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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들불레터에서는 들불의 군산북페어 참가 소식과 지난 레터에서 소개한 『법정 밖의 이름들』 북토크 진행 소식을 전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 앤 브론테의 초역작인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을 소개했습니다. 그럼 우리 8/30, 31 군산에서 만나요! 🤗
📚 들불의 새로운 소식들
- 서혜진 변호사와 함께 하는 『법정 밖의 이름들』 북토크
- 들불의 군산북페어 참가 소식! *부스번호 71번
📚 들불이 만난 이야기
-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 앤 브론테 지음, 손영미 옮김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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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진 변호사와 함께 하는 『법정 밖의 이름들』 북토크
『법정 밖의 이름들』 출간 기념 서혜진 변호사님 북토크가 8월 27일(수) ’언제라도 여행‘에서 열립니다! 1부에서는 작가님에게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2부에서는 여러분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서혜진 변호사님께서 독자님들을 처음 마주하는 북토크 일정 아래에 알려드리오니,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살펴보세요!
🔹일시: 2025년 8월 27일 오후 7시 (2시간) 🔹장소: 언제라도 여행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65 2층) 🔹인원: 최대 40명 🔹출연: 서혜진 변호사(사회: 흐름출판 하유정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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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불도 군산북페어에 참여합니다!
(with 응원봉걸스)
💙부스번호 71번 💙
들불이 처음으로 북페어에 참여합니다. 언젠가 한 번쯤 들불레터에서 소개한 책들을 zine(진)*의 형태로 만들어보고 싶었는데요. 이왕이면 제가 익숙하게 활동해온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북페어에 참여하고 싶었고, 기회를 살피다 군산북페어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들불레터 zine의 수익금은 모두 가자지구 4차 피해주민 긴급구호에 기부할 예정이에요. 부족한 실력이지만 열심히 준비했으니 많이 놀러오셔요. 그럼 부스에서 반갑게 만나요 🤗
🔹 일시: 8/30(토), 8/31(일)
🔹 장소: 군산회관(구 군산시민문화회관)
💙들불은 들불레터에서 소개한 도서를 총망라한 『페미니즘 도서 대백과』와 스마트폰에 친구를 빼앗긴 『인생샷 뒤의 여자들』의 저자 김지효의 친구 되찾기 작전서 『친구랑 재밌게 노는 법』을 소개합니다.
💙응원봉걸스는 데뷔작 <H상통>을 시작으로 아이돌 이야기를 써온 작가 H주가 M동네라는 출판사에서 팬픽리뷰를 쓴 후 벌어진 일주일 간의 일을 다룬 퐁퐁(이희주)의 메타 픽션과 보아를 향한 일방적 관계에서 상호 우정을 나누는 관계로의 재배열을 위한 첫 시도인 일석의 편지를 소개합니다.
*zine(진): 개인 또는 소규모 그룹이 이윤을 추구하지 않고 직접 제작하여 배포하는 얇은 소책자 형태의 출판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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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고전을 잘 모르는 분들도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은 한 번쯤 들어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워낙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스테디셀러인데다 책을 읽지 않는 분들도 영화 등을 통해 접한 적 있는 작품일텐데요. 두 작품으로 샬럿 브론테, 에밀리 브론테 자매의 이름도 익숙하신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오늘 소개할 작품은 우리에게 익숙한 샬럿, 에밀리의 작품이 아닌 브론테 자매 중 막내 앤 브론테의 작품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입니다. 브론테 자매를 알고 계신 분들도 이 이름은 생소하게 느껴지실 것 같아요. 제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앤 브론테의 이름을 알게 된 건 샬럿 브론테가 《제인 에어》를 쓰기 전, 에밀리, 앤과 함께 시집을 썼다는 사실을 통해서였는데요. 《커러·엘리스·액턴 벨의 시집》*이라는 제목의 시집의 판매량은 처참할 정도로 저조했지만(단 2부만이 팔렸다고 알려져 있죠), 그들은 이 책을 통해 작가가 되는 길로의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이후 세 자매는 각자 앞서 언급한 작품들을 써 내며 성공을 거둡니다. 그 중 특히 상당한 인기를 기록한 작품은 놀랍게도 바로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이었다고 합니다. 그간 한국에 이 책이 번역되지 않아 앤 브론테의 작품에 대해 알 기회가 없었는데, 은행나무 출판사의 초역으로 드디어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 들불이 만난 이야기에서는 600쪽이 넘는 분량에도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 그 시절 잼얘이자 초강력 페미니즘 소설인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 샬럿은 '커러 벨(Currer Bell)', 에밀리는 '엘리스 벨(Ellis Bell)', 앤은 '액턴 벨(Acton Bell)'이라는 남자이름을 필명으로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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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브론테 자매의 남동생인 브란웰 브론테가 그린 자매의 초상화. 오른쪽부터 차례대로 앤, 에밀리, 샬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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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앤 브론테는 누구인가요?
앤 브론테는 브론테 자매 중 막내로 두 언니 샬럿, 에밀리와 마찬가지로 책에 대한 애정이 깊은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남매들과 놀이처럼 글을 쓰고, 에밀리와 함께 가상 세계 '곤달'을 창조하여 이에 대한 산문과 시를 집필하는 등 작가로 성장하기 위한 기틀을 꾸준히 마련하였습니다. 교사가 된 샬럿을 따라 집을 떠났던 앤은 2년 후 병에 걸려 집에 돌아오게 되고, 가정교사 일을 시작하게 되는데요. 이후 필명으로 시집을 출간한 뒤, 1847년에 첫 소설이자 가정교사의 경험을 녹여낸 소설 《아그네스 그레이》를, 그다음 해엔 두 번째 소설인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을 출간한 앤은 더 좋은 작품을 쓰겠다는 다짐을 뒤로 하고 1849년 29세의 젊은 나이에 폐결핵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젊은 나이에 사망한데다 발표한 작품의 수가 적어 현대에 이르러 비교적 덜 알려진 앤 브론테는 당대 가장 현대적이고 급진적인 작품을 쓴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빅토리아 문학과 페미니스트, 젠더 이론을 연구하는 엘리자베스 랭글랜드는 앤의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앤은 자매들 중 아마도 가장 엄격한 논리력을 지녔고, 가장 관찰력이 뛰어나며, 가장 현실적인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가장 끈기 있고, 가장 단호하며, 가장 용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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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브론테 사망 이후 동생의 작품에 대한 권한을 가졌던 샬럿은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이 앤의 죽음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며 5년 동안 이 책의 재발행을 막았습니다.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이 비평가들에게 굉장한 혹평("언어나 내용 면에서 거칠고 상스럽다")을 받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그의 평판을 생각해 재발행을 막았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지요. 샬럿은 이 작품을 "완전히 실수"였으며 "보전할 가치가 없"는 책으로 가혹하게 평가하였습니다. 샬럿의 작품을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샬럿은 자매 중 가장 보수적인 면을 가진 작가였습니다. 아마도 그의 보수성 때문에 앤의 작품이 '지나치게 급진적'으로 읽혔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샬럿이 재발행을 막은데 대해 랭글랜드는 이렇게 평가합니다.
“앤을 음울하고, 침울하고, 우울하며, 자신이 싫어하고 해가 되는 작업을 붙잡고 있는 사람으로 묘사하는 것은, 사실상 샬럿이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에 대해 가진 강한 혐오감을 여동생에게 투사한 것이다.”
혹자는 이에 대해 샬럿이 앤을 질투하였다고 평하기도 하였는데,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이 비평가들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진실은 알 수 없지만, 끈끈한 유대 관계를 유지했던 브론테 자매가 글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 몹시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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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은 어떤 작품인가요?
저는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을 무척 좋아하는 독자입니다. 여러 판본으로 읽을 만큼 두 책에 대해서는 꽤나 진심이었어요. 두 작품 덕에 샬럿, 에밀리 브론테의 다른 작품들도 애정을 갖고 읽었고, 얼마 전 은행나무에서 출간된 샬럿 브론테의 《셜리》 역시 들불레터에서도 한 차례 소개한 바 있었죠(여기서 잠깐 고백하자면, 저는 에밀리 브론테의 시집 《상상력에게》를 특히 좋아합니다). 그러나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을 읽은 뒤 제 마음 속 순위는 뒤집어졌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헬렌'(그레이엄 부인)에게 푹 빠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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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1827년, 길버트 마컴의 편지글로 시작합니다. 그는 친구에게 20년 전, 그레이엄 부인과 아들인 아서가 이사 온 그날의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어딘가 울적해보이는데다 타인과 관계 맺기를 지나치게 조심스러워하는 그레이엄 부인은 두 명의 조촐한 살림에도 불구하고 와일드펠이라는 음산한 대저택에 머무릅니다. 그 곳에서 부인은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는데요. 길버트는 냉랭한 부인의 태도에 적대감을 갖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에게 애정을 갖게 됩니다. 마음이 깊어진 그는 부인에게 가까워지려 갖은 노력을 펼치고, 계속해서 구애해요. 하지만 부인은 어째서인지 그의 마음을 거듭 밀어내고, 그 과정에서 그와의 오해가 쌓입니다. 이때, 부인은 길버트에게 자신의 일기장을 건네 주는데요 이 일기장이 바로 2부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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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이 쓴 일기의 내용으로 전개되는 2부는 헬렌이 와일드펠 저택에 오기 전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일기는 헬렌이 아서 헌팅던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아서는 상당한 난봉꾼이지만 특유의 유쾌함과 매력적인 외모로 헬렌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헬렌의 이모는 헬렌에게 "외모에 눈이 휘둘리지 않게 하고, 아첨과 유머에 귀가 매료되지 않게 조심"하라며 "도덕성이 제일 중요하고, 그다음이 양식, 품위, 그리고 어느 정도의 재산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신신당부하지만 이미 아서에게 푹 빠진 헬렌에게 이런 말들은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아서와 몇 차례의 에피소드가 이어지지만 헬렌은 모든 문제를 뒤로하고 그와 결혼을 하게 돼요. 그리고 이때부터 헬렌의 역경이 시작됩니다.
알코올 중독에 걸린 아서의 정서적인 학대와 그 과정에서 생겨난 쓸쓸함과 외로움으로 헬렌은 이중고에 시달립니다. 또, 아서의 형편 없는 친구들과 19세기 당시 여성에게 가해지던 관습으로 고통받는 친구 때문에 헬렌 역시 속앓이를 심하게 해요. 그 당시 결혼은 여성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습니다. 여성이 노동을 통해 직접 돈을 벌어 스스로를 먹여 살리기 어려운 풍토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유일한 길은 결혼하는 것뿐이었죠. 남자가 아무리 형편없더라도 말이죠. 제가 책을 읽으면서 욕을 하는 일이 많지 않은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정말 참기가 어려웠습니다. 네이트판이나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들을 읽는 것처럼 지금 제 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 양 과도하게 몰입해서 읽게 되었어요. 그만큼 앤 브론테가 서사를 이끌어가는 힘이 굉장했다는 뜻이겠죠. 한편으로는 당시의 보수적, 여성혐오적인 시대상이 지금의 현실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을 자극적이고 현대적인 로맨스에 한정하여 이해하기에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 중심에 '사랑'이라는 키워드가 있지만, 이를 관통하는 서사는 헬렌의 성장기에 가깝거든요. 아서와의 결혼 생활을 겪은 헬렌은 여러 방면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확립해나가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비록 결혼을 지속하는 동안 몸과 마음이 많이 깎여나갔지만, 그는 삶의 키를 자신의 손에서 놓지 않습니다. 직접 그린 그림을 팔아 자신과 아들을 먹여 살리고, 교육이나 종교, 도덕에 대한 가치관을 선명하게 확립해나가죠. 또, 독립적인 주체로서의 정체성도 다져 나가며 부당한 관습에 맞서는 모습 또한 보여줍니다. 과연 헬렌은 그에게 닥친 시련을 어떠한 방식을 통해 돌파하였을까요? 도대체 얼마나 급진적인 전개가 이어지길래 당대의 비평가들이 앤 브론테의 작품을 그토록 혹평했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요? 그 답은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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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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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자매가 세계적으로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고전을 썼다는 건 다시 생각해도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그들의 삶이 어땠는지 궁금증이 커지는데요. 빅토리아 시대 문학 연구가인 데버러 러츠가 브론테 가와 관련한 여러 작품과 문헌, 유품을 연구하여 쓴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일상이 어땠는지 좀 더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또, 앤 브론테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준 남자 형제인 '브랜웰 브론테'의 이야기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답니다.
“우리 가족을 벗어나 다른 사람들과 교제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우리는 책을 읽고 공부하면서 오로지 우리끼리 서로 의지해 삶의 낙과 일거리를 찾았다.” |
- 《벨기에 에세이》, 샬럿 브론테, 에밀리 브론테, 앤 브론테 지음, 김자영, 이수진 옮김 (미행)
《브론테 자매 평전》이 연구자에 의해 쓰여진 평전이라면, 《벨기에 에세이》는 세 자매가 쓴 일기와 편지, 에세이를 엮어 만든 글 모음집입니다. 짧은 생애로 인해 보다 더 많은 작품을 집필할 수 없었던 앤 브론테의 사상과 그가 그린 캐릭터 '헬렌'의 일면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라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을 읽고 앤의 팬이 되신 독자 분들께 꼭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어떤 변화를 만나고 겪게 될까? 그리고 지금의 우리 모습과는 얼마나 많이 달라졌을까? 내가 바라는 건ㅡ최소한 나빠지지는 않기ㅡ나로서는 지금보다 마음의 생기를 더 잃거나 나이만 먹은 사람일 수는 없다." (1845년 7월 31일, 앤 브론테의 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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