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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들불레터에서는 세상과 싸우길 주저하지 않았던 두 여성의 책을 소개하였습니다. 의지도 기운도 자주 꺾이는 계절입니다. 두 권의 책을 읽고 그들이 나눈 지혜와 공동체 구성원을 향한 용기를 배우고 의지를 회복하시길, 그렇게 구한 마음으로 주변의 이웃들을 돌보는 여름 보내시길 바랍니다! 🍀
* 다음 광장 특집호 열심히 준비중입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 들불의 PICK!
-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 김진주 지음 (글항아리)
📚 (광고) 들불이 만난 이야기
- (광고) 『여자에 관하여』, 수전 손택 지음, 김하현 옮김 (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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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 김진주 지음 (글항아리)
일명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기억하실 겁니다. 2022년 최초 보도 이후 충격적인 CCTV 영상이 여러 차례 보도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던 사건입니다. 해당 사건의 피해자이자 가해자 중심으로 구성된 법, 제도, 사회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한 투쟁자인 김진주가 얼룩소에서 출간됐던 기존 도서의 개정판을 글항아리에서 펴냈습니다.
이 책은 범죄피해자인 저자가 최초 피해를 경험했던 순간부터 이후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의 경험과 문제의식, 다른 피해자들을 만난 경험과 이를 토대로 한 제도적 공백을 서술하고, 단편적인 사실만을 보도하며 사건의 디테일을 놓치는 미디어의 문제 등도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는 자신의 피해 경험을 토대로 다른 범죄피해자를 돕기 위한 커뮤니티를 결성하고, 그 안에서 서로 조언과 지지를 하는 활동도 이어오고 있는데요. 정서적 지지뿐 아니라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위한 의견을 개진하는 한편, 범죄피해자를 직접 만나 사건 공론화 방안과 향후 대응을 논의하는 등의 다양한 실천 역시 계속 하고 있다고 합니다.
'모두를 위한 생존 안내서'라는 책 소개 문구가 인상적인 이 책은 범죄피해자를 위한 '실용서'입니다. 범죄피해 이후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자세히 기록하였는데요. 덕분에 이 책을 읽을 독자 역시 그 과정을 따라가며 범죄피해자가 겪어야 하는 어려움을 실감하는 건 물론 이를 통해 수사, 재판, 치료 등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챕터 사이사이 전문가와의 인터뷰(심리학과 교수, 법률사무소 대표, 언론사 기자)를 수록해 범죄피해자가 경험하게 될 트라우마와 수사 과정에서의 절차상 하자, 이해할 수 없는 양형 기준과 판사 개인에게 과중되어 있는 감형 권한 등 법에 의해 소외될 수 밖에 없는 피해자의 상황 등을 낱낱이 파헤칩니다. 특히 수사 용어나 법률 용어의 경우, 일반 대중에게 익숙한 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막상 그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당황하거나 좌절하게 되기 쉬운데요. 이 책은 앞서 겪은 일들을 토대로 서술되어 있어 이해가 쉽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행보는 사회가 가진 '피해자다움'이라는 편견과 상반된 모습을 보입니다. 그는 위축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유머러스하고, 다른 피해자를 돕고자 발 벗고 나서는데다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주죠. 그가 가진 '변화를 긍정하는 태도'는 우리에게 위로와 용기를 줘요. 현실적인 정보를 구하고 싶은 분들, 또 김진주의 서사를 통해 움츠러든 마음을 일으키고 싶은, 용기가 필요한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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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 저자 김진주 x 서혜진 변호사 북토크 ⭐
- 일시: 7월 24일 (목) 저녁 7시 30분
- 장소: 엠북카페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62-1 1층)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의 저자 김진주와 한국여성변호사회 아동청소년특별위원장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심의위원, 해바라기센터 운영위원으로도 활동 중인 서혜진 변호사의 북토크가 오는 24일 열린다고 합니다. 최대 50명까지 선착순으로 신청 가능하다고 하니, 생존피해자이자 '싸우는 피해자'인 김진주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서둘러 신청해보시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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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에 관하여』 알라딘 북펀드에 참여해 주세요! ⭐ (~7월 22일까지)
윌북이 수전 손택의 대표작과 국내 초역 에세이들을 소개하는 시리즈 [수전 손택 더 텍스트]의 첫 작품으로 『여자에 관하여』를 출간합니다. 손택 사후 20년이 지나 출간되는 이번 작품은 아름다움, 나이듦, 섹슈얼리티와 욕망, 영화와 페미니즘, 파시즘에 이르기까지 '여성'과 관련한 키워드를 다루는 에세이와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해석에 반대한다』, 『은유로서의 질병』 등 손택의 유명한 작품들을 아직 읽지 못한 독자도 쉽게 공감하며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에요. 7월 22일까지 알라딘에서 북펀드를 진행하는데, '수전 손택 티셔츠'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수전 손택의 다른 저서들을 아직 읽지 못한 분들은 이 책으로 손택 읽기를 시작하시면 좋고요, 손택의 저서들을 이미 탐독하셨지만 페미니즘과 관련한 그의 사유를 좀 더 깊이 이해하고 기존 저서들과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고 싶은 분들께서도 『여자에 관하여』를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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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손택과의 첫 만남
3년 전 암 진단을 받자마자 수전 손택의 『은유로서의 질병』을 찾았습니다. 진단 사실을 알리자 제가 인생의 참조 체계로서 늘 책을 선택해온 걸 알고 있는 지인들이 '암' 혹은 '질병'과 관련한 책을 선물해주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고마운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해당 작품들에서 묘사하고 있는 암에 대한 묘사가 저를 불안하게 만들기도 했어요. 암이라는 갑작스러운 불행, 그간 인생을 잘못 산 사람에게 부과되는 형벌, 인생을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는 교훈, 추하고 가난해지며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실... 여러가지 은유로 범벅된 암 환자와 그의 삶, 질병에 대한 묘사는 제가 마치 그러한 은유와 같이 살아야만 한다거나 그렇게만 '암'이라는 질병과 관계 맺을 수 있다고 정해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때 『은유로서의 질병』이 큰 위로가 되었어요. 이 책에서 손택은 이렇게 말합니다.
"오래전부터 질병에 온갖 의미(가장 깊은 두려움을 나타내 주는 의미)를 부여하고 고통스러운 낙인을 찍어 왔던 이런 무자비한 과정에 맞서 싸운다는 것은 언제가 됐든지 가치가 있는 일이다. 그렇게만 한다면, 현대 세계에 살아가며 기꺼이 현대적이 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런 과정 자체가 훨씬 더 제한적으로만 받아들여질 것이다 ─ 실제로, 오늘날에는 이런 과정이 감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에이즈, 또는 사람들에게서 자책감이나 수치스러움을 끌어내는 특정 질병에 관한 한, 해당 질병 자체에서 이런 의미와 은유를 멀리 떼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은유를 폭로하고, 비판하고, 물고 늘어져, 완전히 쓸모없게 만들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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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로서의 질병』은 윌북의 [수전 손택 더 텍스트] 시리즈 네 번째 책으로 내년 6월 경 출간될 예정입니다. 이미지는 현재 절판된 이후 출판사의 『은유로서의 질병』 표지 이미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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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시 만난 수전 손택
3년이 지난 지금, 오랜만에 수전 손택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바로 윌북에서 출간 예정인 『여자에 관하여』를 통해서 였는데요. 3년 전에는 암이라는 질병을 가진 존재로서 『은유로서의 질병』으로부터 위로를 받았다면, 이번에는 여자라는 2등 시민으로서 『여자에 관하여』에서 위로를 구할 수 있었어요. 손택은 이 책에서 분명하고 단호한 어조로 여성이 처한 상황을 진단하고, 여성 해방을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데요. 그가 1970년대에 쓴 글이 2015년, #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 해시태그 운동 10년이 된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인데요. 오늘은 제가 『여자에 관하여』를 통해 얻게 된 통찰을 짧게 나눠 보려고 합니다.
"나는 결코 나를 해방된 여성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페미니스트였다." (「여성이라는 제3세계」, 『여자에 관하여』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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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여자에 관하여』는 어떤 책인가요?
『여자에 관하여』는 손택이 '여자'를 주제로 남긴 에세이와 인터뷰 7편을 엄선해 수록한 작품입니다. 나이 듦, 아름다움, 여성이라는 제3세계, 페미니즘과 파시즘 등 폭넓은 주제를 길지 않은 분량으로 다루지만 논의의 깊이는 기존의 저작들과 마찬가지로 깊고 풍성합니다. 또, 2025년을 살아가는 한국 사회의 여성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 많고, 대안적 페미니즘의 구체적인 도상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실천 지침서가 되어줄만한 책인데요. 서평가이자 평화학 여성학 연구자인 정희진은 이 책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970년대 미국 사회에서 쓰인 손택의 『여자에 관하여』는 당대 한국 사회의 상황과도 너무나 잘 들어맞는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해방에 필요한 것은 남성 지식인이 쌓아놓은 성채를 넘어서고 무너뜨릴 만한 대안적이고 ‘어려운’ 지식이고, 동시에 그것은 ‘키보드 워리어’의 언어만큼이나 빠르고 명료해야 한다. 내 요지는 손택의 글은 복잡한 현실을 복합적으로 사유하는 지성과 여성의 현실에 대한 명쾌한 인식,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었다는 것이다. 손택 특유의 지적이고 정확한 글쓰기는 페미니즘 사유와 맞물려 정교한 조각, 명문이 되었다." (『여자에 관하여』 추천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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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여성이라는 제3세계」
『여자에 관하여』에는 정말 흥미로운 내용이 많지만, 그 중 제가 숨 쉴 틈도 잊고 빨려 들어가 읽은 챕터가 바로 이 책의 두 번째 챕터인 「여성이라는 제3세계」입니다. 「여성이라는 제3세계」는 손택이 1972년 작성한 글로, 뉴욕시에서 발행되었던 좌파 성향의 소규모 계간지 《파르티잔 리뷰》에 게재되었습니다. 이 글을 게재하며 손택은 "전투적 페미니즘이 현재 어디보다도 더 활발하고 널리 알려진 미국에서는 토론의 내용이 근본적인 질문에서 점점 멀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모든 지역이 정치적 관점을 형성하는 초기 단계"이므로 이러한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말을 남겼는데요.
손택은 "여성 해방 투쟁은 현재 어느 단계에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 글을 엽니다. 이 질문은 이른바 '페미니즘 리부트' 시기를 거쳐 '#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 선언 10년을 맞이한 한국 사회의 페미니스트들에게도 필요한 질문인데요. 우리의 여성 해방 투쟁은 지금 어느 단계에 와 있을까요? 진보의 가능성을 의심하는 여러 진단들이 쏟아져 나오고, 인셀과 같은 '새로운' 극우 집단의 출현 등 현상의 층위가 더욱 복잡하고 다양한 이 시점에 우리는 이 질문에 무어라 답할 수 있을까요? 「여성이라는 제3세계」에서 손택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문답식으로 전개하는데요. 그 흐름을 좀 더 따라가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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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 해시태그 운동은 칼럼니스트 김태훈이 쓴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더 위험해요'라는 글로 인해 온라인에서 촉발된 행동으로 그 흐름은 오프라인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라치아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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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손택이 던지는 질문을 따라가며
앞서 「여성이라는 제3세계」이 문답식으로 서술되어 있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손택이 던지는 질문 중 일부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여성 해방의 과정에서 경제적 해방과 성 해방이 똑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 다음 중 어떤 방식의 여성 해방 투쟁을 예상하는가?
A 혁명/정치 조직의 틀 안에서, B 오로지 여성운동 안에서.
- 가족이 여성 해방의 장애물이라고 생각하는가?
- 여성 투쟁의 목표 중 임신 중단을 요구할 권리는 얼마나 중요한가?
- 해방된 여성으로서 본인은 자신을 대하는 남성들의 태도를 어떻게 느끼는가?
이에 대한 답변 중 특히 생각해볼만한 지점은 여성 해방 투쟁의 방식을 서술한 대목이었습니다. 손택은 급진적 행동을 전개하는 정치 조직들(ex. 블랙팬서처럼 "노골적인 성차별주의로 악명 높던 조직")이 여성의 대의(여성 해방)를 지지하는 일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나, 이러한 조직 내부에서는 여전히 성차별적 '관습'을 무비판적으로 묵인·조장하고 있으며 이에 조직을 중심으로 한(혹은 조직이 허용해주는) 해방은 일시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투쟁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여성 해방 운동을 혁명/조직의 틀 안에서 하기보다 여성운동 안에서, 투쟁의 중심 활동을 "여성 스스로 해내"는 방식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하죠. 여기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대목은 "남성과 함께하는 통합 행동"에 대한 손택의 서술입니다.
"남성과 함께하는 통합 행동은 여성이 '급진적으로' 사고할 자유를 필연적으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여성이 여성 해방에 꼭 필요한 의식의 대전환을 불러올 유일한 방법은 독립 단체를 조직하는 것이다. 의식은 오로지 대립을 통해서만, 회유 불가능한 상황에서만 변화한다."(「여성이라는 제3세계」)
손택의 서술은 남성을 '적'으로 간주한다거나 이들을 완강히 배척하는 분리주의를 채택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여성이 서로 대화하고 직접 조직하는 경험을 통해 해방에 이를 수 있다는 견해인데요. '남성 시민과의 공존이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이 운동의 자장 안에서 주요 화두가 된 지금, 손택의 이러한 사유는 몹시 흥미롭습니다. 손택의 주장을 읽고 나니 남성 시민과의 공존을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선행되어야 할 과제는 페미니스트들간의 대화, 조직, 존중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실천적 고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손택은 이어 여성으로만 조직된 집단이 충분히 '극단적'인 행동을 통해 침묵하고 있는 다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레토릭을 만들어낸다고 이야기하는데요. 이때의 극단적인 행동이란, "성차별적인 장난감을 생산하는 장난감 제조업체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거나, "대규모로 전투적 레즈비언주의로 전향"하거나 "여성 환자와 성적인 관계를 맺는 남성 정신과 의사를 전화로 괴롭히는 캠페인을 진행"하는 일을 말합니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이 글이 쓰여진 1970년대 이후 페미니즘의 길이 손택이 제안한 것과 유사한 방향으로 흘러왔음을 알게 됩니다. 여전히 여성단체를 주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직접행동이기 때문에 당시에는 '극단적'이라고 여겨졌던 행동이 현대에 이르러 익숙한 광경이 되었다는 진보의 감각을 느낄 수 있기도 해요. 그러나 여전히 한국 사회가 여성의 의견이 '지나치고' '불합리'하다고 여기고 단속하는 순간 또한 너무 많기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무례하고 시끄럽고 '추'"해질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 또한 듭니다.
한편으로 이 챕터에서 손택이 자신의 특권적 위치를 고찰하고, 아무 문제 없이 잘 살아오던 여성인 내가 페미니스트가 될 수밖에 없었던 서사를 언급하는 대목 또한 인상적입니다. 페미니즘의 시작은 '앎'이라고들 하는데요. 앎이 가능하려면 먼저 우리 각자가 서 있는 위치를 아는 것이 중요하겠죠. 손택은 독립적인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자신이 '예외'로 위치지어질 수 있었던 사정을 직접적으로 언급함으로써 페미니즘의 출발점에 '나'를 둔다는 게 곧 세계 안에서의 나의 위치를 감각하는 일임을 일깨웁니다.
"이따금 내가 만난 사람들은 독립적인 여성으로 살아가는 어려움을 넌지시 언급하곤 했다. 나는 늘 깜짝 놀랐고, 때로는 짜증스러웠는데, 당시에는 그들이 우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게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 내가 예외임을 자각하고 있었지만, 예외로 사는 것은 전혀 힘들지 않았고, 내가 누리는 혜택을 내 권리로 받아들였다. 지금은 그것이 잘못이었음을 안다."(「여성이라는 제3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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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마무리하며
오늘은 알라딘에서 북펀딩을 진행 중인 『여자에 관하여』의 일부 내용을 살펴 보았습니다. 오늘 소개한 내용 이외에도 영화배우이자 감독인 '레니 리펜슈탈'의 이야기를 통해 '파시즘 미학'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매혹되는 파시즘적 '아름다움'에 대해 비평한 「매혹적인 파시즘」과 이 글을 읽고 답장을 보낸 시인이자 페미니스트 운동가인 '에이드리언 리치'와의 논쟁을 담은 「페미니즘과 파시즘」 파트 역시 흥미롭습니다.
"모든 중요한 도덕적 진리가 그렇듯 페미니즘은 다소 단순합니다. 그것이 바로 페미니즘의 힘이자 한계입니다. 인생 이야기가 늘 죽음의 필연성과 인간 소망의 덧없음을 성찰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듯이, 인간 역사에서 발생한 비통한 사건은 사실상 전부 페미니스트의 개탄을 반복할 소재가 됩니다. 그러니 구분이 필요할 수 밖에 없고, 모든 것을 페미니즘의 맥락에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진실에는 온갖 노력이 필요합니다. 나는 신중하게 여러 가지를 구분했고, 내 에세이의 장점이 있다면 아마 그런 구분에 있을 겁니다." (「페미니즘과 파시즘」)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10년 간의 궤적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페미니즘 운동의 방향 추를 잡아보고 싶은 분들, 미학과 파시즘, 예술 비평을 통한 윤리에 관해 고찰해보고 싶은 분들, 나이듦과 아름다움 같은 오래된 여성 억압의 의제들을 손택의 사유를 통해 이해해보고 싶은 분들 모두에게 『여자에 관하여』를 강력 추천하고 싶습니다. 공감하면서, 또 어떤 부분에서는 나의 '페미니즘'을 두고 손택의 주장에 맞서기도 하면서 사유를 확장하는 짜릿한 경험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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