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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들불레터에서는 들불이 주목한 신간 3권을 소개하고, 제인 오스틴 탄생 250주년을 기리며 제인 오스틴 책 읽기의 길잡이가 될 수 있는 『디어 제인 오스틴』을 소개하였습니다.
👀 들불의 PICK!
-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 디디에 에리봉 지음, 이상길 옮김 (문학과지성사)
- 『페미니즘, 안녕들 하십니까』, 강이수 외 지음 (창비)
- 『정원에 묻은 것을 파내야 한다』, 사이토 미에 지음, 김영현 옮김 (다다서재)
📚 제인 오스틴 탄생 250주년을 기리며 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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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에 에리봉 지음, 이상길 옮김
(문학과지성사)
『랭스로 되돌아가다』의 저자 디디에 에리봉이 어머니의 삶을 따라가며 노년과 죽음의 문제를 사유한 작품입니다. 전작인 『랭스로 되돌아가다』가 동성애자, 지식인으로서의 삶을 위해 노동자계급인 가족과 연을 끊었던 저자가 가족의 죽음을 계기 삼아 계급 정체성을 재구성한 작품이었다면,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은 어머니의 삶을 자전적으로 펼치는 동시에 어머니의 삶을 통해 노동계급 여성, 노인이라는 범주를 사회학적으로 분석한 책입니다. 디디에 에리봉의 '사회학적 자기 성찰'이라 스스로 이름 붙인 글쓰기 방법론의 탁월함이 이 책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납니다. 이 책은 특히 옮긴이 해제가 훌륭하니, 지나치지 마시고 꼭 읽어보세요!
"어머니의 예기치 못한 죽음에 맞닥뜨린 에리봉은 그로 인해 자신이 흘린 눈물이 얼마나 정치적인 것인지 말하기 위해, 나아가 어머니를 위시한 노인들의 모든 주름, 모든 고통, 모든 신음에 담긴 ‘정치적인 것’을 밝혀내기 위해 애쓴다. 이 책은 그 노력의 산물이다." (「옮긴이 해제」)
*『랭스로 되돌아가다』,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 북클럽을 기획 중입니다. 혹시 기획, 운영에 함께 하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메일 주세요! (contact@fieldfir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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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수, 김민정, 김소라, 김하영, 김현미, 백영경, 송지수, 엄혜진, 유현미, 추지현 지음
(창비)
한국어를 사용하는 저자들의 페미니즘 저서 출간이 다소 뜸해진 상황에서, 모처럼 반가운 책이 나왔습니다. 『페미니즘, 안녕들 하십니까』는 '대학'이라는 지식 생산의 터전이자 연대의 장소에서 출발하여 페미니즘이 민주주의를 새로이 뒤바꿔가는 핵심적 실천임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총 10명의 저자가 참여한 이번 책에서 중요한 질문은 "대학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입니다. 대학 내 젠더 이슈는 물론, 지역 대학의 문제와 대안적 사례들, 대학이라는 자본주의적 공간의 한계 등을 폭넓게 다룹니다. 또, 학내 논의가 한국의 페미니즘 흐름에 영향을 준 것과 마찬가지로 페미니즘이 대학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대학 내 반성폭력 운동을 통해 조명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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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미에 지음, 김영현 옮김
(다다서재)
가끔 '고통 없이 나 자신을 설명하는 일이 가능할까?' 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페미니스트가 된 것도,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들불을 운영하게 된 것도 나의 고통을 한 톨도 남기지 않고 완전히 연소시키고 싶어 시작한 작업이었다는 생각도 종종 해요. 그러나 정작 제가 연소시켜왔던 건 제 고통이 아니라 저라는 총체였던 것 같습니다. 작년 연말에 이런 고민으로 특히 어지러웠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볼 수 있었어요. 이 책은 특히 내가 왜 죽고 싶은가, 그러나 여전히 왜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여느 때보다 치열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혹시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시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타인과 함께 있는 것. 나는 이 짧은 문장 속에 '나'라는 존재가 반드시 필요함을 이제야 깨닫는다. 나라는 존재가 없이 어떻게 타인과 함께 있을 수 있겠는가. 당연히 불가능하다. 나는 나를 되찾아야 한다. 이미 아주 조금밖에 남지 않은 나를 빠짐없이 찾아내야 한다. 나는 할 수 있을 것이다. 해내야 한다. 살아가기 위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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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인 오스틴 북클럽〉은 제인 오스틴의 한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무례야말로 사랑의 본질”
이 문장은 『오만과 편견』에서 엘리자베스가 빙리에 대해 한 말—“남한테는 대체로 무례해지는 게 진짜 사랑의 본질 아니예요?”—에서 비롯된 대사입니다. 빙리가 무도회장에서 다른 여성들과 춤을 추지 않는 무례를 저지름으로써 제인을 향한 사랑을 드러냈다는 해석을 뒷받침하는 말이죠. 간결하고도 예리한 이 문장은 사랑의 본질을 단번에 벼려냅니다. 이 문장을 곱씹다 보면 자연스럽게 제인 오스틴의 얼굴이 궁금해집니다. 총명한 눈빛으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은 채 날카롭게 이야기를 풀어놓는, 조금은 까칠한 얼굴을 한 여성이었을 거라고 상상하게 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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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공개된 이른바 '라이스 초상화'의 일부. 헨리 라이스가 가문에서 간직했던 보물이라며 경매에 내놓은 이 작품은 기존의 제인 오스틴에 대한 인상을 뒤바꿔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읽고, 그의 얼굴을 한번 상상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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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제인 오스틴』은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혹시 마음속으로 제인 오스틴의 얼굴을 그려본 적이 있나요?”(9)
김선형 번역가는 타고난 이야기꾼인 제인 오스틴을 경이로울 정도의 ‘동시대성’을 가진 작가로 소개합니다. 그의 소설을 관통하는 경쾌한 톤과 리듬은 현대의 우리를 단숨에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긴다고 말하죠.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 아침 드라마처럼 흥미롭다는 데는 많은 독자들이 고개를 끄덕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동시대성’을 가진 작가라니요. 희대의 고전을 쓴 제인 오스틴을 동시대 청년으로서 상상하는 일…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는데요. 우리 시대에서 1700-1800년대를 살았던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디어 제인 오스틴』은 바로 그 간극을 건너는 방법을 제시하는 작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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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제인 오스틴』은 크게 세 개의 축으로 구성된 작업물입니다.
첫째는 번역가로서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읽고 해석하는 작업입니다. 김선형 번역가는 오스틴 특유의 문체와 단어의 디테일, 톤과 리듬감을 세심하게 분석하며 번역 과정에서 마주한 고민과 판단을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고전 속 작가의 목소리를 상상하기 어려워하는 독자에게 이 책은 믿을 만한 길잡이가 되어줍니다. 또, 번역 작업의 비하인드도 알 수 있어 그 재미도 쏠쏠해요. 그가 번역한 두 권의 책(『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 속 화자의 목소리는 경어체로 쓰여져 있는데요. 기존에 출간되었던 다른 판본을 먼저 읽었던 분들이라면 조금 의아하게 느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에 대해 번역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 경어체로 설정한 주된 이유는, 이처럼 인물들의 다양한 목소리들을 자유간접화법 속에 포괄하는 제인 오스틴의 천재적인 서술 방식을 한없이 유연하게 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음에 읽어보실 때는 (...) 화자가 서술 속에서 어떻게 변신하는지를 유심히 잘 살펴보세요. 그러면서 작가뿐 아니라 번역가의 움직임을 추적하면 색다른 관점에서 이 재미있는 책을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예요.”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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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작업은 김선형 번역가 개인의 삶 우리의 경험을 통해 오스틴을 다시 읽는 일입니다. 그는 오스틴의 문장이 그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오스틴이 작품에 담아낸 마음과 혜안, 세계의 진실이 우리의 과거-현재-미래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를 밀도 있게 풀어냅니다. 그 진심 어린 태도는 마치 오랜 애정을 고백하는 ‘덕후’의 기록처럼 느껴집니다.
“삶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세계와 연결될 수 없었던 건 나 자신과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임을 깨달았습니다. 자아에 대한 핵심적인 앎 없이는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의 진의도 뼈저리게 체득했지요. (...) 그래서 제인 오스틴을 다시 펼쳐 읽었습니다. (...) 그리고 그제야,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들은 (...) 말하지 못하던 사람들이 결렬과 상처, 잔인한 홀대와 모욕, 편견과 이기주의, 불안과 상실감, 자기 의심과 자기혐오, 서로를 갈라놓는 모든 장벽을 넘어 발화하고 세계와 재결합하는, 치열한 투쟁의 기록이자 희망의 전갈이라는 것을요.” (6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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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작업은 사랑이 만들어내는 세계로의 초대입니다. 김선형 번역가는 제인 오스틴의 삶과 캐릭터, 서사의 힘을 따라가며 제인 오스틴을 경험해보지 못한 독자들을 초대합니다. 그리하여 사랑에 물들고, 세계에 연결되도록 돕는 또 하나의 사랑을 실현합니다. 특히 김선형 번역가가 관심을 갖는 건 제인 오스틴이 소설 속에서 그렸던 새로운 세계를 생성시키는 사랑, 공동체의 가능성을 꿈꾸게 만드는 사랑입니다.
“제인 오스틴은 이 에로틱한 욕망을 현실 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연대의 동력으로 전환하는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사랑의 이야기가 기존의 세계를 파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세계를 생성하는 유대의 동력이 되려면 여성이 어떤 이상을 기호화한 욕망의 대상으로만 고정되어서는 안 되고 스스로 변화하는 주체로서 이 의식적 각성의 연대에 자의로 참여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266)
이 책의 매력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김선형 번역가는 여러 여성 작가들의 작품과 삶을 통해 제인 오스틴을 다시 호출합니다. 버지니아 울프,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처럼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을 썼던 작가들뿐만 아니라 비비언 고닉, 박완서, 마거릿 애트우드, 토니 모리슨 등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 작가들의 호흡과 문장을 통해 제인 오스틴이 현대에 이르러 어떠한 동시대성을 가질 수 있는지 면밀히 살핀 파트들이 인상적입니다. 고전 읽기를 어려워하시는 분들 중 위에 언급한 작가들의 작품을 한 권이라도 읽어본 분이 계시다면 이 책을 통해 좀 더 수월하게 제인 오스틴의 재미에 빠져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오스틴과 박완서는 돈이 휘젓는 그 불안과 희망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이 참 우습고도 짠하고 초라한 존재로 전락하는 슬픔을 똑똑히 지켜보되 꿋꿋이 다정과 사랑의 가능성을 꿈꾼 작가들입니다. 돈이 세계를 장악하는 역사적 시점에서, 이들은 돈의 힘을 넘어서서 사람이 되고 사람끼리 연결되고자 하는 이 뜨거운 열망을 포착하는 글쓰기를 발명했고, 향후 영국과 한국의 소설 ‘신(scene)’을 완전히 바꾸어놓은 작가들입니다.” (8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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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에 발행될 제인 오스틴 탄생 250주년 특집호 2탄에서는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 2권,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을 김선형 번역가의 번역으로 만나보고 다시 한 번 『디어 제인 오스틴』을 참고하여 이해해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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