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11월 3일부터 5일까지 열리는 언리미티드에디션(UE15)에 팀 TINN이라는 이름으로 참여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오늘은 동료와 함께 쓴 책, 동료가 쓴 책, 그리고 제가 혼자 쓴 책을 각각 소개하고, 이 책을 쓰는 데 영감을 받은 작품들을 함께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 들불의 PICK!
- 『작업자의 사전』, 구구·서해인 지음
- 『목차: 우려먹기』, 서해인 지음
- 『각주: 밀려난 자리』, 구구 지음
▪️ 팀 TINN의 언리미티드에디션 소식은 인스타그램 @team.tinn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언리미티드 에디션 15 - 서울아트북페어 2023 (UE15)
- 기간 : 2023년 11월 3일(금) ~ 5일(일), 3일간
- 시간 : 3일(금) 오후 12시~7시, 4~5일(토~일) 오전 10시~오후 6시
- 장소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 1238)
- TINN 부스 위치 : 2층 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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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즈: 127*188(mm)
쪽수: 140p 가격: 13,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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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자의 사전』 구구·서해인 지음 (TINN)
오랜 시간 직장생활을 해왔던 제가 작년 여름, 수술을 핑계로 줄곧 꿈꿔왔던 탈조직 - 프리랜서로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약 1년 여 동안 저는 여러 일들을 벌이며 바쁘게 살았어요. 그러면서 강연, 워크숍에 초대 받을 일이 잦아졌는데, 그 때마다 제 직업 정체성을 무어라 정의하고 소개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1인 다역을 수행해야 하는 커뮤니티 운영자의 특성상 기획부터 디자인, 마케팅, 운영에 이르기까지 많은 업무를 소화해야했고, 그래서 제 자신을 '기획자', '마케터', '디자이너', '크리에이터' 등 어떠한 직무로도 명확하게 소개할 수 없는 딜레마에 직면하게 되었죠. 그 때 만나게 된 단어가 바로 '작업자'입니다. 제가 하고 있는 모든 작업들을 아우르면서도 내가 하는 일 중 어느 하나를 소외시키지 않는 단어, 그게 바로 작업자였던 거죠.
스스로를 '작업자'라고 부르기 시작하니, 자신을 '작업자'라고 소개하는 사람들이나 그들이 사용하는 '작업'과 관련한 단어들에 자연스레 주목하게 되었어요.요즘 자주 사용되는 단어들 중에서도 '이슈', '리브랜딩', '후킹', '바이럴' 등 스타트업 문화에서 끌어온 것처럼 보이는 단어들에 특히 관심이 생겼습니다. 또, '눈물이 났죠'나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거지', '기절 잠'처럼 작업자들이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이나 일을 대하는 태도에 밈을 접목 시켜 사용하는 현상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죠. 이제 이런 단어들은 시대적 명령처럼 간주되며, 작업자를 둘러싼 세계의 흐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였어요. 스스로를 작업자라 정체화하지 않은 이들도 작업자들의 언어를 가져다 쓰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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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라는 단어는 이제 유튜브에서 하나의 '밈'처럼 소비하게 되었습니다. (사진 : '썰플리' NCT 앞에서 NCT 춤 뺏기 편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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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 우크라이나의 '리브랜딩'으로 우크라이나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고 분석한 글의 일부 (사진 : '롱블랙' 우크라이나 크리에이티브 캠페인: 창의성은 어떻게 전쟁에 맞서나 편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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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자가 사용하는 용어들을 찬찬히 살피다 보니, 이 단어들이 흐리고 있거나 놓치고 있는 문제들이 분명 존재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용어들은 작업자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보다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었어요. 또, 어떤 단어들은 비윤리적으로 활용되기도 했고요. 세세하게 관찰하다보니 문제의식이 분명해졌고, 이러한 문제의식들이 싹 튼 지점에서 《작업자의 사전》의 기획이 시작되었습니다.
《작업자의 사전》은 팀 TINN을 함께 만든 동료 해인 님과 제가 각자 '작업'과 관련된 단어들을 떠올리고, 무작위로 문서에 적어 공유하는 방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레퍼런스, 인용, 취향, 큐레이션, 초안, 모객 등 우리가 일하면서 자주 떠올리거나 사용하는 단어들을 적었고, 핏, 결, 전문성, 덕업일치, 타깃처럼 무심코 사용하고 있지만 막상 그 뜻을 떠올려보면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는 단어들을 적었습니다. 이렇게 모인 단어는 총 66개였고, 그 중 50개의 단어를 골라 각자의 생각을 정리하여 엮은 결과물이 《작업자의 사전》입니다.
'작업'과 관련하여 여러 단어들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 단어들의 뜻과 쓰임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해보신 적 없는 분들, 작업자들의 단어에 여러가지 의구심과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작업을 하느라 생각해 볼 여력이 없으셨던 분들, 언어를 정의하고, 재전유함으로써 작업자의 노동환경 개선에 작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고 믿는 분들 모두가 이 책을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읽고 나서 우리가 자주 쓰는 그 단어들에 대한 이야기를 각자의 자리에서 새롭게 시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가 크고 작은 변화들을 이끌어 낼 것이라 기대하면서 말이죠.
"모든 자기계발서의 추구미. 휴식마저 생산성을 위한 전제 조건이 되는 시대에 작업자는 매 순간 생산성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다. 침대에 누워 릴스나 쇼츠를 보며 낄낄대는 순간조차 생산성은 작업자를 노려보고 있다. (...) 작업자는 무언가를 생산할 필요가 없는 순간조차 생산과의 연계성을 의식하고, 생산하는 데 도움이 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상기한다는 점에서 괴로움을 호소한다. (...)" - 「생산성」, 구구
"간절히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 했던 지인은 "다음 달의 월세와 관리비는 어떡하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 본다고 했다. 프리랜서인 나는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 "다음 달의 내 평판은 어떡하지?"라는 물음표를 떠올린다. 책임감이 부족한 결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 프로젝트 중도 하차와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못해 누군가를 뒤처리에 동원하는 프로젝트의 끝은 바로 작업자에 대한 평판으로 이어진다. (...)" - 「평판」, 해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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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호 지음 (안그라픽스)
《작업자의 사전》 기획에 많은 영감을 주었던 책이 바로 권준호의 《디자이너의 일상과 실천》입니다. 이 책도 디자이너인 본인의 삶과 작업에 긴밀한 영향을 주는 단어들을 사전과 같이 가나다 순으로 나열한 것이 특징입니다. '견적 비교를 위한 견적서'에 대한 예리한 통찰, '대중'은 누구를 상정하는 것인지, 대중을 위한 디자인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토대로 쓰여진 몇 편의 글들은 디자이너를 포함해 여러 작업자들에게 많은 질문거리와 깨달음을 안겨 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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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즈: 110*180(mm)
쪽수: 108p 가격: 11,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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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우려먹기』
서해인 지음 (TINN)
해인 님과 제 대화의 시작과 끝은 언제나 '책'이었는데요. 재미있는 건 같은 책을 읽더라도 그 책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부분들이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누군가 표지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다른 한 사람은 추천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누군가 작가 소개글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다른 한 사람은 목차에 대해 이야기하는 식이었죠. 이런 대화들을 이어가다보니, 언젠가 책을 내게 된다면 책의 구성요소를 통해 세상을 지엽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제 작은 소망을 실현할 기회가 생겼어요. 바로 '지엽 시리즈'로 말이죠.
지엽 시리즈의 첫 책은 《목차: 우려먹기》입니다. 평소 책의 목차를 열심히 읽는 해인 님이 최근 3년 내로 출간된 도서 중 즐겨 읽은 책 속 목차에서 영감을 받아 쓴 글들로 이루어진 책이에요. 『둔촌주공아파트, 대단지의 생애』, 『소설의 쓸모』 등 다양한 책 속 목차들이 담겨 있어 평소 책의 목차를 눈여겨보시는 분들이라면 반가운 작품들을 여럿 발견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목차: 우려먹기》에서 특히 좋아하는 글은 비비언 고닉의 책,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에서 영감을 받아 쓴 「우리 우정은 현재 진행중」입니다. 여자들의 우정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은 많지만, 이토록 진솔하게 쓰여진 글은 (특히 한국어로 쓰인 책 중에서는)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글에서 해인 님은 새로운 우정이 시작할 때, 그를 향한 진심이 차오르길 기다리기보다 의식적인 노력에 의해 가공된 호기심을 기반으로, 그렇게 (의식적으로라도) 움직이며 만들어진 진심으로 관계를 이어나간다고 말하는데요. 진심, 진정성 같은 단어들로 설명되는 '우정'이라는 관계의 관습적인 속성과 그로부터 느끼게 된 의구심들을 기반으로 우정을 바라보는 낭만화된 관점을 보기 좋게 비트는, '어른의 우정'을 보여주는 글이라는 점에서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최근의 나는 우선 상대를 '궁금해하는 척'을 하는데 이러한 의식적인 노력이 실제로 상대를 더 알고 싶어지는 호기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 더이상 나는 내 안에 상대를 향한 진심이 차오르기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그럴 시간에 움직이면서 진심을 만든다. 새로운 우정의 시작을 이런 식으로 도모한다." - 「우리 우정은 현재 진행중」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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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언 고닉 지음, 서제인 옮김 (바다출판사)
작가들의 작가, 탁월한 비평가이자 에세이스트로 손꼽히는 비비언 고닉의 에세이입니다. 해인님이 통상적인 '우정'이라는 개념에 의구심을 품었던 것처럼, 고닉 역시 세상이 규정한 관계들에 의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상대로부터 거부당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서슴 없이 타인 속으로 뛰어 들어 질문을 던지는 고닉의 모습에서 우리는 관계를 정의하는 속성과 그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해 다시금 고찰하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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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즈: 110*180(mm)
쪽수: 104p 가격: 11,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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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밀려난 자리』
구구 지음 (TINN)
지엽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은 제가 쓴 《각주: 밀려난 자리》입니다. 저는 평소 '미시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총을 들고 전선에 뛰어든 사람들의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피난을 가던 중에도 빨래터에서 빨래를 해야했던 여자들의 이야기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역사서, 구술기록집 등 다양한 책들을 찾아 읽고 있는 중인데요. 역사서를 여럿 접하면서 느끼게 된 건, 이름 없는 여자들의 이야기는 주로 '각주'에 실리는 한편, 이른바 대문자 역사라고 불리는 남자들의 역사는 이름까지 분명히 명시된 채 본문에 기재된다는 사실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각주로 밀려난 이야기들에 주목하는 작업을 시작해보겠다는 원대한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자면 먼저 제 이야기, 그러니까 제가 타인에게 제 자신을 소개할 때 결코 꺼내놓지 않았던, 제 스스로가 눈에 띄지 않는 각주로 밀어냈던 이야기들을 먼저 털어내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를테면, 페미니스트가 된 이후 줄곧 어떤 페미니스트들의 그룹에도 소속감을 느낄 수 없었던 이야기, 나와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이질감을 느끼며 스스로와 불화했던 시기의 이야기들을 말이죠. 특히 제가 공 들인 작업은 공동체에 관한 부분입니다.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사람과 사람 간 관계의 역동을 살펴야 할 일이 많아졌는데, 이 때문에 생겨난 공동체에 대한 의문들을 꼭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차이를 존중한다는 페미니스트 집단에서조차 차이를 배제하는 작업들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페미니즘 리부트'라고 불리는 시기 이후 줄곧 페미니스트들이 서로의 차이를 존중한다고 말했지만 사실 그 어느 때보다 공통점을 예리하게 감각하고 있으며, 각자의 '피해자성'을 기반으로 그룹이 꾸려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페미니즘 운동의 '엘리트주의'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싶었고요. 그 뿐 아니라 제가 스스로 '피해의식'이라고 느꼈던 모종의 감각에 대해, 그리고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느꼈던 감정들에 대해서도 서술했습니다.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마음에 여러 질문들이 남을 수 있도록 신중하게 쓴 글들입니다. 부디 이 책이 여러분의 마음에 새로운 불씨를 심을 수 있길 바라며, 많은 관심 부탁 드리겠습니다 🤓
"일찍부터 배제됨을 경험해온 사람들은 배제되지 않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내가 어딘가에 소속되기 위해 어떤 타이틀이 필요한지 잘 알았다. 눈빛, 억양, 손짓, 자세, 옷차림, 메이크업, 가족, 계급, 정체성, 가치관 같은 것들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조작한다면 어딘가에 속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 「*****우리의 믿음이 그렇다」 중
"이제 우리는 발각해야 한다. 발각한 다음, 무덤에 묻힌 존재들의 이름을 불러야 한다. 적어도 발각된 자 역시 무덤에 묻힐 때까지는, 쉬지 않고, 계속." - 「********무덤」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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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 버탤리언 지음, 이진모 옮김 (책과함께)
《각주: 밀려난 자리》를 쓸 때 큰 영감을 주었던 책이 바로 주디 버탤리언의 《게토의 저항자들》입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후손인 저자가 유대인 여성사에 관심을 갖고 자료들을 살피던 중 발견한 《게토의 여자들》(이디시어의 책)로부터 시작된 이 작품은 여성 유대인들의 투쟁사를 알리기 위해 쓰여 졌는데요.
책의 중심인물, '레니아'의 회고록을 접한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그저 연구자들이 쓴 논문의 각주에서나 그녀의 이름을 발견했을 뿐이다. 나는 이제 이 책을 통해 놀라울 정도로 용감한 행적을 남긴 이 여성을 감싸고 있던 덮개를 벗겨냄으로써 그녀의 이름을 각주에서 본문으로 올려놓으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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