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들불입니다.
하루만에 다시 찾아와 놀라셨나요? 어제 발행된 66화에 전부 실어 보내려던 원고를 분량 조절에 실패한 관계로 2회에 걸쳐 보내게 되었어요. 오늘 소개할 책 역시 얼마 전 출간된 따끈따끈한 신간으로, 현재 한국 정치 지형을 성평등의 관점에서 명확하게 설명해 줄 좋은 책입니다. 그럼 오늘의 들불레터, 바로 시작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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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도서출판 동녘으로부터 원고료를 지급 받아 작성한 원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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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래시 정치』, 신경아 지음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이른바 ‘이대남’이라 불리는 20대 남성의 표심을 잡기 위해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7글자가 적힌 게시물을 올린 일, 기억하실 겁니다. ‘이대남’은 ‘안티 페미니즘’이라는 하나의 현상으로 2018년 이후 줄곧 정치권에 의해 호명되어 왔습니다. 제20대 대선에서는 이들이 캐스팅보트로 떠오르며 한층 더 주목을 받기도 했죠. 이 시기와 맞물려 언론에서는 반페미니즘적인 사건 혹은 현상을 압축하여 설명하는 용어로 ‘백래시(backlash, 반격)’를 자주 언급하기 시작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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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래시’는 1991년 출간된 ⟪백래시⟫의 저자 수전 팔루디가 “여성들이 완전한 평등을 달성했을 때가 아니라 그럴 가능성이 커졌을 때 터져나오는” 선제공격으로써 여성의 권리 신장을 저지하는 반동의 메커니즘에 붙인 이름입니다. 이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여성에 대한 반발성 공격이 이루어질 때마다 그 공격을 분석하는 유효한 도구로 자리 잡게 되었죠. 한국에서도 2017년 ⟪백래시⟫가 번역˙출간됨에 따라 용어의 의미와 쓰임이 확산되었고, 이제 모두에게 제법 익숙한 단어가 되었습니다.
팔루디가 ⟪백래시⟫에서 기술했던 반격들은 분명 지금의 한국에서 발생하는 안티 페미니즘 양상과 유사한 지점들이 있지만, 한편으로 한국 내 정치적 양상과 결부시켜 보다 더 정교한 작업을 거쳐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오늘 소개할 『백래시 정치』는 백래시의 개념을 보다 더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백래시 현상을 정치적 맥락에서 분석한 뒤 그에 대응하는 전략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구성된 책으로 앞서 언급한 필요를 충족하는 훌륭한 백래시 교과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들불이 만난 이야기>에서는 『백래시 정치』에 언급된 주요 개념을 질의응답의 방식으로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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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와 백래시는 어떻게 다른가요?
저자는 타운센드벨(Erica Townsend-Bell)이 여성혐오와 백래시를 개념적으로 구분한 방식에 주목합니다. 그에 따르면 ‘여성혐오’는 가부장제의 집행 도구로서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는 “구조화된 위계”를 의미합니다. 그렇기에 여성혐오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하나의 규율로서 작동하고 있죠. 저자는 이러한 여성혐오를 “가부장적 규범이 영향력을 갖는 사회에 내재된 문화적 코드’이자 ‘성별 위계체제를 지속시키며 일상적으로 작동하는 감정 기제”(p.28)로 이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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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백래시는 여성들이 일정한 성취(그것이 정확히 이루어진 것이든 아니든)를 이뤘다는 지각에 의해 촉발됩니다. 여성의 성취로 인해 기존의 권력이 무너지지 않도록 반격을 가하는 것이죠. 그러므로 백래시에 대한 판단은 ‘권력’을 누가 가져야 하는지 혹은 가질 수 없는지에 관한 문제의식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여성혐오는 우리가 그것을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일상적으로 지속되는 성차별적 코드인 반면, 백래시는 ‘권력’의 유지 혹은 쟁탈을 위한 정치적 수단인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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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와 백래시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백래시’의 개념을 좀 더 깊이 살펴보아야 합니다. ‘백래시’는 수전 팔루디의 책을 통해 여성주의 실천에 대한 반격으로 대중에 알려졌지만, “민주화 운동이나 진보 정치의 성과를 되돌리려는 반작용”으로도 자주 사용되었던 용어입니다.
즉, 백래시는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 시도에 대한 거부이며, 권력을 잃고 있다고 느끼는 집단에 의한 반작용을 총칭하는 말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백래시는 민주주의의 위기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백래시가 백인의 보수적 행동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도 합니다. 이른바 “백인 백래시”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백인들 스스로가 피해자라는 프레임을 만들어냄으로써 생겨났습니다. 이 프레임은 ‘성난 백인 남성’과 같은 정치세력을 형성하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증오 투표’로 이어지기도 했죠.
이처럼 백래시는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이할 때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21세기에 이르러 민주주의가 급격히 퇴보함에 따라 혐오와 차별, 폭력이 증가했고, 이에 백래시는 위협적인 규모로 지속되고 있죠.
저자는 안티페미니스트 백리시가 민주주의의 퇴보와 깊은 관계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정치 양극화와 경제 불안이 심각한 사회에서 안티페미니스트 백리시는 더욱 강력한 힘을 갖는다”고 말하죠.
이 때 등장하는 용어가 백슬라이딩backsliding입니다. 이는 ‘뒤로 미끄러지다’, ‘퇴보’를 뜻하는 말로, 민주주의에 대한 반작용을 가리키는 정책 용어인데요. 백슬라이딩은 주로 유럽의 탈민주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었지만, 저자는 한국의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사용했던 안티페미니스트 전략 역시 이에 속한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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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당한 근거 없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움으로써 여성과 남성을 갈라치기해, 남성들을 결집시키고 여성들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노린 전략이다. (…) 윤석열 정부에서 계속되는 ‘여성가족부 폐지’ 전략은 국가에 의한 공적 괴롭힘(public harrassment)으로서 백슬라이딩의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p.221)
저자는 백슬라이딩 통치체제를 가진 국가는 “가부장적 가족 모델과 이성애 규범을 강화하고, 여성의 재생산권을 축소시키며, 성적 자율성과 성소수자의 권리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여성이 과거의 성 역할(출산자, 양육자)로 회귀하고 성평등 가치가 추락함에 따라 국가는 껍데기뿐인 민주주의인 ‘파사드 민주주의(facade democracy)’로 이행하게 된다고 해요. 한국 역시 ‘여성가족부 폐지’ 등과 같은 성평등 민주주의의 퇴보로 인해 파사드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앞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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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래시 정치』는 '백래시'의 개념과 역사, 이론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쓰여진 이론서인 동시에 다양한 통계 자료를 근거로 한국 사회의 주요 논쟁들에 대해 페미니즘적으로 논박하는 지침서입니다. 백래시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해해보고 싶은 분이나 한국의 정치적 맥락 속에서 '백래시'라는 현상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해보고 싶은 분, '권력'이라는 중추를 토대로 여성주의 실천을 성찰해보고 싶은 분들 모두에게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2023년, 들불의 가장 큰 목표는 더욱 많은 여성들이 공부할 수 있는 안전하고 성찰적인 장소가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공부'란, 경제적 발전을 위한 자기계발로서의 공부가 아닌 나의 위치를 알고, 성찰하고, 행동하는 방향으로의 공부를 의미하는데요. 이러한 목표로 향하는 길에 『백래시 정치』가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아래와 같이 도서 증정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려요 😊 더불어 곧 오픈할 『백래시 정치』 북클럽에도 많은 참여 부탁 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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