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들불레터에서는 들불에서 진행예정인 프로그램들을 소개하고, 은행나무 출판사와의 협업 2탄 〈환상하는 여자들〉 시리즈 소개를 이어 갑니다. 다음주 수요일(8/14)에 찾아올 들불레터에서는 지난 107화에서 논의했던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로 다시 돌아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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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불의 새로운 소식들
- 『떠오르는 숨』 워크숍
- 『5년 차 디자이너의 건설 현장 도배사 도전기』 북토크
📚 환상하는 여자들 시리즈
- 『Y/N』, 에스더 이
- 『우주의 알』, 테스 건티
- 『마녀들』, 브랜다 로사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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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자와 함께 하는 《떠오르는 숨》 워크숍!
흑인 퀴어 페미니스트 알렉시스 폴린 검스의 책 《떠오르는 숨》을 중심으로, 흑인 페미니즘 강연, 글쓰기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는 워크숍이 열립니다. 해양 포유류로부터 흑인을 포함한 인간종의 생존을 모색하는 이번 책을 통해 해양 포유류와 흑인을 학살하는 세계에서 살아남은 '우리' 존재에 대해 자각하고, 해양 포유류와의 연대, 해방의 새로운 인식을 만드는 시간을 가집니다.
- '흑인 페미니즘' 강연: 8/28(수) 오후 8시
- 《떠오르는 숨》 북클럽: 9/4(수) 오후 8시
- 글쓰기 활동: 9/11(수) 오후 8시
- 이끔이: 김보영 번역가, 접촉면 운영자
- 방식: 온라인
- 참가비: 60,000원 (도서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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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차 디자이너의 건설 현장 도배사 도전기》 북토크
들불의 직업박람회, 두 번째 시간에는 디자이너의 삶을 잠시 내려두고 '도배사'라는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신 재간냥이 님의 이야기를 들어 봅니다. 도배사라는 직업을 갖기까지의 이야기는 물론, 도배사로서 겪는 기쁨과 슬픔, 실용적인 팁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주실 예정이니,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 드립니다.
- 일시: 8/22(목) 오후 8시 (120분)
- 이끔이: 저자 재간냥이
- 방식: 온라인
- 참가비: 22,000원 (도서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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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을 어떻게 그리워할 수 있는 거지? 언젠가 만나고 싶은 누군가를. 어쩌면 미래를 그리워할 수도 있는 걸까?"
"나는 이미 여기 있었다. 이 삶의 한가운데에, 놓친 기회들의 행렬 속에, 스스로의 평범함을 매 순간 힐난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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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더 이의 작품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환상하는 여자들' 시리즈의 기획 의도를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환상하는 여자들〉은 '환상하다'를 "현실 이면에 존재하는 꿈, 이상, 욕망, 공포와 같은 환상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틈새를 열어주고 그 틈새에 고유한 세계를 짓는 행위"라고 정의하며 독자가 '환상'이 지은 세계에 현혹되어 참여하길 바라며 만들어진 시리즈입니다. 기획 의도를 알고 나면, 《Y/N》를 읽으며 느끼는 생경함이 조금은 이해됩니다. 독자는 《Y/N》에서 지어진, 현실과의 경계를 흐리는 팬픽의 세계속에서 구토를 할 것 같은 어지러움을 느끼게 되거든요.
《Y/N》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POP 보이그룹 멤버 문이 은퇴를 선언하고, 그에게 사로잡힌 여자가 베를린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에 와 그를 찾아 다니는 내용입니다. 심플하지만 왠지 구미가 당기는 줄거리죠? 그러나 이 책은 이보다는 더 심오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정체성을 고정하는 행위에 대한 문제의식은 물론, 실재하는 것과 환상하는 것 사이의 구분에 대한 질문 등 다양한 논의가 출발하는 작품이죠. 동시에 매혹적인 것을 탐닉하는 "사랑"의 본질은 무엇이며 그것은 지금 이 시대에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기묘하고 끈적거리는 사랑, 그 장면을 만나고 싶은 분들은 지금 바로 《Y/N》을 펼쳐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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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자와 함께 읽는 《Y/N》!
테스 건티의 《Y/N》을 역자 최리외 님과 함께 읽어 봅니다.
- 일시: 8월 14일(수) 오후 8시 (120분)
- 방식: 온라인
- 이끔이: 최리외 번역가
- 참가비: 10,000원
* 도서는 각자 준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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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랜딘이 가장 살아 있다고 느낀 순간에, 그녀는 아무것도 아닌 변수일 뿐이었다. 분노가 뭔가 태울 것을 찾아서 채굴하는 것처럼, 그녀를 자신에게서 퍼낸다."
"이게 보통의 환상이 아니라는 건 그녀도 안다. 하지만 더 이상 '보통'이 좋은 거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보통을 누가 뭐라고 부를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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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알》은 제가 〈환상하는 여자들〉 시리즈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미국의 가상 도시 바카베일의 '토끼장'이라 불리는 낡은 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을 다룬 이 작품은, 18살 소녀 블랜딘 왓킨스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운명을 다룹니다.
제가 특히 좋아하는 부분은 자신의 부고 기사를 직접 작성하는 유명 여배우 엘시의 '부고 기사' 파트입니다. 그는 '자가 부고 기사'에서 자신의 삶을 피그미세발가락나무늘보와의 연결과 상호의존성을 통해 묘사합니다. 자신의 유골 절반이 이 나무늘보가 수영하는 바다에 뿌려질 것이며, 유골의 4분의 1은 맹그로브 나무 뿌리에 뿌려져 그가 이것을 먹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죠. 또, "엄선한 인생 교훈들"을 중 하나로 "당신이 걷는 길, 당신이 먹는 음식, 당신이 가진 직업, 당신이 고르는 교통수단, 당신이 사는 미용 제품, 당신이 보는 드라마, 당신이 누르는 링크, 당신이 열차에서 앉는 방식, 당신이 웨이터에게 말하는 방식, 당신이 커피를 마시는 방식. 모든 게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걸 믿을 방법을 찾아라. 설령 취하지 않았을 때에도."라고 적습니다. 이후 그는 자신이 죽음을 만났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을 '믿든 안 믿든', 분명히 일어난 '진짜 실화'라고 강조하죠. 조금 우습게 느껴지는 이야기죠? 그러나 그의 이야기 속에는 망가져버린 성기를 움찔거리게 만드는 죽음과의 로맨틱한 만남이 '진짜' 담겨 있고, 이 만남을 통해 '진짜 나'를 보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의 아들은 부고 기사를 끔찍하게 여기지만, 어찌됐건 엘시는 죽음을 연민과 동정을 유발하는 최후의 결말이 아닌 "내가 나 자신을 본" 지극히 일상적인 사건으로 인식하며 '자가 부고 기사'를 마무리 합니다. 끝으로 엘시는 이렇게 말합니다. "명성과 죽음에 관한 결론: 둘 다 아주 외롭고 지루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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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펠리시아나가 어떤 사람인지, 팔로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그 여자들을 알고 싶었다. 그리고 곧 나는 내 동생 레안드라와 우리 엄마를 더 잘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한 나 자신을. 한 여자를 제대로 알려면 먼저 스스로를 알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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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서는 얼마 전, 200년 만에 첫 여성 대통령이 나왔습니다. 자신을 '68운동'*의 딸이라고 소개하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은 환경공학자 출신으로, 친환경적인 개발 등을 추진하는 동시에 마약 카르텔과 폭력, 치안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품고 대통령으로서의 첫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멕시코는 1953년이 되어서야 여성 투표권을 보장한 곳으로, 젠더 폭력이 만연한 공간이기도 한데요. 그렇기에 첫 여성 대통령의 배출은 큰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멕시코의 모든 지역에서 여성의 힘이 미약한 것은 아닙니다. 멕시코의 테우안테펙 지역 여성들, 그 중에서도 사포텍족은 '전사'의 힘을 가진 용감한 존재들로 여겨지는데요. 이 지역을 포함해 멕시코 남부에서는 성소수자를 전통 가족의 구성원으로 존중하는 진보한 문명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중요한 특징입니다. 이러한 문명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바로 '무셰'(muxe)의 존재입니다. 무셰는 스페인어로 여자를 뜻하는 '무헤르'에서 파생된 단어로, 《마녀들》의 옮긴이 주에 따르면 "생물학적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여성으로 정체화하는 이들과 생물학적 남성으로 태어났으며 동성애자 남성으로 정체화하는 이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마녀들》은 남자로 태어났지만 여자로 살아온 팔로마가 살해 당한 사건으로 시작하는 작품입니다. 팔로마 살인사건을 취재하기로 결심한 '조에'는 팔로마의 사촌인 '펠리시아나'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팔로마의 삶의 궤적을 추적하는 동시에 자신의 삶과 가족과의 관계를 돌아보게 돼요. 팔로마는집안의 유일한 남자 손주로,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를 도와 의식을 집전합니다. 여기에서 '의식'이란, 치유자이자 샤먼, 마녀로서의 의식을 말합니다. 그들 집안은 말을 사용해 치유의 기적을 행하는 일명 '언어의 치유자' 집안이거든요. 팔로마는 태어날 때 팔로마가 아닌 '가스파르'였기 때문에, 치유자의 길을 걸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그녀는 여자로 태어난 펠리시아나에게 계승해 집안의 첫 여성 치유자를 탄생시킵니다. 한편, 팔로마 살인사건을 취재하는 조에는 펠리시나와의 인터뷰 과정에서 자신의 엄마를 떠올립니다. 조에의 어머니는 조에에게 일어날 일들을 예감하는 능력이 뛰어난, '직감'을 가진 인물입니다. 이렇듯 교차하는 이야기 속에서 조에, 펠리시아나는 서로 다른 세계에서 온 여자들이지만 비슷한 경험을 겪고 있단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 책에서 특히 흥미로운 점은 팔로마도, 펠리시아나도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지만 언어의 힘을 가장 힘주어 강조하는 인물들이라는 사실입니다. '마녀들'에 따르면 언어는 "우리가 넘어졌을 때 일으켜주는 것"이자 본질을 꿰뚫고, 이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며, 창조의 힘을 전하는 전달자입니다. 그들은 이러한 힘을 전달 받은 사람들이 또 다시 자신만의 세상을 창조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치유와 회복의 공간이자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세상으로서의 힘을 말이죠.
* 68운동: 1968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혁명으로, 자유와 민주주의를 요구했던 사회운동입니다. 멕시코의 68운동은 7월에 시작되어 10월 2일 틀라텔롤코 학살 사건(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의 틀라텔롤코 광장에서 시위를 하던 학생, 시민들을 멕시코 정부가 학살한 사건)으로 끝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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