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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세계 여성의 날, 어떻게 보내셨나요? 🌹🥖 오늘 들불레터는 여성의 날을 맞아 페미니즘 도서 9권을 소개합니다. 여성의 날을 계기로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활활 타오르길, 페미니즘 투쟁으로의 열망이 더욱 강렬해지길 바라면서 오늘의 들불레터 시작해보겠습니다!
📚 들불이 만난 이야기
- 『고등학생 운동사』, 김소연 외 11인 (동녘)
- 『페미니즘, 안녕들 하십니까』, 강이수 외 9인 (창비)
- 『너무 희미한 존재들』, 김고은 (동녘)
- 『화장실 전쟁』, 알렉산더 K. 데이비스 (위즈덤하우스)
- 『자기만의 그라운드』, 임보미 (알에이치코리아)
- 『퀴어한 장례와 애도』, 김순남 외 3인 (산지니)
- 『페미니즘으로 부채 읽기』, 베로니카 가고, 루시 카바예로 (현실문화)
- 『먼지가 가라앉은 뒤』, 루시 이스트호프 (창비)
- 『밥 짓는 여자들』, 정다정 (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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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외 11인 지음
조한진희(반다) 기획 (동녘)
많은 분들이 1980년대를 학생운동의 시대로 기억하실 겁니다. 이전까지 이어오던 서울 대학 및 지방 거점 국립대학 중심의 운동이 1980년대 들어 대중화되면서, 대학생 신분으로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학생의 수가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그 시기 학생운동은 유독 '대학생'에 초점을 맞춰져 있으나, 사실 당시 대학생들만큼이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격렬하게 투쟁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고등학생 활동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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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윤석열 퇴진을 외치며 광장에 모여든 25년 12월, 5만 명 이상의 규모의 '청소년 시국선언'이 발표되었습니다. 당시의 청소년 시국선언은 '고등학생'만을 포괄하는 선언은 아니었으나 학생운동으로서의 명맥을 잇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하는 그들의 열망을 읽을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또, 윤석열 탄핵 이후에는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전국행동'의 이름으로 반민주 정치세력이 대선에 출마하는 등의 행태를 비판하는 취지의 선언을 발표하였습니다. 일각에서는 청소년이 교육현장 안에서의 차별과 혐오에 목소리를 내는 일을 광장에서 윤석열 탄핵을 외친 여성들을 새롭게 발견한 것처럼, '기특하게' 바라보기도 했는데요. 민주주의 수호가 곧 교육의 민주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청소년들의 믿음과 투쟁은 막 출현한 현상이 아닌 오래된 역사라는 사실을 《고등학생 운동사》에서 확인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또, 당시 고등학생운동에서 학교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활동가들이 여전히 다양한 영역에서 꾸준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주목하면 좋겠습니다.
"고등학생운동은 왜 거의 기록되지 않았을까. (중략) 전교조가 출범했던 해부터 몇 년 동안 수십만의 중고생이 징계와 퇴학을 불사하며 싸웠는데도 전교조에서 고운을 기억하지 않고 호출하지 않는 것. 이 또한 10대를 정치적 주체로 보기 불편해하는 흐름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작동한 결과라고 본다." (11-13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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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수 외 9인 지음 (창비)
페미니스트들이 학내에서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어떠한 활동을 펼쳐 왔는지, 이러한 활동의 역사 안에서 작금의 '트랜스젠더 배제 페미니즘'에 대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또 지역 대학이 어떻게 지역 간 불평등을 젠더화된 방식으로 재생산하고 있는지, 이러한 재생산의 매커니즘에서 벗어나 대안적인 모델로 운영되고 있는 대학의 사례를 살펴볼 수 있는 책입니다. 더불어 이 책은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약 86%에 달하는 지금, 왜 여성의 대학원 과정 이수와 교수 임용은 어려운지 '연구노동'의 측면에서 대학을 조명하고, 대학 내 반성폭력 운동이 기존의 사회운동과 연동되어 온 과정을 살피는 동시에 온/오프라인을 오가며 새로운 상호 작용을 펼쳐온 페미니스트들의 전략을 분석합니다. 페미니즘의 장소 혹은 페미니즘을 둘러싼 논쟁의 공간으로서 대학이 자주 소환되는데 비해 이를 다루는 단행본의 수는 적은 편인데요. 모처럼 학내 페미니즘을 본격적으로 다룬 책이 출간되어 반가운 마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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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은(동녘)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월, 70만명이 넘는 '쉬었음' 청년을 '준비 중' 청년으로 재정의하고, 이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쉬었음 청년이라는 용어도 참 희한하게 들리지만, 준비 중 청년이라는 말이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은 역시 좀 의아하게 느껴집니다. 마치 노동자로서 '1인 분'의 몫을 해내지 못하면 존재 자체로 '승인'받지 못한 채 영원히 준비 중인 상태로 머무르게 되는 것만 같은... 이상한 용어죠. 이와 비슷하게 자주 소환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바로 '은둔고립청년'입니다. 제 몫을 해내지 못하는, 생산성의 측면에서 제 구실을 못한다고 규정되는 청년 세대를 일컫는 말이죠. '성장', '성공' 따위의 말을 늘어놓으며 '은둔고립청년'들에게 매섭고 따가운 시선을 던지고 있는 자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 시선을 '은둔고립청년'이 아닌 사회구조로 돌려보면... 이 세계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너무 희미한 존재들》은 바로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책입니다.
"사람들이 행복해져야 나도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가 변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중략)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는 뒷전으로 미루고 경제활동을 하는 ‘개인’으로 복귀시킨다는 것은 그 문제 속으로 다시 들어가라는 말이 아닌가? 은둔고립청년에게 취업 교육이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취업 교육을 받아도 결국 이 구조 속에서는 같은 문제를 마주한 뒤 다시 은둔고립청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123-130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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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K. 데이비스 지음, 조고은 옮김
(위즈덤하우스)
제가 잠시 다녔던 한 직장의 직속상사는 화장실 가는 횟수를 단속하는 악질상사였습니다. 누군가 화장실을 자주 가는 듯 하면 파티션 너머로 이렇게 말했죠. 'OO씨, 화장실을 또 가네? 거기 남자친구라도 숨겨놨나봐?' 딱 두 문장 말했을 뿐인데도 너무 차별적인 괴롭힘 그 자체라 그 말을 듣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팀원들 모두가 괴로움을 호소했습니다. 그 소리를 듣기 싫었던 팀원들은 급기야 화장실을 참기도 했어요. 저 역시 그랬고, 그때 모두 방광염으로 크게 고생했습니다. 지금도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화장실을 제때 가지 않으면 방광염이 재발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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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인가요. 저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어릴 적부터 괴로웠던 터라, 어디 멀리 약속이 있어 나가는 날이면 지하철 승강장을 통과하지 않고 갈 수 있는 역내화장실의 위치나 약속장소 근처에 개방화장실을 둔 큰 건물의 위치 등을 알아두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저는 손쉽게 여성으로 패싱되는 사람이고, 이 때문에 성별을 구분하는 표지판과 기호 앞에서 망설이지 않습니다. 악질적인 상사만 없다면 방광염에 걸리지 않고,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실수를 저지르지도 않고 어떤 화장실이든 무사히 통과하여 자유롭게 볼 일을 볼 수 있는거죠. 그런데 제 주변에는 어느 곳보다 성차가 강조된 화장실 앞에서 난감해하는 친구, 동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는 최근 어느 때보다 '성별분리형 화장실'이 젠더 정치의 첨예한 이슈가 되면서 이들의 외출을 어렵게 만드는 등 더 큰 고통을 안기고 있습니다. 사실 화장실의 성 정치화는 1960년대 이후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확대되면서 본격화됐습니다. 여성이 '노동자'가 되면서, 일터의 여자 화장실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것이죠. 그러다 20세기가 끝날 무렵, 성소수자 운동을 통해 화장실 정치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처럼 화장실은 시기별로 젠더 정치의 장으로서 존재해왔는데요. 우리는 앞으로 '화장실'이라는 공간을 어떠한 변화의 공간으로 상상해야할까요? 그 실마리를 《화장실 전쟁》에서 찾아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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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미 지음, 52스튜디오 사진
(알에이치코리아)
레터를 작성하고 있는 현재로부터 약 30분 뒤, 안세영 선수의 배드민턴 전영 오픈 결승전이 열립니다. 저는 배드민턴을 잘 치는 편은 아니지만, 라켓을 가지고 하는 경기(배드민턴, 테니스, 탁구)에 관심이 많아 그의 경기를 종종 찾아 봅니다. 그의 퍼포먼스를 보다보면, 정말 경이롭다는 표현이 절로 나옵니다. 그가 쏟는 땀방울에 감화되어서 나도 진심을 다해 내가 하고 있는 일에 투신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합니다. 어쩌면 이게 스포츠의 힘인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이런 감정을 진하게 느꼈던 작품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자기만의 그라운드》입니다. 농구, 야구, 근대5종, 유도, 아이스하키 등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을 인터뷰한 이 책은 운동선수의 삶을 조명하며 지금의 자리까지 오기까지의 마음가짐과 앞으로 목표를 향해 어떠한 마음으로 달려갈지 감동의 서사를 그린 작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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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남, 김현경, 나영정, 이유나 지음
(산지니)
친구를 떠나보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상실에 슬퍼할 새 없이 그의 원가족과 소모적인 언쟁을 벌이는 일이었습니다. 몇 차례 비슷한 일을 겪고 나자, 제 안에는 장례식에 함께 했던 퀴어-페미니스트 친구들과 장례 문화에 대해 한바탕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는 마음이 자라났습니다. 그러나 제게도, 친구들에게도 상실과 그날의 좌절감을 다시 떠올리는 일은 쉽지 않았고 대화를 해보려는 시도가 한 차례 좌절되자 두 번 다시 이야기를 꺼내지 않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이후 몇 년이 지난 뒤에 《퀴어한 장례와 애도》를 손에 쥐게 되었는데요. 왠지 그때 그 친구들과 다시 만나 우리가 빼앗긴 애도와 삶의 권리에 대해, 차별적인 구조 안에서 불균형하게 작동하는 애도라는 정치적 의제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어졌습니다. 죽음과 애도에 대해 이야기 나누려면 먼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해 필연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어야만 합니다. 우리는 연대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나가야 할까요?
"퀴어로서의 애도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고립되지 않은 생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누군가의 죽음이 사회적인 낙인과 편견으로 인해서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남는 게 아니라, 존엄한 죽음의 의미를 사유하는 사회의 장을 생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애도는 장례식 '안'에서만이 아니라, 왜 어떤 죽음은 애도조차 불가능한지, 왜 이 사회가 그런 삶을 살게 내버려두었는지를 집요하게 묻는 것이며, 배제된 자리가 아니라 삶 '안'에서 함께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122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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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가고, 루시 카바예로 지음
김주희, 황유나 옮김 (현실문화)
'Ni Una Menos'(단 한 명도 잃을 수 없다)라는 아르헨티나의 젠더폭력 반대 운동의 슬로건을 아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아르헨티나는 임신중지 권리 쟁취 투쟁, 여성파업 등 페미니즘 투쟁이 활발히 전개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NiUnaMenos운동 이후 아르헨티나에는 동수제가 도입되었고, 낙태 합법화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도 높아지는 등의 성과도 있었습니다. 《페미니즘으로 부채 읽기》의 두 저자 역시 2016년 일어난 대규모 페미니스트 봉기의 활동가들입니다. 이들은 페미니스트 액티비즘에 뿌리를 두고 "부채는 우리에게 빚을 진 것이다"라는 슬로건을 강력하게 말하는데요.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부문을 겨냥한 금융 착취의 행태를 고발하고, 노동이 어떻게 여성화되었으며, 여성화된 노동이 젠더화된 격차를 어떠한 방식으로 강화하는지 보여줍니다. 부채를 '벽장 밖으로' 꺼내는 일은 과연 가능할까요? 2026년 한국에서 살고 있는 30대 여성인 저에게는 그것이 왠지 수치스러운 일처럼만 느껴지는데요. 이러한 수치심과 죄책감에 도전하는 《페미니즘으로 부채 읽기》, 꼭 한 번 읽어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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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이스트호프 지음, 박다솜 옮김 (창비)
이 책은 세계 곳곳의 재난 현장을 오갔던 재난 복구 전문가 루시 이스트호프의 에세이입니다. 그는 재난 복구가 단지 현장을 정리하거나 시신을 수습하는 일을 넘어, 공동체를 재건하고 재난을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을 정비하며, 희생자가 인간의 존엄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자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적극적으로 애도에 동참하는 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지금 여러 차례의 비극을 어떻게 애도해왔는가 다시금 질문을 던지게 되었는데요.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희생자와 유가족을 돌보는 그의 일과 삶에서 공동체 재건을 위한 희망의 언어를 발견해 보는 것도 애도의 한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우리는 재난이 일어났던 자리에 기념비를 짓는다. 그것은 실용적이진 않아도 재난을 기억하게 해주는 토템 역할을 하고, 사유와 성찰을 유도하며, 물론 역사적인 의미도 지닌다. 그러나 라크메강티크는 고인들을 기리는 더 좋은 방식이란 그들을 위해 사는 것임을 가르쳐주었다. 자신의 이야기 속에 그들의 이야기를 넣어, 그들의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 이것이야말로 애도의 가장 좋은 방법이리라." (203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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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정 지음 (산지니)
올해 1월,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개정안은 학교 급식 노동자의 적정 식수 인원(조리사 1명이 담당하는 밥을 먹는 사람 수) 기준을 정부가 정해 각 시도교육청이 배치 기준을 수립할 것을 명시한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급식 노동자 한 명이 200명 이상의 식수를 감당하며 폐암 산재 등 각종 질환으로 이어졌던 걸 생각하면 정말 환영할 만한 성과입니다. 그간 한국 사회에서 급식 노동자는 노동 강도에 비해 전문성이나 가치 등이 인정받지 못했고 오히려 '밥하는 아줌마'로 불리며 멸시를 당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책은 급식 노동자 16명을 인터뷰하며, 그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여성의 노동'이라 규정되었던 노동들에 대한 사회의 무시와 착취를 고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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