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의 여정을 당신과 함께합니다 📓 이야기의 유일한 단점은 '끝'이 있다는 사실이다. 램프의 요정 지니가 나타나 소원을 딱 하나만 들어주겠다고 한다면, 나는 '끝이 없는 이야기'를 달라고 빌겠다. 나와 같은 소원을 지닌 이들도 무척 많은 것 같다. 전세계 애독자들이 보내온 수많은 편지를 보노라면 책이 끝나는 게 속상하다고 적은 이가 부지기수이다. '이야기가 영원히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나도 건지 섬으로 가서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회원이 되고 싶어요.' 그런 독자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물리적인 시간을 초월해보라고. 책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책은 영원히 계속된다고. - '애니 배로스가 메리 앤 섀퍼를 기억하며' 중 💭 출간 이후, 매년 연말마다 꾸준히 누군가의 '올해의 책'으로 꼽히곤 하는 소설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할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입니다. 주인공인 줄리엣은 여러 사람과 편지를 주고 받으며 책과 사람들을 향한 애정을 가감없이 드러냅니다. 때론 유쾌하게, 때론 진중하게 이어져가는 이야기들은 전쟁 이후 사람들의 마음 속에 여전히 남은 상처들을 보듬어주는 듯 포근하게 느껴져요. 제가 꼽은 최고의 장면은, 줄리엣이 건지섬으로 떠나기로 결심한 후 건지섬의 북클럽 일원들이 줄리엣에게 보낸 편지들인데요. 편지로 유대를 형성한 새로운 동료를 맞이하기 전, 사람들의 설렘이 고스란히 전달되어서 독자인 저도 들뜨더라구요. 한편으로는 전쟁의 참상을 겪은 모두가 누군가를 열렬히 환대한다는 사실에 가슴 뭉클하기도 했습니다. 사람이 만들어낸 재앙 속에서, 사람으로부터 받은 괴로움까지도 결국 사람을 통해서만 치유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서요. 이 책은 서간문이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편지라는 형식의 특성상 이야기는 한 데 모아져있지않고 얼기설기 엮여있는데, 이것을 이해하고 머릿 속에서 그려보는 일은 주인공인 줄리엣과 독자인 우리 자신의 몫입니다. 수신인에 따라 각기 다른 아픔과 아름다움으로 이어져가는 편지들은, 독자인 우리에게도 그들과 연결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길은 우리마저도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일원인 것처럼 느끼게 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담은 편지를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보려고 해요. 다사다난했던 2020년, 함께 살아내주어서 고맙다고, 다가오는 2021년에도 여전히 이겨내보자고, 죽지 말고 기어코 살아남아보자고 말하고 싶어서요. 여러분도 사랑하고 아끼는 여성 동료들을 떠올리며 편지를 써보면 어떨까요? 그 편지가 분명 누군가에게는 하루, 일주일, 한 달, 그리고 일 년을 버틸 힘이 되어줄거예요. 💬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 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거죠. 실로 기하급수적인 진행이랄까요. 여기엔 가시적인 한계도 없고,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목적도 없어요. 💬 " 지금껏 해온 것들이 그토록 사소한 일이란 말인가. 태양을 즐기고 봄의 빛을 느끼고 사랑을 하고 생각을 하고 일을 하고 진정한 우정을 쌓은 것이?" (19세기 영국 작가 매슈 아놀드의 두 번째 시집 <에트나신의 엠페도클레스>에 수록된 시의 일부) 사소하지 않습니다. 저는 엘리자베스가 어디에 있건 이 구절을 마음에 새기고 있길 바랍니다. Curator’s Comment: 오늘은 2020년 12월 30일입니다. 한 해를 꼬박 하루하고도 몇 시간만 남겨두고 있네요. 아마 오늘이 오기까지 더없이 이상했던 한 해를 사느라 수고했다는 격려의 말들을 틈틈이 누군가와 주고 받으셨으리라 짐작합니다.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책 이야기를 하는 모임이라니, 그것도 그 책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주인공이 배를 타고 섬으로 건너간다니! 모일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요즘은 작품 속의 단촐한 ‘북클럽' 조차도 판타지의 한 장면처럼 느껴집니다. 제가 <건지 껍질감자파이 북클럽>을 처음 읽었던 건 2년 전인데, 다시 읽은 지금과 그때는 너무 많은 게 달라져버렸음을 실감합니다. 이 책은 1946년 1월부터 9월 17일까지 런던 내의 절친한 친구들이 또는 런던 거주민과 건지섬 사람들이 주고받은 편지들로 구성된 서간문 형식을 취하고 있어요. 주고 받는 편지들 사이의 리듬감이 ‘아 서간문의 매력이 이런 거였나!’ 싶은 감탄을 전해줍니다. 이번 큐레이션은 책 제목을 삼등분으로 쪼개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서 연상 되는 곡들로 선곡했습니다. 계신 곳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편지의 리듬감과 음악의 멜로디에 둘러싸인 여러분의 연말연시 정경을 힘써, 떠올립니다. 상단 이미지 : 2020년 들불의 활동내역 (위-모임 활동 내역 / 아래-들불 레터 콘텐츠) 들불은 2020년 한 해,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보냈는데요. 오프라인 모임이 어려워지면서 모임을 전부 온라인으로 전환해야했고, 온라인 도구를 활용한 독서 모임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정비해야했어요. 또, 기존에 계획하던 오프라인 활동들을 대부분 취소해야했고, 취소할 수 없는 프로그램들은 어떻게 진행할 수 있을지 궁리해야했죠. 새로운 시도들에 정신이 없긴 했지만, 한편으론 늘 골치를 썩던 장소 대관 문제가 해결되었고, 서울/경기 이외 지역의 여성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모임을 확장해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2020년 들불은 다음과 같은 프로그램들을 진행했습니다. 아래 프로그램은 2021년에도 지속적으로 운영할 예정입니다. 1) Brave new world (브뉴월) :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라는 부제를 가진 본 프로그램은, 완벽주의 때문에 시도조차 해볼 수 없었던 활동들을 호스트들과 함께 성취해보는 시간을 만들어보았습니다. 등산 프로그램인 산들산들과 달리기 프로그램인 준비땅을 진행했습니다. 2) Dont' be afraid (돈비프) : 여성들의 돈타령을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경제 도서와 경제기사를 함께 읽는 스터디 모임과 소비점검모임, 자본시장법 공부 모임을 운영하였습니다. 본 프로그램은 1월에 새단장하여 신청을 받을 예정입니다. 3) 작은불씨 북클럽 : 줌으로 진행하는 온라인 독서모임입니다. 착취의 경제편, 시 읽는 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였습니다. 5) mixtape 들불 : 뉴스레터 ㅎ_ㅇ의 발행인인 ㅎㅇ님과 함께 한 책-케이팝 큐레이션 프로젝트입니다. 총 8권의 책에 대한 24곡의 큐레이션을 발행하였습니다. 2020년 들불을 운영하는 저! 구구는 이런 글들을 썼습니다. (제목을 누르면 해당 글로 이동합니다) 1) 비학술적 학술제 : <랜선 허그는 정말 따뜻할까?> 2) 들불 11월 업무일지 : <11월의 구구절절> 3) 들불의 순간들 : <독서모임장의 책 읽기 - 장소와 용품편> 다가오는 2021년 상반기, 들불은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기획 중입니다. 1) Don't be afraid (돈비프) 3기 : 확 달라진 돈 타령 프로그램 돈비프! 내게 경제란 무엇인가? 고민하는 시간부터 머니 루틴 구축과 로드맵 설계까지 함께 해보는 프로그램입니다. (1월 중 신청 오픈 예정) 2) 실패 말하기(가제) : 여성들의 실패담을 들어보는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다가오는 2021년에도 들불은 여성들이 서로의 존재를 발견하고, 돕고, 지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짜임새 있게 준비해 볼 예정입니다. 더불어 도움이 필요한 여성들에게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러 실천 방안들을 모색해보려고 해요. 새해에도 여러분과 맞잡은 손 놓지 않을게요! 2021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 * 들불레터는 1월 한 달 간 휴식기를 갖습니다. 2월부터는 10, 20, 30일 발행주기로 발송됩니다. * 들불레터에서는 (가급적) 여성작가의 책만 소개하려 합니다. 남성 문인들의 책을 추천해주신 구독자분들이 여럿 계셨는데요. 들불레터의 목적이나 목표와 부합하지 못하여 싣지 못한 점, 심심한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번 주 들불레터, 어떠셨나요? instagram @fieldfire.kr e-mail contact@fieldfire.kr 수신거부 Unsubscribe |
독서 공동체 들불이 발행하는 뉴스레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