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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오세훈 서울시는 서울 유일의 공공돌봄 기관이었던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을 강제 해산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공공돌봄 인프라가 붕괴되었고, 돌봄 노동자 400여 명은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또, 3월 27일부터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거주지에서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제도인 '통합돌봄'이 전국 시행되었죠. 그러나 돌봄현장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처우, 공공 돌봄 인프라 확충, 충분한 재정 편성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시행되어 껍데기만 화려한 정책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오늘 다룰 『결혼 옵션 세대』는 '돌봄 기금'을 만들어 노동 형태와 상관 없이 돌봄 지원 서비스, 육아휴직 급여, 아동수당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하는 책인데요. 두 명의 저자가 이러한 제언을 하게 된 배경을 이 책의 내용을 통해 파악해보겠습니다.
📚 들불이 만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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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출생아 수가 2만6000명을 넘어, 여성 한 명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가 0.99명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월 단위 ‘합계출산율’*을 집계하기 시작한 2024년 1월 이후 최대 출산율을 기록한 것인데요. 2015년 이후 꾸준히 감소해온 합계출산율에 반등이 생기면서,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언론의 평가도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인 ‘에코붐 세대(1991~95년생)’가 결혼적령기에 진입하면서 나타난 효과로, 에코붐 세대의 효과가 끝나면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이와 비슷하게 반등한 것이 혼인 건수입니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2.4% 증가했거든요. 업계 관계자들은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의 증가를 코로나19로 미뤄졌던 결혼이 이제야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기저효과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물론 결혼 지원 정책 또한 역할을 했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년~2025년)이 실행되기 이전부터 ‘인구 오너스’ 시계가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인구 오너스란, “생산 연령 인구가 줄고 부양해야 하는 인구는 늘면서 경제성장이 둔화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2020년에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제4차 기본계획은 무력한 상태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런데도 올해 혼인, 출산 건수가 반등하면서 이를 정책 효과냐 기저 효과냐를 두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정작 분석의 대상이 되고 있는 M세대, Z세대 당사자들은 시큰둥해보입니다. 제 주변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제 경험이나 관계를 통해 한국 사회의 현상을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저를 포함해서 제가 알고 있는 여성들이 결혼, 출산보다는 커리어를 선택한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이번에 출간된 『결혼 옵션 세대』는 제 주변처럼 ‘커리어는 기본, 결혼은 옵션’으로 생각하는 세대에 대한 분석을 위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클라우디아 골딘의 『커리어 그리고 가정』의 서술과 분석 방식을 참조하여 ‘대졸 여성의 커리어와 가정’을 분석한 책입니다. 과거에도 지금도 여성은 ’항상‘ 일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사회•정책 고려는 예전엔 아예 없었고 지금도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세대별로 분석하는 일도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점검하는데 필요한 작업일텐데요. 이 책에서는 여성의 ’커리어‘(경력)를 분석하기 위해 결혼, 출산의 경험을 함께 살핍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여성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의 구조적•문화적 문제를 드러냅니다. 또, 인구학적 통계를 분석하여 저출생 현상에 대한 타개 방향을 정책적으로 제언하는 작업하는 동시에 ‘왜 여성들이 가정이 아닌 ‘일’을 선택하였는가‘를 분석하면서, 일-가정 양립을 포함하여 고정된 성역할 규범에 대한 질문 등 성평등 사회로의 급진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전개합니다.
오늘 들불레터에서는 이 책의 분석을 따라가면서 반세기 동안 한국 사회의 여성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사회 구조와의 연결고리 속에서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보다 수월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각 집단별로 페르소나를 설정하여 보여주는 방식으로 전개할 예정인데요. 각 페르소나에 본인이 알고 있는 해당 연령대의 여성의 얼굴을 떠올리면 좀 더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 합계출산율 =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 본 레터는 인구학 통계자료를 언급하기 위해 출생률(특정 집단에서 1년 간 인구 1,000명 당 태어난 출생아 수)가 아닌 (합계)출산율을 기준으로 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다만, 아이를 낳는 주체에 인구 감소의 책임을 묻는 게 아닌 출생인구와 사회구조에 주목하자는 취지로 ‘저출산’이 아닌 ‘저출생’으로 용어를 바꾸어 사용해야한다는 여성계의 주장에 동의하는 바이며, 이에 합계출산율과 저출생을 혼용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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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집단(1955~1964년생): 김도생의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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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생은 대학 졸업 후 여성 고용의 문이 비교적 열려 있는 금융권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기로 결심합니다. 당시 금융권에서의 여성 인력에 대한 수요는 분명했습니다. 대부분은 고졸 출신이었지만, 임원급까지 커리어를 쌓은 소수도 금융권에서 등장했죠. 그러나 대학교 3학년이 되자, 주변에서 슬슬 결혼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김도생의 어머니는 나름 ‘깨어 있는’ 분이었지만, 그래도 결혼은 해야한다는 입장이었고 김도생은 주변의 결혼소식과 어머니의 기대 속에서 압박감을 느낍니다. 결국 김도생 역시 결혼과 출산을 취직과 거의 동시에 하게 되었고, 아이는 부모님이 대신하여 키워주었습니다. 육아에서 아버지의 역할은 크지 않았고, 육아휴직을 쓰면 업무를 따라갈 수 없었던데다 ‘사정을 봐주는’ 사회적 분위기도 아니었기 때문에 부모님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래도 김도생은 사정이 나은 편이었습니다. 1집단에서 대학교를 나오고 결혼도 했는데 경제활동도 한 여성은 100명 중 2~6명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여성의 수가 적었기에, 김도생은 롤모델이 될 여성을 찾기는커녕 ‘각자도생’의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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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집단(1965~1974년생): 이고단의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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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단이 중학생일 무렵, 도서 지방부터 중학교 의무교육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대의 전반적인 학력 수준이 증가하였죠.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여학생의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 전문대학 이상 진학자 비율도 크게 증가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고단은 대학 진학 시 전공 선택을 주도적으로 한 케이스입니다. 안정성, 전문성에 대한 추구 등을 고려하여 전공을 선택하게 된 것이죠. 그러나 대학 졸업 이후, 여성 대졸자를 대상으로 한 취업 시장은 굉장히 작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이 교사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당시 여성 대졸자의 수는 연간 약 12만 명이었는데, 그 중 8만 명이 교원이 되었으니 엄청난 비중이었죠. 이고단은 어렵사리 취직을 한데다 일을 그만두거나 쉬면 다시 좋은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출산과 무관하게 계속해서 경력을 이어갔습니다. 이는 통계로도 나타났습니다. 결혼한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비율 자체는 높지 않았으나, 출산으로 인해 경제활동을 줄이는 것이 전체 통계로는 나타나지 않았던 거죠. 이 시기 은행권, 삼성전자 등에서 직장어린이집을 만들기 시작했으나 그 속도는 더뎠습니다. 그래서 이고단은 커리어와 가정의 고단한 공존 속에서 고군분투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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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집단(1975~1984년생): 최단절의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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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단절은 고1 때 외환위기를 맞았습니다. 그래서 실용적이고 취직이 잘 되는 전공을 선택하는 게 중요한 미션이었죠. 부모님의 조언 속에서 최단절은 신중하게 전공을 선택하였습니다. 이후 커리어로의 연결 역시 지극히 실용적인 선택이었습니다. 그러나 최단절에게 위기는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과 찾아왔습니다. 아이가 0세일 때는 부모님이 봐주시거나 유치원의 종일반에 맡길 수 있었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돌봄 공백이 생기게 된 것이죠. 여전히 육아의 부담을 엄마가 져야하는 사회적 통념 속에서 여성들은 경력단절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것이 하나의 현상이 되자, 2008년에는 ‘경력 단절’이 제목에 들어간 연구보고서가 처음 나오게 됩니다. 같은 해에는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이 제정되었고요. 최단절 역시 결혼으로 경력단절의 위기를 한 차례 맞았으나, 결정적으로 경력단절이 된 건 출산과 맞물려 있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는 생애경로가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었기에, 최단절에게 커리어가 단절되는 일 역시 그리 큰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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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집단(1985~1996년생): 유옵션의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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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옵션은 경제발전의 황금기에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으나 초등학생 때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유옵션이 대학교에 진학할 무렵에는 또래 고등학교 졸업생의 70%가 대학교에 진학했습니다. 그러나 외환위기로 평생직장은 더 이상 없다는 게 정설이 되면서, 전문자격증을 따는 것이 시대정신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유옵션은 서울 소재의 대학에 진학하여 취직을 하였고, 스스로를 부양하는 문제에 천착하게 되면서 결혼은 뒷전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주변의 친구들도 마찬가지였어요. 결혼 관념의 변화가 생긴 것이죠. 또, 이른바 ‘젠더 갈등’이 가시화되면서 남성에 대한 불신이 생긴 것도 결혼을 필수로 생각하지 않는데 중요한 요인이었습니다. 앞서 다른 집단의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유옵션에게도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여성이 많지 않았습니다. 이전 세대에 비해 비교적 늘어났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커리어를 이어온 여성의 수가 많지 않은 건 여전했죠.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이 활성화되면서 유옵션은 일을 우선으로 하여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는 또래 여성들에게서 배움을 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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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지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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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출산-육아의 길과 커리어를 병행하는 일은 유독 여성의 몫처럼만 이야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저출생의 원인은 무책임이나 이기적인 마음에서 비롯되는 현상이 아닙니다. 여성의 커리어, 결혼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규범이 여전히 보수적인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죠. 여성에게는 “일할 권리도, 일하지 않을 권리도” 있습니다. 이들이 무엇을 선택하든 그것을 존중하는 일이 역설적이게도 저출생 패러다임을 역전시킬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재정, 연금, 경제성장 같은 큰 단어들을 내세우며 여성 개개인의 이야기를 홀대하는 일은 곧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저버리는 일로 이어질 거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커리어와 가정을 양자택일의 문제로 두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시간, 소득, 함께의 키워드를 제시합니다. 해당 키워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결혼 옵션 세대』를 통해 확인해보시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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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 골딘 지음, 김승진 옮김
들불레터 85화에서 한 차례 소개한 바 있는, 클라우디아 골딘의 책입니다. 『결혼 옵션 세대』의 두 저자가 책의 머리말에서 밝혔듯, 골딘의 책은 두 사람에게 중요한 영감을 주었습니다. 골딘은 노동경제학자로서 여성의 노동시장 성과에 대한 이해를 발전시켜 그 공로로 2023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죠. '대졸 여성의 커리어'와 '가정'에 대한 오랜 기간의 데이터를 토대로, 네 개의 집단으로 나누어 분석을 전개했다는 점에서 두 작업은 유사한 전개 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또, 결론에서 사회적 차원의 돌봄 지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점 역시 유사합니다. 다만 골딘의 책이 책이 1) 일과 가정 사이의 긴장이 '성별 소득 격차'에 영향을 주는 이유를 분석했고, 2) 중요한 분석 도구로 시간 제약과 선호에 대한 선택을 이야기한다는 점 3) '직종' 자체의 성격에 주목한다는 점 등에서 두 책은 차이를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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