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E100 특집 : 수집가의 언박싱 올해로 13회를 맞이한 책 덕후들의 대명절, 언리미티드 에디션이 지난 11/11~11/14 온/오프라인에서 진행되었어요. 저 역시 책을 너무나 사랑하는 수집가답게 지갑을 탈탈 털리고 왔는데요. 오늘은 언리밋에서 구매한 총 7권의 책 중 특히 재밌었던 책들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 일러두기 : 오늘 레터에는 이미지가 많아요. PC/모바일 모두 와이파이 환경에서 읽으실 것을 권합니다. 사진 속 책의 내용은 사진을 확대하시면 자세히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479가지 서울』, 아마추어 서울 (20,000원) 제가 서울에 산 지도 어언 10년이 다 되어 갑니다. 제게 서울의 첫 이미지는 룸메이트와 함께 살던 시절 혜화동의 모습이에요. 그래서 '서울'을 떠올리면, 밝고 북적거리는 대로변을 지나 조금만 깊숙이 들어오면 사위가 한순간에 어두워지면서 음소거 버튼을 누른듯 적막에 싸였던 혜화동의 골목길, 가을이면 플라타너스 낙엽이 어지럽게 굴러다니던 동양서림 앞 풍경 같은 것들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여러분에게 서울은 어떤 곳인가요? 『479가지 서울』은 이 질문에 4개월간 총 479명이 답하고 609장의 그림을 그려 만든 함께 만든 기록물입니다. 기존 지도의 방식에서 벗어나 책의 형식으로 엮어낸 글로 만든 지도인 이 책은 다양한 서울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고, 나에게 서울은 어떤 곳일까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또 좋아요. 『한국의 동물 상표 1970-1979』, 3pages (25,000원) 언리미티드 에디션에서 처음 책을 구매하던 날, 저는 다짐했습니다. 언리밋에서만큼은 집요하게 파고들며 공부해야하는 그런 책 말고, 여유롭게 앉아 아무생각없이 책장을 넘기다보면 1시간이 훌쩍 지나있는 그런 책을 사자구요. 『한국의 동물 상표 1970-1979』는 이런 저의 다짐을 가장 완벽하게 실현해낸 책입니다. 가볍게 몇 장 넘겨보았을 뿐인데, 어느새 깊이 빠져들어 1시간이 지나있더라구요. 그만큼 재밌고 귀엽고 의미도 있는 책입니다. 책에 따르면, 산업적 관점으로 디자인이 논의되기 시작한 시점이 바로 1970년이라고 해요. 1970년대에 한국이 산업국가로 탈바꿈하게 되면서 거대한 성장을 경험한 기업들이 바뀐 기업환경에서 차별화되고 호의적인 이미지를 만들 필요를 느끼고 '동물'을 기업의 심벌마크로 도입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같은 동물이라고 해도 표정과 자세, 선과 면의 변화 등을 통해 차별점을 둔 여러 상표들이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시켜줍니다. 평소에 로고 디자인에 관심이 있으면서 동물을 사랑하는 분이시라면 이 책을 참고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Selected Papers(선택된 논문들, 종이들, 문서들)』, SUPERSALADSTUFF (30,000원) 이 프로젝트는 '하이퍼텍스트hypertext'라는 개념을 시각화한 게임이자 책입니다. 하이퍼텍스트란 텍스트가 읽히는 순서가 정해져있지 않은 비순차적 텍스트 전개원리를 말합니다. (이해가 어려우시다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하이퍼링크를 떠올려보시면 쉬워요! 하이퍼링크는 하이퍼텍스트 문서 안에서 자료를 연결하는 링크를 의미해요. 하이퍼텍스트는 이처럼 하이퍼링크(참조)를 통해 자료 안에서 또 다른 자료로 즉시 접근할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하이퍼텍스트 개념과 이 프로젝트의 작동 원리가 조금 낯설게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박스 안에 내장된 설명서에 규칙이 상세히 적혀있어 이를 토대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어요. 저는 함께 할 친구가 없는 관계로(...) 아래 이미지와 같이 수첩 표지에 카드를 끼워두는 방식으로 활용을 해보았어요. 저처럼 이렇게 활용을 하셔도 좋고, 아니면 알쏭달쏭한 말과 기호들이 적힌 카드를 가지고 게임을 하며 친구들과 색다른 시간을 가져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수첩에 현재의 제게 누군가 해주길 원하는 말, '이번 턴은 쉬어가세요' 카드를 끼워두었습니다) ![]() 『A to Z』, 스튜디오 마감, 월간 <디자인> (20,000원) 일단 크기와 디자인이 무척 앙증맞고 귀엽습니다. 이것만으로도 구입을 망설일 이유가 없는데, 거기다가 유용하기까지 합니다! 어느 정도로 유용하냐면 매일 들고 다니면서 누군가 어떤 디자인 용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엣헴 그건 말야' 하고 책을 펼쳐 설명해줄 수 있을 것 같을 정도입니다. 중간중간 해당 개념을 시각화해놓은 삽화가 들어있는데, 이게 또 끝내줘요. 이렇듯 존재감이 엄청난 일러스트에 대해 편집부도 '기자들도 매달 일러스트 작가의 작업물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팬이 됐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언리밋에서는 완판됐지만, 12/22 진행될 서울디자인페스티벌과 월간 <디자인> 인스타그램에서 구매할 수 있다고 하니 아름다움과 유용함 모두 챙긴 디자인 상식사전 'A to Z' 구매, 놓치지 마세요! 이 달의 번역가
정 소 영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전문 번역가. 옮긴 책으로는 『책 읽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 아닌가』, 『대사들 1·2』, 『아름다움을 만드는 일』,
『돌 세 개와 꽃삽』, 『전쟁과 가족』, 『유도라
웰티』, 『진 리스』, 『권력의 문제』, 『핵 벼랑을 걷다』, 『일곱 박공의 집』 등이 있음. 오늘은 개인적으로 조금 부끄러운 고백으로 시작해보려 합니다. 사실 저는 버지니아 울프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자기만의 방』을 읽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읽는 동안 멈추기도 몇 번이었고 한참 나중에 처음부터 다시 읽기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버지니아 울프가 늘 동경하지만 다가가기는 좀 어려운 존재였어요. 그러던 중 정소영 번역가의 책을 살펴보다가 버지니아 울프의 짧은 산문들을 모아둔 이 작품을 발견하였습니다. 쉬워 보이는 글부터 읽으면 조금 더 울프와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첫 장을 넘겼습니다. 그런데 어려울 거라 지레 겁먹은 저의 예상과는 달리 단편을 고를 새도 없이 순서대로 쭉쭉 읽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당연한 말이지만 번역가님께서 이런 순서로 글을 엮으신 이유가 있었겠구나 싶습니다. 이 작품도 앞서 소개한 『실크 스타킹 한 켤레』처럼 번역가가 엮고 번역한 책이거든요. 이 책은 사실 제목만 보아도 책 읽기에 관심 많은 우리들을 너무나도 끌어당기는 책이지 않습니까.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라는 단편의 아래 대목을 읽으면서는 버지니아 울프와의 공통점, 우리는 모두 책 읽기를 사랑한다는 점을 찾고는 어떤 긍지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책이 좋아서 천천히 소박하게 책을 읽는 사람들, 한없이 공감하지만 판단은 아주 엄격하게 내리는 그런 사람들의 의견이 그들[작가]의 작품의 질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우리의 힘으로 더 단단하고 풍부하고 다양한 책들이 나올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최종 목적지가 되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바람직한 목적지인들 누가 책을 읽으면서 최종 목적지를 생각할까요? 그냥 그 자체로 좋아서 계속 추구하는 것이 있지 않나요? 즐거움만이 최종적인 목적인 경우 말이에요.” 그리고는 물론 ‘재미’가 책 읽기로부터 얻는 가장 좋은 점이어도 전혀 문제 될 건 없지만, 그 이상을 찾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책 읽기-글 쓰기-직업 갖기와 같이 책 읽는 활동이 여성의 사회문제와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을 보여줍니다. ‘집 안의 천사’라는 표현이나 당대 작가들에 대한 비평 등 글을 통해 사회상을 이야기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합니다. 단편 「여자는 울어야 할 뿐」에서는 신랄하지만 재치 있는 글로 전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서 여성 교육의 필요성을 설파하기도 하고요. 이런 사고의 확장을 읽으면서 ‘명문’을 읽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버지니아 울프의 시대와 지금은 시공간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맥락에 대한 추가 설명이 필요한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엮은이의 말」을 읽으면서 대부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끝으로, 그저 책 읽는 게 좋아서, 혹은 책 읽기를 통해 무언가 의미를 찾고 싶어서 책을 읽는 우리 모두 한 번쯤 읽어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글은 마무리하겠습니다. 💖 함께 보면 더 좋아요 💖
이번 레터에서 아쉽게 소개하지 못한 정소영 번역가의 또 다른 작품 『진 리스』도 함께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메리 읽고 씀. 🐚 메리 :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번역을 공부하는 대학원생. 한 달에 두 번 번역 덕분에 읽을 수 있는 여성 서사를 소개합니다. 여성 서사가 모두의 것이 되는 날을 바랍니다. ![]() 들불에서 진행 중인 <썬-데이시네마>의 첫번째 프로그램에서는 이경미 감독의 <잘 돼가? 무엇이든>을 보고 일터에서의 경험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어요. 오늘 첫 조각모음에서는 썬데이시네마에서 나눈 이야기를 토대로 탄생한 두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두 분의 글을 읽고, 일터에서 만났던 지독하게도 안 맞았던 동료, 동료에게 실망했던 기억 등을 떠올리며 나의 일터 내 관계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아요. (글을 읽고 따뜻한 응원의 댓글 남겨주시면 두 분께 큰 힘이 되겠죠? 😘) * 들불 조각모음은 들불 참여자인 불씨들의 이야기를 모아 발행하는 코너입니다. 🙌 <썬-데이시네마>는 계속 모집중! 여러분의 다양한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11/28(일) 오후 8시에는 영화 <디바>를 보고 #기울어진관계 #질투 #미움 #우리의 속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12/12(일) 오후 8시에는 영화 <우리는 매일매일>을 보고 #페미니스트 #나와의관계 #기록의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나는 (영화 속) 두 사람이 갑자기 너무 친해지지 않아서 좋았다. 두 사람의 진전된 관계보다, 진전된 와중에도 여전한 거리감이 좋았다. 어차피 결국 다 직장 동료 아닌가? 애초에 A에게 나는 너무 비장했다. 만나자마자 걔가 완벽한 여성주의 견해를 가진, 상호 성장할 수 있는 여성 동료일 거라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시국에 하필 이곳에서 만난 밀레니얼 여성으로서 걔는 꼭 그래야만 했다. (걔는 뭔 부담이람?) 그래서 혼자 기대했다가 실망했다가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고 지지고 볶았다. (걔는 뭔 부담이람?) ![]() 여기까지 나는 내가 일을 아주 효율적으로 척척 해내는 사람인 것처럼, 논리정연한 사람인 것처럼 잘도 써놨다. 정말로 비효율적인 걸 답답해하고 성격이 급한 건 맞다. 그렇지만 일을 그렇게 잘한다고? 네가 잘하면 얼마나 잘했는지 생각해 보라고 하면 나는 할 말이 없다. 글쎄요, 민폐는 안 끼쳤다고 생각하는데... 하고 웅얼대기나 할 것이다. 이제는 내가 아까 상상 속 희진이에게 햇던 말을 자신에게 돌려줄 차례다. "야, 왜 너는 아닌 척해?" 👓 멘탈 스타일리스트(색채심리상담사 2급) 비잉벨님과 함께 하는 <가스라이팅> 북클럽! 이제 한 자리 남았어요. 마지막 한 자리 찜하고, 내 마음을 편하게 할 시간처방전 함께 적어봐요. 👓 채혜원 작가와 함께 하는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북토크 절찬 모집중! 오프라인에서 만나 오순도순 이야기 나누고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듬뿍 느끼고 가세요! 👓 들불을 운영하고 들불레터를 만드는 구구가 <2021 비학술적 학술제>에서 <공정이 지운 여자들>이란 글을 발표했습니다! '공정'에 대한 담론조차 남성들이 독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많은 여자들이 공정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성한 글이에요. 많은 여성분들이 위 글을 읽고, 자신의 이야기도 나누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들불레터, 어떠셨나요? 들불은 여러분의 의견과 이야기가 궁금해요. 아래 버튼을 클릭하시면 익명으로 의견을 남기실 수 있답니다! instagram @fieldfire.kr e-mail contact@fieldfire.kr 카카오 뷰 @들불 수신거부 Unsubscrib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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