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의 여정을 당신과 함께합니다 오늘은 긴 연휴를 맞아 심심할 불씨들을 위해, 연휴 기간 동안 읽으면 좋을 책들을 추천해보려합니다. 들불이 엄선한 책들을 읽으며 알차고 편안한 추석 보내실 수 있길 바라며, 오늘의 들불레터, 출발해보겠습니다! 💁♀️📕 1. 작은 동네, 손보미 (링크) 이 책은 한 때 '나'와 부모님이 살았던 '작은 동네'에 관한 이야기면서, 동시에 엄마의 죽음 이후, 서로의 관계 속에 숨겨져있던 비밀과 그로 인한 혼란스러움을 마주하게 되는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한 지붕 아래 살고 있지만, 우리는 서로의 탄생에 대해, 역사에 대해 그리고 죽음에 대해 그 어떤 것도 알지 못합니다. 더 이상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우리를 규명할 수 없게 되는 순간, 우리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같은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을까요? 우리가 알고 있는 가족의 모습이 그들 각자를 소개하는 완벽한 설명이 될 수 있을지,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2.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링크) 심시선 여사의 10주기, 가족들은 하와이에서 단 한 번뿐인 제사를 준비합니다. 가족 구성원들은 심시선에게 각기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야기는 현재의 내가 과거의 심시선과 연결되는 지점들을 보여주며, 현재와 미래의 인물들에게 도달하는 기억들의 잔잔하지만 거대한 파동을 보여줍니다. 시선으로부터 시작된 여행, 그들은 어떤 세상에 다다르게 될까요? 3. 유년의 뜰, 오정희 (링크) 군대에 끌려가 돌아오지 않은 아버지와 읍내에 일하러 나가는 엄마의 잦은 외박으로 인해 '나'의 가정에는 공백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 공백은 밤 외출이 잦은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하는 오빠의 폭력으로 메워지는데요. 그 사이에서 '나'는 허기진 상실감을 채우려는 듯 식탐을 부리는 한편, 끈끈한 정념으로 가득 찬 '밤'에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오빠가 엄마에게 가지고 있는 '엄마'라는 정체성과 엄마가 가지고 있는 '여성'이라는 정체성은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포섭하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남아 충돌하는데요. 남성에게 '엄마'란 존재는 어떤 의미일까요? 또 엄마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그녀를 이해하는 일은 왜 이다지도 어려운 것일까요? 4. 연년세세, 황정은 (링크) 연년세세는 한영진과 한세진 그리고 이순일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지만, 각자가 제각기 다른 세상과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가족'이라는 렌즈로만 들여다보기에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의 피로와 탈력감, 그리고 '순자'로 불렸던 수많은 여성들. 이들은 세상과 불화하며 '용서할 수 없는 것들'을 안고 살아갑니다. "울고 실망하고 환멸하고 분노하면서, 다시 말해 사랑하면서" 말이죠. 1. 밤의 언어, 어슐러 르 귄 (링크) 이 책은 SF가 아닌 에세이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SF 카테고리에 넣은 데에는 이유가 있는데요. SF의 거장인 어슐러 르 귄이 SF의 찬란한 밤으로 여러분을 초청하는 밤의 초대장이자 SF를 대변하는 거대한 변론서이기 때문이죠.. 판타지와 SF라는 외우주가 자신의 조국이 될 것임을 확신하며 써내려 간 이 에세이에는, 어슐러 르 귄이 그토록 탄탄한 세계관을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이 소개되어있을 뿐 아니라 글쓰기에 대한 저자 본인의 철학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어슐러 르 귄의 책을 접해본 적 없더라도, 혹은 SF를 낯설게 느끼는 독자라도 쉽게 읽고 큰 울림을 받을 수 있는 에세이, 연휴기간 동안 만나보는 건 어떨까요? 2. 천 개의 파랑, 천선란 (링크) 이 책은 종을 넘어서는 교감과 연대의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동식물이 주류가 되고 인간이 비주류가 되는 지구를 꿈꾼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저자는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미래의 감각을 우리보다 한 발 먼저 느끼고 어루만지며 이야기를 이끌어나갑니다. 천선란의 세계에서 우리는 감히 낙관적인 미래를 꿈꾸게 됩니다. 단, 그것이 지구의 모든 종이 함께 도달하는 미래일 경우에만 말입니다. 3. 팬데믹, 김초엽/정소연/이종산 외 (링크) 재난의 시대, 우리는 우리와 비슷한 시대를 겪고 있거나 통과한 존재들의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두려움과 공포, 절망 속에서도 서로가 있다는 사실을 체온을 통해 느끼기 어려운 시대에, 어쩌면 이 이야기들은 그 어느 때보다 큰 위로가 될 지 모릅니다. 김초엽 작가의 '최후의 라이오니'의 '너를 떠나지 않겠다'는 말이 무엇보다 간절한 요즘, 우리는 책을 통해 묻습니다. '당신의 세계는 여전히 그 곳에 잘 있나요?' 4. 돌이킬 수 있는, 문목하 (링크) 이 책은 왠지 옛날 영화의 포스터 속 촌스럽고 진부한 문구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탄탄한 세계관과 엄청난 사건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과 충격적인 반전까지....!!!' 하지만 이야기는 전혀 진부하거나 촌스럽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속도감 있게 흘러가고, 숨가쁘게 달려가며 전혀 예상치못한 전개로 진행되는데요. 그들만이 알고 있는 저마다의 마지막을 우리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장담하건대 당신이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쉴 틈 없이 단숨에 마지막장까지 읽게 될거예요. 재미와 감동 모두를 놓치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숨 돌릴 틈 주지 않는 문목하의 소설을 추천합니다. 📖 『밤의 팔레트』, 『밤과 꿈의 뉘앙스』 📓 이 시집이 많은 사람을 불러 모아 서로를 연결하고, 용기를 나눠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슬픔과 우울, 자기 정체성의 부인과 인정 사이에서 고투하던 한 인간이 죽음에서 사랑으로 건너오기까지의 이 파란만장한 이력을 시를 통해 기록하고 발산하고 끝까지 '파란 피'를 지켜내었다는 것에 감사를 전하고 싶다. - 『밤의 팔레트』 해설 중 강혜빈에게 밤의 팔레트란, 여러가지 색깔이 혼재되어 존재할 수 있는 하나의 무대인 동시에 서로를 섞고 바르며 굴러가는 위험하고 아름다운 세계입니다. 그리고 박은정에게 밤과 꿈의 뉘앙스란 위태롭게 흔들리는 물 속 파장과도 같고, 서로를 압도하는 강한 사랑의 기운이 감싸는 애처로움과도 비슷합니다. 두 표제작 모두 '밤'을 소재로 했지만, 어쩐지 두 세계의 밤공기는 다르게 느껴지는데요. 사랑인지 죽음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을 목소리 대신 입김으로 겨우 표현하는 한겨울의 어느 밤처럼, 우리의 정체를 밤에 맡긴 채로, 두 시인이 만들어 둔 세계에 발을 들여보는 건 어떨까요? >>다음 화에서는 박서련 작가의 작품 소개가 이어집니다. ![]() ![]() 오늘의 믹스테잎은 강혜빈 작가의 『밤의 팔레트』와 박은정 작가의 『밤과 꿈의 뉘앙스』입니다. 시와 케이팝이라니.. 어쩐지 난해하고 급기야 황당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데요. 막상 큐레이션된 곡들을 들으시면, '아 시는 케이팝과도 잘 어울리는 장르구나' 하고 감탄하시게 될겁니다. 그럼 ㅎㅇ님의 큐레이션을 믿고 따라오시죠 😎 curator’s comment: ‘잠이 보약’이라고들 합니다. 그리고 몸과 마음이 나만큼 피로해보이는 사람을 발견하는 건 낮의 시간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 중 가장 쉬운 축에 속하는 일 입니다. 다들 이렇게 사는거고, 그 생각만으로도 잠이 오지 않고, 밤은 어제보다 오늘 더 길게 느껴지고, 그러다 아, 해가 뜨는건가 싶습니다. 단잠이라는 보약을 먹었어야 했는데, 그대신 맥모닝을 먹는 걸로 계획이 수정 되기도 하는 거죠. 박은정의 <밤과 꿈의 뉘앙스>와 강혜빈의 <밤의 팔레트>를 읽으며 저는 밤의 시간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려 애썼습니다. 이 중 한 권은 천 장에 오래 전부터 붙어있던 빛을 거의 잃은 야광별 스티커 같았고, 또 다른 한 권은 자기 직전에 갑자기 침대 밑으로 떨어진 스마트폰을 계속 손으로만 더듬어서 찾는 것과도 같았습니다. 읽자마자 제게서 멀어져가듯한 ‘시’였지만, 큐레이션을 위한 ‘음악’의 힘을 빌려오니 이제서야 시와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와 케이팝의 조합이 여러분에게 어떻게 다가올 지 궁금한 마음을 겨우 누르며. 오늘의 플레이리스트도 즐겨 들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역시, 케이팝이 보약이라고 믿는 사람으로부터. 이번 주 들불레터, 어떠셨나요? 후원 계좌: 카카오뱅크 7979-23-45945 (노혜지) instagram @fieldfire.kr e-mail contact@fieldfire.kr 수신거부 Unsubscrib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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