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들불입니다. 오늘은 '공동체'를 키워드로 한 이야기를 이어가 보려고 합니다. 지난 107화에서 '이상화된 공동체'에 대한 문제의식을 길어 올리고 질문을 던졌다면, 이번에는 『불화와 연결』을 중심으로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고민해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눠 보려고 해요. 책 속 두 명의 인터뷰이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공동체 내부에서 공동의 감각을 느끼기 위해 거쳐야할 작업은 무엇인지 살피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들불이 만난 이야기
『불화와 연결』, 김고은 지음
▪️ 애쓰지 않는 느린 연결 - 지역의 이웃청년 총총
with 『진실과 회복』, 주디스 루이스 허먼
▪️ 판단하지 않는 정의 - 기후운동가 은빈
with 『처벌 뒤에 남는 것들』, 임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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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와 연결』은 '공부하는 인터뷰어' 김고은 작가가 쓴 인터뷰집입니다. 그는 인문학공동체 <문탁네트워크>에서 동양고전을 공부하며 '우리', '연결'과 같은 단어들에 오랜 시간 집중해온 사람입니다. 그간의 공동체 생활에서 그러모은 질문들에 대한 첫 번째 응답으로 그는 『함께 살 수 있을까: 타인과 함께 사는 법을 고민하는 청년 인터뷰집』을 냈는데요(부끄럽지만 이 책에는 저도 인터뷰이로 참여했답니다 ☺️). 『불화와 연결』에서는 불화하기를 멈추지 않는 청년들과의 만남을 통해 요철 가능한 세계에서의 연결됨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고군분투하며 세워놓은 모래성을 쓰러뜨리고"* 그 다음에 또 모래성을 쌓는, 밀려드는 파도와 부딪히고 쓸려나가지만 계속 그 자리에 모래성 쌓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세계를 자신만의 패턴으로 직조하는 개성 넘치는 가능성들의 힘을 발견합니다. 오늘은 그 중 두 명의 이야기를 통해 연결의 씨앗을 발견하는 작업을 해보려고 해요. 여러분도 오늘 들불레터를 통해 그들이 선사한 가능성을 내 주변으로 확장시키는 작업을 시도해보시길 바라며 오늘의 이야기 시작해보겠습니다.
* 『아무튼, 잠수』, 하미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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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 않는 느린 연결 - 지역의 이웃청년 총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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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총은 강화유니버스라는 세계에서 여러 행동을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탁월한 '이야기꾼'인 총총은 '이웃'이라는, 어느새 우리에게 사어(死語)가 되어버린 단어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일을 합니다. 또, 그는 <청풍>이 만든 세계관, '강화유니버스'에서 스토리를 만드는 일도 하죠. 더불어 그는 일상 속에 비일상의 경험들을 기입시키며 익숙한 삶을 예술적인 장면으로 탈바꿈시킵니다. 두 작업은 시너지를 일으키며 강화유니버스를 확장시켜요.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고, 익숙한 풍경을 생경한 장소로 만들면서 '강화'라는 세계를 다른 지역의 사람들과 연결되는 강줄기로, 돌고 돌아 다시 돌아오는 물살로 만들어내죠. 그런 의미에서 제가 바라본 총총은 보의 수문을 여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풍물시장은 공간 자체가 어머님들이 항상 일하던 곳이잖아요. 매일 평상복을 입고 김치를 무치는 공간인데, 거기서 분장하고 북을 치면서 퍼레이드를 했어요. 내가 살았던 일상적인 시공간이 전환되고 뒤집히는 경험인 거죠. (...)" (p.66)
총총은 마음 속에 많은 형용사를 품고 있는 사람입니다. 신기한, 재미있는, 보이는, 느끼는, 다채로운 감각을 자주 느끼고 또 감탄하며 협동조합 청풍을 만들어가요. 총총의 인터뷰를 읽다보면, 그가 전하는 경쾌한 리듬에 왠지 몸을 들썩이게 됩니다. 오직 글로만 그를 만났을 뿐인데, 그에게 풍덩 빠져드는 경험을 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총총은 독자든, 강화에 방문한 사람이든 누구든 환대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환대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저 '우리 환대합시다' 하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마음을 거기에 쏟아야"하는 일이죠. 총총은 몇 년 전 발생한 지역의 성폭행 사건에서 이러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몇 년 전, 지역에 성폭행 사건이 있었어요. 피해자가 고소하는 과정을 1년 정도 저희가 쭉 같이했고, 지금도 계속 지지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지역 안에서 단순히 재밌거나 잘 즐기는 것뿐만이 아니라 서로에게 안전망이 되어 주고 공통의 가치관을 쌓아 갈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p.69)
총총 개인에게 이 사건은 오랜 기간 마음앓이를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무력감에 휩싸이고, 폭력에 노출되었다는 감각을 지속적으로 느끼게 만들었죠. 그러나 그는 강화를 지키기로 합니다. 이 사건을 "공동의 문제로 인식하면서 변화를 만들려고" 결심하죠. 총총의 결심은 우리가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도록 만드는데요. 이러한 사건은 잘못한 한 사람을 쫓아내는 일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건은 연루된 모두의 진실을 되돌아보도록 만들기 때문인데요. 사건은 모두에게 회복이 어려운 상처를 남기는 것뿐 아니라 내가 (가해자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혹은 익숙한 무언가를 '제대로' 보지 못함으로써) 가해에 가담해왔다는 감각을 느끼기도 하고, 어떠한 행동으로 인해 훗날 처벌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이기도 해야 하죠. 또, 서로에 대한 묘한 불신을 경험하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사건은 특정 시점에 단일하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건 전후로 계속해서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하나의 사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많은 대화와 지난한 시간들을 견뎌야 합니다.
총총은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는 사람입니다. 황폐한 마음으로도 걸음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죠. 그는 <청풍> 멤버들과 함께 성인지감수성 교육을 받고, "동네에서 익숙하게 넘겼던 문화를 되짚어 보기 시작"합니다. 또, 강화에 사는 사람들과 오는 사람들 모두에게 약속문을 쥐여 주죠. '웰컴 퀴즈'를 통해 약속문의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 또한 빠뜨리지 않고요. 그는 '안심'을 중요한 키워드로 삼고, 더욱 재밌기 위해, 즐겁기 위해 계속 걸어 나갑니다. "각자의 속도나 방향을 존중하면서" 말이죠.
"저는 재미를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거든요. 어떻게 하면 더 재밌을까? 더 즐거울 수 있을까? 그런데 성폭행 사건이 일어나면서 재미가 있으려면 서로 존중하고 내가 안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있어야 하는구나, 그래야지 마음 붙이고 오래 지낼 수 있구나, 하는 게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어요." (p.75)
저는 총총의 사례를 보면서, 주디스 루이스 허먼의 『진실과 회복』을 떠올렸습니다. 이 책에는 한 사례가 등장하는데요. 2014년, 〈하버드 크림슨〉이라는 대학신문에 한 익명의 성폭행 생존자가 「친애하는 하버드여, 내가 졌다」라는 편지를 실은 일입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가해 학생에 대한 징계 조치가 아니라, 가해 학생을 다른 기숙사로 보내는 것이었다고 밝힙니다. 그러나 학교의 행정 담당자들은 "신고하지 말고, "가해자를 용서하고 네 갈 길을 가라""라고 조언하죠. 그는 이 사건에서의 문제는 "성폭행 사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시스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써요.
"이 사건은 나의 패배로 끝났을지 모르지만, 우리가 이런 사건들을 공동체로서 어떻게 처리하고 싶은지를 토론하기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 친애하는 하버드여, 이 싸움에서는 내가 졌을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아직 목소리가 있다. 나는 이러한 상황이 바뀔 수 있도록 내 목소리를 최대한 사용할 계획이다." (『진실과 회복』)
이어 저자는 아티스트 겸 공동체 활동가인 키라 존스의 이야기를 통해 CARE라는 단체('인지하고 대응하고 교육하는 센터')의 사례를 들려주는데요. CARE는 성폭행 생존자를 위한 상담 서비스 외에도 지지 그룹을 제공하고, 연극 활동 등을 통한 예방 활동을 이어 갑니다. 저자는 CARE의 활동을 "더 안전하고 더 공정한 대학 공동체를 창조하는데" 중요한 작업이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총총이 큰 분노와 무력감을 안겨준 사건을 계기로 강화유니버스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하버드의 성폭력 생존자와 CARE 역시 개인적, 조직적인 노력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시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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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빈과 공동체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은빈이 섰던 재판장에서의 최후진술을 먼저 나누고 싶습니다. 그가 전한 최후의 진술이 곧 그의 삶을 드러내보이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평화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내가 누군가에게 폭력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과 '내가 누군가에게 폭력을 가할 수 있다는 두려움' 사이의 팽팽한 긴장 상태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불편한 두려움을 함께 품고 그 사이에서 갈등할 때, 비로소 '평화'라는 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 유해한 사회 구조 안에서는 그 어느 누구도 무해한 존재로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 누구도 구조적인 폭력 앞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모두가 동조자이거나, 방관자이거나, 희생자입니다. (...) 지구 생태계는 인류 문명에 의해 위협을 받고 있다는 현실 앞에서 우리는 너무나도 선명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p.107-108)
은빈은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과 '재물손괴' 형사재판, 두 개의 재판을 치렀습니다. 그는 동료와 함께 분당 두산타워 앞 로고 조형물에 녹색 스프레이를 칠했어요. 베트남에 선탁화력발전소를 짓겠다는 두산종공업의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서였죠. 이 사업은 한전(한국전력공사)도 참여한 2조 6천억 규모의 국가사업으로, '붕앙-2' 사업으로 불립니다. 은빈은 스프레이를 뿌린 후 벌금형을 선고 받으며, '보다 적절한 방법을 강구하라'는 재판부의 소견을 듣습니다. 이때 우리에게는 질문이 남습니다. '보다 적절한 방법'은 도대체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 말이죠.
광주비엔날레에서 열린 '세대간 기후범죄 재판소(Court for Intergenerational Climate Crimes, CICC)에서도 은빈은 '붕앙-2'를 베트남에 지으려는 정부에 대해 말합니다. 그는 한국 재판소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범법자'였지만, 이 자리에서만큼은 "기후범죄를 목도한 증인"으로 자리에 섭니다. 범법자이자 목격자로서 그는 계속해서 기후범죄에 대해 논하는 한편, 정치 운동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뒤트는 방식으로 청년들이 사회운동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체제가 불만족스럽고 적응하고 싶지 않거나 적응할 수 없는 사람들이 가시화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침묵하거나, 자살하건, 병원에 가서 약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요. (...) 개개인으로는 절대 못하죠. (...) 조직에서 서로가 서로의 힘을 발견하다 보면 언젠가 임계점이, 드러내지 않으려야 드러내지 않을 수 없는 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렇게 하는 정치 운동을 생각하고 있어요." (p.114)
그가 최후진술에서 "동조자이거나, 방관자이거나, 희생자"라고 밝힌 데에는 역사가 있습니다. 초등학생 때, "누군가를 괴롭혔던 경험, 그리고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닫고 괴로웠던 경험"이 있었거든요. 또, "정직하게 반응"하며 살아가기를 결심한 것 역시 자신이 따돌림을 주도하는 동안 주변에서 '이건 아니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로부터 얻은 통찰이었습니다.
이후 <청년기후긴급행동> 내부에서는 성폭력 사건이 발생합니다. 성폭력 대책위가 조직되고, '성폭력 사건 이후, 공동체적 회복'이라는 이름의 공개 토론회가 열렸죠. 공동체는 피해자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가해자 교육 환경을 만드는 등의 해결책을 함께 고안합니다. 또, 대책위가 떠난 자리에 '반성폭력 기구'를 상시기구로 신설함으로써 이 문제가 한 차례의 헤프닝으로 그치지 않을 수 있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줬죠. 그들은 자신들이 "가해와 피해자가 발생한 환경"임을 넘어서 "가해의 주체이고, 공범자"이며 동시에 "각자의 피해와 불안을 상기하게 되는 피해자"라고 말합니다(『공개 토론회 자료집』 중). 이어 그는 이 문제를 '똥을 퇴비로 바꾸어 놓는 작업'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세상에 누군가는 계속 똥을 싸는데 그걸 막을 수는 없어요. 그 똥을 방치해 놓거나 계속 피해 가면 벌레가 꼬이고 악취가 나요. 하지만 그걸 긁어서 퇴비함으로 옮겨 놓으면 달라지잖아요. 충분한 시간이 지나거나, 혹은 생명력이 있는 토양이라면 자체적으로 거름이 되니까요. 손가락질하는 게 아닌, 품는 방식의 정의도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토론회에서 누가 무슨 잘못을 했고, 이런 거에 집중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해야 될 이야기가 정말 많아요. 가해자 후속 조치는 분명 있겠지만, 중요한 건 이제부터 시작되는 게 있다는 거죠." (p.132)
"가해자를 내쫓은 채 없던 일로 하고 단절의 방식으로, 응보적으로 되갚아 주는" 처벌이 성폭력과 같은 사건을 대하는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기존의 방식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이러한 접근은 생경하게 느껴집니다. 어쩌면 부당하게 느끼는 분들도 계실 것 같고요. '응보적 사법'의 한 사례로는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일이 있습니다. 신상을 공개하는 일은 '처벌만능주의' 혹은 '엄벌주의'에 의해 사건에 접근하는 방식 중 하나인데요. 이는 정작 사람들의 모든 관심이 범죄자 한 명의 얼굴에만 쏠리게 해, 공동체가 계속해서 강구해나가야 할 대책에의 조명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게 만들기도 합니다. 경향신문은 <누구를 위한 신상공개인가?>라는 기사에서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일이 "공공의 이익"을 달성하는데 어떠한 효과를 가지는지 분석하였는데요. 이들에 따르면, 신상공개제도의 도입 이후 범죄 발생건수가 줄었다는 경찰청 자료와 달리, 강력범죄와 성폭력처벌법 위반 건수는 도리어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기사 말미에는 법조계에서 언급되고 있는 "회복적 사법"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피해자가 원하는 것에 주목하고, 가해자 역시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범죄'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이야기해야한다는 개념입니다. "회복적 사법"은 은빈이 이야기한 "공동체적 회복"과 맞닿아 있습니다. "여전히 더 큰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우리가 만들어 갈 세상의 구성원으로서 다르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회복적 정의의 목표라는 점에서 말이죠.
'회복적 사법'과 관련해서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바로 임수희 판사의 『처벌 뒤에 남는 것들』인데요. 저자는 기존의 응보적 형사사법의 한계를 밝히며 논의를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회복적 사법의 핵심에 '대화'가 있으며, 대화가 펼쳐진 사례들을 선보이죠.
"“피고인이 회복적 사법 프로세스를 통해서,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이해와 용서를 구하고, 피해자에게 벌어진 자기 행위의 결과를 좀 더 실질적으로 이해해서 피해를 회복할 방법을 찾아 형사처벌을 넘어서는 진정한 책임을 지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재범을 덜 저지르고 사회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잘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처벌 뒤에 남는 것들』 중)
<청년기후긴급행동>이 성폭력 사건에 대해 토론회를 열었듯, 우리 사회에도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고, 그가 원하는 실질적 피해회복을 가능하도록 만들며,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고민하는 대화의 장을 여는 순간들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리멸렬한 논의와 무관심 속에서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하기보다 공동체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도록 공동체의 구성원인 우리가 적극적인 말 걸기를 시도한다면, 어쩌면 우리도 살아볼 만한 세계를 지어올리게 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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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며: 연결되기 위해 불화하고, 불화하며 연결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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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와 연결』을 처음 읽을 때, 제 마음에는 약간의 마찰이 일었습니다. 제가 불화를 몹시 꺼리는 인간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죠. 버석거리는 마음을 잘 다독이며 책을 읽으니 어느덧 불화가 미래의 가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울리고, 부딪히고, 또 다시 연결되는 일. 이러한 '불화'를 각오한 사람이야말로 누구보다 나와 당신을, 그리고 이 세계를 품을 준비가 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느낀 이 생경하고 놀라운 경험을 여러분에게도 제공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작은 이벤트를 마련했는데요. 『불화와 연결』이 담고 있는 불화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여러분의 삶 속 울퉁불퉁한 불화의 순간들을 떠올려보시길,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세상으로 나아가 더 적극적으로 불화하며 연결되기를 실천해보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다섯 분께 이 책을 선물해 드리려고 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이 책에 참여한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모래성을 짓도록 만든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비장한 마음이든 가벼운 호기심이든 나에게 맞는 마음으로 신청해주시길 바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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