. 당신의 곁에 내가, eNd가 있겠다. - p.189, 「연대자 D의 추천의 글」 중
👓 함께 읽으면 좋은 자료
- 끝나지 않은 'N번방' 전쟁 (22.06.14, 일요시사)
- 한동훈 소통령 취임 직전 내쳐진 'N번방 해결사들' (22.06.07, 시사IN)
한동훈 체제 법무부의 출범 이후 다양한 성과를 이뤄온 법무부 산하 디지털성범죄 TF팀 소속 위원들이 대거 사퇴하였습니다. 이는 해당 팀의 팀장이었던 서지현 검사의 전대 복귀 명령 인사 때문이었는데요. 이에 서 검사는 사표를 제출하였고, 6월 2일 수리되었습니다. 법무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디지털 성범죄 대응 TF·전문위원회 활동과 성과> 자료에 의하면, TF팀은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대응대책을 연구하고, 성범죄 대응 형사사법체계를 확립하는 등 또 다른 디지털성범죄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군 내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법무부-국방부 업무협약 추진, 디지털 성범죄 보도 등 기준 정립을 위한 토론회 개최,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통해 관련 법률 제정 방안을 논의 등 다양한 분야간 협력을 통한 디지털성범죄 문제 개선을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또, 여러 홍보용상을 통해 정책을 홍보하며 계속해서 국민들의 관심을 촉구하였는데요. 이렇듯 걸출한 성과를 이뤄낸 TF팀을 아직도 해결해야 할 여러가지 문제가 산재한 상황에서 부당한 인사조치를 통해 (사실상) 해체시켜버린 것에 대해 법무부에 상당한 유감을 표하는 바입니다. 법무부는 조속히 디지털 성범죄 사건 대응을 위한 새로운 기구 신설 및 관계부처와의 협업을 처리할 것을 요구합니다.
- N번방 재판을 지켜보고 기록한 이름없는 시민들(22.06.08, 시사IN)
책에 담긴 팀 eNd의 활동과 팀eNd의 활동가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서 조주빈 재판 방청에 대한 이야기도 짧게 언급되는데요. 안개 활동가가 조주빈 일당의 떳떳한 태도를 언급한 책의 내용을 인용하며, 시사IN은 활동가에게 그 날의 감상에 대해 묻습니다. 이에 활동가는 이 날 방청석을 둘러보는 조주빈을 보며 섬뜩함과 두려움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이렇듯 방청객 또한 두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사건에서 피해자 보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는 재판부에 대한 내용 역시 책에 함께 기록되어 있어요. 자세한 내용은 위 기사와 책을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그 외 함께 읽으면 좋은 자료들
- "기초생활수급자로 생계유지" 선처해달라는 손정우 측... 검찰은 징역 4년 구형(22.06.09, 로톡뉴스) - #이미지바꿔 캠페인... 포털에서 특정 단어 검색하면 '성 편향 이미지' 노출돼(22.06.14, 리셋, 양평시민의소리) - 'n번방 1년', 남은 질문들(국제앰네스티X추적단불꽃 연재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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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감독의 첫 장편영화 <경아의 딸>은 경아(엄마)와 딸(연수)이 디지털성범죄라는 예기치않은 사건을 맞닥뜨리면서 겪게 되는 가족 간 균열과 일상의 흔들림을 그린 작품입니다.
경아는 술만 마시면 폭력을 행사하던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요양보호사 일에 전념하는 나날을 보내는 한편, 연수가 밤 늦게 택시에 타거나 자취방에 남성을 데려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연수를 단속하려 합니다. 연수는 그러한 엄마의 단속이 못마땅하지만, '세상에 하나 뿐인 내 편'인 엄마의 불안을 안심시키고자 노력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경아의 휴대폰으로 연수의 헤어진 애인 상현이 촬영한 둘만의 사적인 동영상이 전송됩니다. 이에 경악한 경아는 연수를 추궁하던 중 연수가 해당 동영상을 찍고 있단 걸 알았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걸레가 따로 없더라." |
유일한 내 편이라고 믿었던 경아가 자신의 괴로움을 이해하지 못한 채 비난을 쏟아내는 모습을 본 연수는 경아와의 연락을 끊습니다. 이후 고등학교 교사였던 연수는 교단에서 자신에게 꽂히는 학생들의 시선이 두려워 학교를 그만둡니다. 또, 지인에게 뿐만 아니라 온라인 상에도 유포된 동영상을 삭제하기 위해 사이버 클린센터와 계약하고, 변호사를 만나 상현의 범죄에 대해 법적 조치를 하는 등 홀로 고군분투합니다.
<경아의 딸>은 제목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연수가 겪은 사건을 토대로 앞으로 나아가는 경아의 이야기입니다. 연수에게 '걸레가 따로 없다'고 말하는 경아의 내면에는 과거 자신에게 '걸레년'이라고 했던 남성의 음성이 남아있습니다. 그 음성은 계속해서 경아를 따라다니며 '여성이 성범죄를 당하는 것은 여자 탓'이라는 남성사회의 그릇된 통제를 학습시킵니다. 이후 경아는 입버릇처럼 '다 내 탓이다 생각하면 맘 편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경아의 무기력과 자책감은 '우리의 힘으로 세상을 어찌할 수 없으니 그저 받아들이며 살자'는 남성 중심 문화를 내재화한 결과인 동시에 남편에게 가정폭력을 당하고, 동네에서 불쾌한 소문에 둘러싸여있는 경아에게 삶을 지속하기 위한 방편이자 가정을 지키기 위한 의도된 외면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연수와의 일을 계기로 이러한 내재화가 자신과 연수를 지킬 수 없음을, 더 나아가 끊임없이 그들을 해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연수가 경아에게 "엄마 탓 아냐. 내 탓도 아니고."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힘든 과정을 겪어 온 연수에게 그 말은 자책하는 엄마를 위로하기 위한 말이면서 스스로를 다독이기 위한 말입니다. 그리고 그 말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이 결코 우리의 탓이 아니라는 사실을요. 하지만 나에게 어떤 문제가 닥쳤을 때, 그 사실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습니다. 자책하고, 후회하며 스스로를 괴로움의 구덩이로 몰아넣죠. 그럴 때, 우리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떠올려주세요. 가까운 누군가를 찾아 도움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해주세요. 그리고 도움을 청하는 여성에게 우리 모두 이렇게 말해주기로 해요. 이 일은 당신의 탓도, 우리의 탓도 아니라고 말이에요. |
넷플릭스 <사이버 지옥 : n번방을 무너뜨려라>(이하 사이버 지옥)는 텔레그램 성착취를 세상에 처음 알린 추적단 불꽃부터 기성 언론사로서는 최초로 n번방을 보도한 김완, 오연서 <한겨레> 기자, 이 외 사건을 알리고 해결하고자 노력했던 관계자(경찰, 언론인 등)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사이버 지옥>은 사건을 시간순으로 나열하며, 텔레그램 성착취의 주요 가해자와 그들이 여성을 물색하고 벗어날 수 없게 만들었던 악랄한 범죄 방식, 언론에 노출이 될 때마다 나타나는 텔레그램방의 실시간 반응 등을 보여줍니다. 또, 경찰의 수사 과정을 통해 텔레그램 성착취를 주도했던 범죄자들이 성착취물을 유포하는 과정에서 벌어들인 돈을 어떤 경로로 전달받는지도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n번방은 세상에 알려졌고 검거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우리에겐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n번방과 디지털성범죄에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유입니다.
👀 다큐멘터리에서 언급된 기사 함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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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버 지옥 : n번방을 무너뜨려라> 함께 봐요! 🤝 * 일시 : 7월 9일 토요일 오후 9시
혼자 보기 두려워 시청을 망설였거나 이미 봤지만 분노를 쏟아낼 길이 없어서 답답했던 분들, 채팅으로 대화하며 함께 봐요!
* 본 모임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를 함께 보는 일회성 모임입니다. 들불레터 구독자는 물론, 구독을 하고 있지 않은 분들도 참여가 가능하니, 주변의 친구, 동료, 가족들에게 함께 보자고 제안해보세요! * 별도의 모임 참가비는 없으며, 모임 참여 링크는 모임 시간 시작 전 아래 설문지에 작성해주신 이메일로 공유드립니다. * 모임 참여를 위해서는 넷플릭스 구독이 필요하며,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중이 아니라면 참여가 어렵습니다. * 원활한 모임 진행을 위해 모임 시작 전 크롬 웹브라우저에서 'teleparty'라는 확장 프로그램을 미리 설치해주세요. 확장 프로그램 설치 방법은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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