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들불레터 발행인 구구입니다. 이번 들불레터는 은행나무 출판사와 함께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ESSE)시리즈를 소개하는 특집호로 발행하게 되었어요. 〈들불레터〉 특집호에서는 '왜 들불은 에세 시리즈를 읽기로 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시작으로 은행나무 출판사의 마케터, 편집자 분들이 소개하는 시리즈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들불에서 진행하는 북클럽 소식을 전합니다. 은행나무가 쓴 〈들불레터〉 특집호를 읽고 줄거리를 파악한 뒤, 제가 참여한 〈은근한 레터〉 특집호를 통해 각 도서가 담고 있는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면 시리즈를 이해하는데 더욱 도움이 되니 참고해주세요! 그럼 지금부터 은행나무 출판사의 애정 어린 도서 소개글을 함께 만나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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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불 X 은행나무 세계문학 특집호
▪️ 들불 구구가 참여한 <은근한 레터> (바로 읽기)
- 18~19세기: 『세구: 흙의 장벽』, 마리즈 콩데 - 1920~30년대 : 『나의 아이들』, 구젤 야히나
- 1939년~ : 『아이리스』, 엘레나 포니아토프스카
- 1950~1990년 : 『커다란 초록 천막』,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 은행나무 출판사가 참여한 <들불레터>
- 『지구에 아로새겨진』, 다와다 요코 - 『별에 어른거리는』, 다와다 요코
- 『커다란 초록 천막』,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 『아이리스』, 엘레나 포니아토프스카
- 『세구: 흙의 장벽』, 마리즈 콩데
- 『나의 아이들』, 구젤 야히나
💬 들불 에세 시리즈 읽기 모임 참여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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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격적인 책 소개에 앞서... 들불은 왜 〈에세ESSE 시리즈〉를 읽기로 했을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소설을 왜 읽을까?', 그리고 '왜 읽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부터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소설을 왜 읽을까요? 저는 책을 읽는데 가장 중요한 게 '재미'라고 말하는 독자입니다. 이 세상에 재밌는 게 책 말고도 얼마나 많습니까... 그러니까 재미없는 책을 읽느니 다른 재밌는 것들을 찾는 게 낫죠. 그런데 계속 책을 읽다보니, 이제 저는 어떤 책에서도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신묘한 능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자,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져볼게요. '재미'라는 조건을 소설뿐 아니라 어떤 책으로도 충족시킬 수 있다면, 우리가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은행나무의 에세 시리즈 중 한 권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마리즈 콩데가 쓴 『세구: 흙의 장벽』은 제목부터 낯설어요. '세구'라니... 이게 무슨 말인지 감도 안오죠. 침착한 독자는 먼저 '세구'가 뭔지 검색을 해봅니다. 아, 세구란 아프리카 서부에 위치한 말리 공화국의 도시명이군요. 그러면 이제 제목에 붙은 '흙의 장벽'이라는 말의 속뜻이 궁금해집니다.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결국 책을 읽는 수 밖에 없겠죠. 이제 『세구: 흙의 장벽』을 펼쳐 보겠습니다. 밤바라족이 지배하는 세구 왕국, 귀족 두지카 트라오레 가문, 포로로 잡혀온 페울족의 여성, 이슬람교... 이야기를 따라갈수록 온통 생경한 지명과 이름뿐입니다.
제가 책을 읽고 있는 장소는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의 동쪽 끝 어드메입니다. 저는 해외여행을 즐기는 독자가 아닌데다 도전정신이 부족한 탓에 어쩌다 가는 여행도 유명 관광지를 벗어나는 법이 잘 없습니다. 갑자기 이렇게 부연하는 이유는 제가 어쩌면 죽을 때까지 말리 공화국에 갈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만에 하나 세구에 간다고 해도, 제가 만나는 세구는 20nn년의 세구일테니, 18~19세기의 세구는 영영 만날 길이 없을 겁니다. 이런 제가 지금, 서울이라는 작은 도시에 앉아 18~19세기 세구에서 벌어진 어느 가문의 이야기를 읽으며 웃고 울고 있다는 건 놀라운 사실입니다. 그 시기, 그 곳에서 벌어진 일들을 마리즈 콩데라는 위대한 작가의 글을 통해 만나고 있다는 건... 정말 놀랍지 않나요?
아직 놀라운 이야기가 남아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작품의 중심이 되는 두지카 트라오레 가문에는 네 아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역사의 역동 안에서 각기 다른 운명을 맞이하는데요. 시대적 흐름에 따른 이들의 운명은 왜인지 다른 인종, 다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인데도 우리의 역사, 그리고 삶과 조금 닮아 있습니다. 우리는 공교롭게도... 그들의 삶을 통해 우리의 삶에 삐죽 튀어나온 요철들을 발견하고 어루 만지게 됩니다. 현재진행중인 역사의 민낯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물론, 불쑥 솟아오른, 미처 회복하지 못한 공동체의 상흔을 발견하게 되죠.
소설을 읽는 경험을 통해 우리는 개별적인 특수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확인합니다. 작중 인물들의 경험에 우리의 역사를 겹쳐보는 것은 물론, 오직 그들만이 놓여야 했던 가슴 아픈 역사의 흐름 모두 우리는 한 작품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그들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상상력'을 얻게 됩니다. 이때 상상력이란 어떠한 상황을 마치 꿈이나 환상처럼 떠올릴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타인에게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그들의 역사를 이해하고, 그들의 선택을 헤아리며 얻게 되는 공감력. 우리는 소설을 통해 이러한 공감력을 얻습니다. 공감력은 곧 '타자화'를 멈추게 만드는 힘입니다. 이뿐인가요. 공감력은 곧 자기이해로 이어집니다. 소설을 읽다보면 나를 찌르는 문장을 곳곳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소설은 나를 붙들어두고 묻습니다. "너라면 어떡할래?" 타인을 이해하는 일은 곧 나를 이해하는 일로 연결되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저는 소설이야말로 가장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자기이해를 불러오는, 훌륭한 자기계발서라고 이야기합니다.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시리즈는 우리가 그동안 읽어온 소설 중에서도 특히 나와 멀리 떨어져 있는 낯선 시대와 장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리즈입니다. 이를 통해 겪는 경험도 몹시 낯설고 소화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얻게 되는 고유한 감각이 있습니다. 나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존재를 경험하고 이해하는 경험, 그리고 멀리 떨어져 있었다고 믿어온 존재와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지는 경험을 통해 얻게 되는 공감력. 그를 통해 발견하는 현재와 나의 모습까지... 소설을 통해 얻게 되는 많은 것들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값지고 소중합니다.
'북클럽'이란 혼자 읽기 어려운 작품을 읽기 위해 존재하는 장치잖아요. 그래서 들불은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시리즈를 함께 읽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소화하기 어려운 책들을 다같이 읽으면 그래도 좀 더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오랜 시간이 걸려 마주하게 되는 값지고 소중한 감각을 나누는 경험은 우리를 더욱 끈끈하고 단단하게 결속시킵니다. 돈독한 유대감을, 놀랍게도 소설을 읽는 경험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것이죠.
더운 여름,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좋은 취미 중 하나는 독서입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여러분께 소설 읽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격동의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소설은 여러 힌트를 줘요. 특히 에세 시리즈는 역사와 연루된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단서들을 던져주죠. 우리에게 압박과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제안만이 가득한 책들 말고,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들려주며 '너는 어때?'라고 묻는 소설의 재미와 은근함 속에서 우리 삶에 놓인 문제들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아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그렇다면 지금 바로 은행나무의 에세 시리즈를 만나 보세요. 재미뿐 아니라 소설이 줄 수 있는 모든 기쁜 것들을 이 시리즈에서 발견하실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 들불 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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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유학 중 자신이 태어난 나라가 지구에서 사라진 Hiruko의 여정을 다루는 ‘Hiruko 3부작’의 시작. 더 이상 한곳에 정착해 머무르지 못해 팔랑팔랑 부유하며 살아가는 Hiruko는 같은 모어를 사용하는 ‘고향 사람’을 찾기 위해 떠납니다. 이 여정에 덴마크 언어학자 크누트를 비롯해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친구들이 차례로 합류합니다. 언어 사이에 흐르는 작은 실로 연결된 Hiruko와 친구들은 불확실하고 유동적인 액체 시대를 함께 헤엄쳐가며, 낯선 말들 속에서 서로를 만나고, 지구 곳곳에 흩어진 언어의 흔적을 발견하면서 “주어가 없는 여행”을 계속합니다. 이들의 말-여행은 그때그때 도착한 곳에 따라 즉흥적으로 변신하는 바람의 춤을 닮았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그야말로 노는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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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ruko 3부작’의 2권. 이번 여정의 무대는 영화와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덴마크 코펜하겐의 독특한 병원입니다. 그곳에는 괴짜 의사 베르마와 병원 반지하에 살며 설거지 노동을 하는 문문이 있습니다. 접시에 남은 얼룩을 통해 인간의 운명을 점치며 밤하늘에 뜬 별의 신호를 해석하는 문문. 지하와 천공의 존재인 그가 책의 처음과 끝을 여닫는 동안, Hiruko 일행은 언어를 잃어버린 친구를 만나기 위해 코펜하겐의 병원으로 모입니다. 각자만의 여행길에서 굳게 봉인된 기억의 문을 열고 환기해주는 것은 별난 농담과 뜬구름 잡는 수다, 논점을 이탈한 말들입니다. “기발한 우연이 빛나는 실험적 동화이자 오디세이”이자, 맑고 깊게 우려낸 국물 같은 다와다 요코만의 능청과 수다를 엿볼 수 있는 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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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스탈린 죽음 이후 격동의 모스크바, 당시 어린 소년이었던 일리야・미하・사냐는 새끼 고양이를 계기로 친구가 됩니다. 셋은 문학 교사의 가르침과 러시아 문학 애호가 모임인 ‘러문애’를 통해 견고한 우정을 쌓아갑니다. 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단연 빛나는 것은 엄혹한 검열 속에서 피어난 예술 작품들의 연결망이자 생존 방식이었던 지하출판물, 사미즈다트입니다. 소설은 그 비밀스러운 해방감과 함께 이에 얽힌 다채로운 삶의 궤적을 다룹니다. 양심과 생존의 이분법을 강요하는 험난한 시대에서 사랑하고 꿈꾸고 욕망하며 살아갔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무대로 데려와, 러시아 현대사를 방대하게 아우르는 숲으로 엮어낸 울리츠카야의 여운 깊은 수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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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 포니아토프스카는 이렇게 말했었지요. “나는 멕시코에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멕시코의 모든 것에 지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아이리스》가 자전적인 경험을 담은 소설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우리는 마리아나 안에서 엘레나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특권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에서, 인종적 혼혈로서 프랑스 교민 공동체에도, 상류층 외지인으로서 멕시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소외감을 느끼고 자신이 알던 안온한 세계가 깨지는 것을 겪은 뒤 성숙해가는 과정은 작가 자신의 경험이기도 할 것입니다. 《아이리스》는 라틴아메리카 증언문학의 대표 작가로 멕시코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증인들의 경험을 문학에 녹여내었던 그가, 자기 자신이 직접 목격한 것들에 소설적 상상을 더해 멕시코의 한 시절과 그 속에 살던 모순적이고 입체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히 담아낸 작은 세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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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아프리카, 종교전쟁…… 이 소설을 이루는 키워드들이 묵직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두툼한 책의 물리적 무게도 제법 묵직하고요. 하지만 트라오레 가문 구성원들의 파란만장한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보면 제국주의, 이슬람 종교 분쟁, 인종 문제 등은 종이 위에 나열된 차가운 사실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인물들의 삶을 형성하는 실질적인 사건들로 다가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덮치는 거대한 파도에 함께 휩쓸려 이리저리 밀려다니다 보면 복잡하고 장대해 보이는 서사와 주제들은 개인적 ‘경험’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되지요. 마리즈 콩데는 이 소설을 ‘아프리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답으로 썼다고 했습니다. 이 책은 사랑하기 어려운 아프리카를 사랑하기 위해 대륙의 명암을 속속들이 파헤쳐야 했던 작가의 여정이며, 독자들에게는 그를 따라 18세기 세구 왕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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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 진실만을 보여주고 있다고? 단지 두려워하지 않고 두 눈을 뜬 채 강바닥을 걸으며 수 세기 동안 보존해온 순수한 진실을 마주할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뿐이라고?” 소설의 에필로그에서 볼 수 있듯이, 1941년 독일 침공 당시 스탈린 소련 정부는 약 50만 명의 볼가 독일인을 중앙아시아 및 시베리아 일대의 특별 거주지로 강제 추방했습니다. 소설은 이렇게 강제 이주당하기 전까지 볼가강 유역에 살았던 평범한 독일계 러시아인 바흐의 비극적 생애와 그가 쓴 100편의 옛날이야기를 통해 시대의 격변을 우화적으로 그려내면서, 거대한 역사적 흐름의 진실을 보여줍니다. 디아스포라 문학 전통을 이으면서 시적 문체로 구현한 새로운 감수성의 이 소설은 “20세기 가장 거대한 비극에 갇힌 개인들”의 삶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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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불 〈에세 시리즈〉 읽기 모임
은행나무 출판사의 소개글을 읽고 에세 시리즈가 궁금해졌지만, 혼자 읽고 소화하기 막막해서 주저하고 계시는 분들... 분명 계실 것 같아요. 이런 분들을 위해 마련한 들불의 <에세 시리즈> 읽기 모임! 아래 링크를 통해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 <커다란 초록 천막> 읽기 모임은 마감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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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나무 X 들불 〈은근한 책방〉 팟캐스트
얼마 전, 들불레터의 구구가 은행나무의 제이 님을 만나 우리가 사랑하는 은행나무세계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하는데요. 구구의 뻐렁치는 세계 문학 사랑을 만나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에세 시리즈를 글이 아닌 음성으로 먼저 만나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준비한 특집편,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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