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들불레터에서는 김도희 변호사의 책 《정상동물》을 소개하고, 각 챕터를 읽으며 참고하기 좋은 작품 네 권을 함께 소개하였습니다. 오늘 분량상의 이유로 미처 소개하지 못한 '팔레스타인 읽기 행동'과 관련한 도서들은 특집호로 구성하여 빠른 시일 내에 소개할 예정입니다. 팔레스타인 특집호를 기다리고 계신 구독자 여러분들께서는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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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동물』, 김도희 (은행나무)
-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멜라니 조이 (모멘토)
- 『동물을 위한 정의』, 마사 C. 누스바움 (알레)
- 『육식의 성정치』, 캐럴 J. 아담스 (이매진)
- 『짐을 끄는 짐승들』, 수나우라 테일러 (오월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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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동물』, 김도희 지음 (은행나무)
린 헌트는 《인권의 발명》에서 18세기의 사회문화적 경험(소설 읽기, 그림 감상)들이 타인과 나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험을 선사했고, 이에 자아의 개념이 변화하면서 인권의 발명이 가능했다고 말합니다. 독서가 공감을 만들고, 이것이 다시 인권을 낳았다는 저자의 주장에서 우리는 '권리'라는 개념이 일상으로 스미는 데에 사소한 일상적 사건(예컨대 독서와 같은)이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또, 타인과 나를 같다고 여길 때, 즉, 타인에게 공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인권'이라는 개념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서 멀게만 느껴졌던 인권이라는 개념을 다시 의미화해볼 수 있고요.
나와 타인이 같은 존재라는 건 (적어도 개념적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요. 많은 사람들에게 '인권'은 제법 익숙한 개념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비인간 동물과 동물권에 대해서는 어떨까요? 동물권은 1970년대 후반 철학자 피터 싱어에 의해 널리 알려진 개념입니다. 그는 자신의 저서 《동물해방》을 통해 "모든 생명은 소중하며, 인간 이외의 동물도 고통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생명체"라고 밝히며, 동물권 논의를 촉발시켰습니다. 이후 동물권 논의는 다양한 학자, 활동가들을 통해 그 지평을 넓혀 왔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동물권은 많은 사람에게 여전히 낯선 개념입니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에서 2022년 3월에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동물권' 개념을 알고 있는 사람의 비율은 33%로 집계되었습니다. 또, 모든 동물이 보편적으로 동물권을 갖고 있다는 응답은 35%, 농장동물, 실험동물 등 특수한 목적이 있는 동물을 제외한 나머지 동물이 동물권을 갖고 있다는 응답은 49%에 그쳤죠. 한국 사회에서 동물권 논의는 반려동물 학대를 계기로 시작되었어요. 위 통계와 동물권 논의의 시작점을 따라가보면, 한국 사회의 동물권 개념이 반려동물을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한편, 동물권에 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동물과 관련한 한국사회의 미흡함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현행 민법 98조가 그랬는데요. 해당 법조항에서 동물은 '물건'으로 규정*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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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변호사가 동물권 투쟁에 '휘말리게 된' 계기에 함께 사는 두 고양이 '보리'와 '나무'가 있었다면,
제게는 튼튼이와 애기가 있었습니다. 저 역시 두 명의 고양이와의 관계 맺기를 고민하면서
동물권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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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제한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해서 아직 절망하기엔 이릅니다. 최초의 인권 개념도 '인간'을 백인남성에 국한하여 이해했고, 인간 범주 밖에 놓인 존재들이 끊임없는 투쟁을 거듭하며 그 개념을 변화시켜 올 수 있었으니까요. 마찬가지로 일부 사람들에 의해 반려동물에 국한된 동물권 논의를 점차 확장해나갈 수 있을 겁니다. 그리하여 인권과 동물권을 나누어 이해하지 않고, 모두를 위한 권리에 대해 고민하고, 받아들이게 될 테고요. 다만, 우리 일상에 동물권에 대한 이해가 스며들기 위해서는 린 헌트가 인권의 탄생에 독서와 같은 사회문화적 경험이 놓여있었다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적절한 독서 처방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오늘 들불레터에서는 '동물권'에 관한 이해의 확장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김도희 변호사의 책, 《정상동물》을 처방해보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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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인 '정상동물'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우선, 인간이 필요와 목적에 의해 상정한 동물의 '정상성' 이데올로기를 짚고, 이에 이론적·실천적으로 대항하기 위한 목적을 담고 있습니다. '정상성'은 기득권자들의 필요에 의해 오랜 세월 사회적으로 규정되고 강요되어 왔습니다. '정상성'에 관해서는 근대적인 핵가족모델에서 출발한, 이른바 '정상가족' 개념을 살피면 이해가 쉬운데요. 부부와 자녀 2명으로 구성된 4인 가족은 자본주의에 복무하는 남성 노동력과 이를 지탱하기 위한 여성의 재생산역할을 합리적으로 기능하게 만들며 성 역할의 구분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자본주의를 존속하게 만들뿐 아니라 모두가 자본주의에 속박되도록 확산시켰고, 기득권층의 배를 불리는 데에 일조했죠. 또, 여성을 향한 혐오와 차별 역시 강화되었고요. '정상' 동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필요와 목적에 의해 동물을 동물원에 가두고, 실험동물로 이용하며 착취합니다. 또, 동물은 인간의 '고기'를 먹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사육 당하고, 끝내 죽임을 당하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렇듯 '정상성'이라는 당위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비인간동물에게 각종 수식어(농장동물, 전시동물, 반려동물, 실험동물...)를 붙이는 과정 속에서 정상동물 이데올로기가 작동한다고 설명합니다. 정상동물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한, 인간중심주의는 계속해서 득세할 것을 지적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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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상동물'이라는 제목에는 인간이 동물 층위의 정상에 있는 존재라는 생각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의도도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은 동물에게 어떤 권리를 부여할 것인가, 또는 어떠한 자리(위치)를 부여할 것인가의 문제로부터 점차 인간과 동물이 부여하고 부여받는 관계를 뛰어 넘어 어떻게 서로를 돌보고 의존하며 관계를 맺을 것인가로 나아가기 위해 질문을 던지며, 인간중심주의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합니다. 관계 맺기, 상호돌봄의 실천은 상-하의 구분 없이 모두의 관계가 동등해질 때 비로소 시작될 수 있는 행동일 텐데요. 그러자면 우선 인간이 '정상'이라는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생각 먼저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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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동물권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들을 짚는데요. 먼저, 피터 싱어가 '고통'에 천착한 공리주의에 입각하여 동물해방을 주장한 데 대해 고통을 느끼는 동물만 도덕적 지위와 권리능력을 갖는 것이 정당한지 질문을 던지고, 실험실에서, 군대에서, 농장에서 착취 당하며 일해도 어떠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동물의 노동문제를 다룹니다. 또, 동물원, 보호소, 복지원 등 시설로 옮겨져 갇힌 존재들이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어떠한 권리를 박탈 당하고 있는지,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바라봐야 할 지점은 어디인지 소개하죠. 오늘 들불레터에서는 이 중 '육식주의'라는 신념 체계가 어떻게 구성되었고, 정상동물 이데올로기를 어떻게 강화하고 있는지 간단히 살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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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심리학자이자 비건 운동가인 멜라니 조이에 따르면, "'육식주의carnism'는 특정 동물들을 먹는 일이 윤리적이며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신념 체계"를 의미합니다. 고기를 먹는 것이 애초에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신념 때문이라는 것이죠. 이는 한국 사회의 건강 담론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를 예로 들어볼게요. 저는 작년 여름 암 수술을 했는데요. 수술 이후 회복하는 동안 제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고기를 많이 먹어야 힘이 난다'였습니다. 저는 이를 부드럽게 거절하기 위해 '제가 고기가 잘 안 맞아서요'라고 대꾸하곤 했는데요. 이에 돌아오는 대답은 '영양학적으로 (고기를 먹는 게) 맞아'였습니다. 손상된 장기를 회복하는 데에 단백질이 필요하며, 이를 가장 빠르고 손 쉽게 섭취하는 방법이 고기를 먹는 것이라고 이야기했죠.
멜라니 조이는 '육식주의'가 이른바 헤게모니로서 우리의 일상에 자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육식'이 정상적이고 자연스럽고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조이는 헤게모니를 정당화하고 신념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개입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인간이 생존하려면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전문가의 정당화로 인해 대중 역시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는 것이죠. 마치 제게 몸이 빨리 회복하려면 고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던 사람들처럼, 육식주의는 필수적인 영양 섭취를 위해 비인간동물을 물화시킴으로써 존속되고 있습니다.
"수많은 학자가 여성에 대한 남성의 우월성, 기질의 차이를 연구하며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했듯이, 다양한 전문가가 나서서 인간은 생존을 위해서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육식주의를 정당화했다. 전문가에는 의사, 법률가, 정치인, 교사, 심지어 부모까지도 포함된다. 푸코는 이를 '지식권력'이라고 명명했는데, 지식권력은 곧 담론이 되고, 제도와 법으로 만들어진다." (p.226)
'고기'라는 명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캐럴 애덤스는 《육식의 성정치》에서 "'고기'라는 텍스트가 그 동물에 대한 제도화된 억압과 폭력을 가리는 훌륭한 언어적 수단이 된다"(p.221에서 재인용)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cow meat'가 'beef'나 '소갈비찜' 같은 요리 이름으로 대체됨에 따라 인간은 은연 중에 '소'라는 독립된 실체를 망각한다는 것이죠. 동물이 '고기'라는 단어로 인식되기 시작하면 '고기'가 '동물의 시체'라는 사실은 가려지고, 인간은 '고기'를 먹는 데 더욱 거리낌이 없어집니다. 생명을 살육하여 우리의 배를 채우고 있다는 인식 대신, 음식을 먹는 행위로만 받아들여지게 될 테니까요.
저자는 '잘' 먹는다는 건 먼저 비인간 존재들이나 환경과 관계 맺는 방식을 고민해보는 일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육식주의라는 신념체계에 의해 우리의 행동을 정당화하며 그저 '섭취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음식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다른 존재와의 관계를 풍부하게 만드는 방식이 무엇인지, 우리의 가치에 부합하고 이를 표현하는 형태가 무엇인지 고민을 해야한다는 거죠. 이때 저자는 동맹의 회복을 이야기하는데요. '동맹'은 라투르가 정의한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에서 가져온 개념으로, '인간과 비인간이 맺는 동맹'을 의미합니다. 네트워크 안에서 각각의 존재들은 "서로 동일한 행위능력을 가지는 등가적 행위자"이며, "서로 어떤 동맹을 맺는가에 따라 힘의 크기가 결정"된다고 하는데요. 저자는 '동맹' 개념에 기대어 힘의 균형을 맞추며 협업을 이루어 내는 과정을 통해 사회를 지속시킬 수 있으며, 이러한 지속가능성의 모색을 위해 인간과 비인간은 새로운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동맹의 회복을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저자는 '비거니즘'을 이야기합니다. 이때 비거니즘은 먹는 일에만 국한된 실천이 아닙니다. "인간과 동물과 지구의 안녕이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는 지향이자 생활양식"(p.240)으로, "동물을 이용하고 착취하는 모든 상품을 소비·사용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신념 체계이자 행동 양식입니다. 더 많은 다른 존재를 인정하는 가치, '비거니즘'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지속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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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이 책에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 있는데요. 이 책이 다른 동물권 관련 도서들과 구분되는 지점은, 저자가 동물권 변호사로서 '법학'의 관점에서 동물권의 내용을 풀어썼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2장 동물을 대리한다는 것〉에서 저자는 동물학대에 대해 동물보호법이 아닌 형법상 재물손괴죄가 적용된 배경을 설명하고, 이러한 방식이 동물학대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지적합니다. 동물이 여전히 '물건'으로서 존재할 때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쟁점은 동물의 '법인격'과 관련된 것일텐데요. 저자는 '도롱뇽과 친구들'을 원고로 한 2003년 천성산 지역 터절 공사에 대한 공사착공금지가처분 재판에서 대법원이 자연물의 당사자 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을 사례로 들며, 자연물인 동물이 소송당사자가 될 수 없는 한국의 상황과 세계 각국의 상황을 비교합니다. 그 중 한 가지 흥미로웠던 사례를 짧게 인용해 볼게요.
"(...) 철옹성 같았던 미국에서도 법원이 2021년 해외 소송의 이해관계인으로서 하마들의 청구를 받아 들이면서 동물의 법인격을 인정하는 첫발을 떼었다. 오하이오주 법원이 콜롬비아 마그달레나강 유역에 거주하는 하마들을 법적인격체로 인정한 것이다. (...) 80여 명으로 늘어난 하마들로 인해 생태계 교란 등의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개체 수 조절 방안을 모색했고, 살처분을 막기 위해 콜롬비아의 하마들은 소송을 제기했다." (p.93)
《정상동물》은 동물권을 마땅히 보장해야한다는, 단순하고도 당연한 듯 보이지만 여전히 도달하지 못한 윤리적 명제를 둘러 싼 철학적, 법학적 논의를 두루 다루며, 이를 우리의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행동 양식으로 이끌기 위한 중요하고 어려운 질문들을 던지는 책입니다. 동물권에 대해 보다 더 깊이 있게 사유하고,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질문이 무엇인지 따라가보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강력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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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변호사는 '육식주의'라는 용어를 창안한 멜라니 조이의 주장을 인용하며 육식주의에 관한 논의를 이어갑니다. 조이는 "육식주의를 분석하기 위해 인간이 어떤 동물을 먹고, 어떤 동물을 먹지 않는지 그 이유를 파헤치는"데요(p.227) 이 과정에서 조이는 우리가 소, 돼지, 닭을 먹지만 다른 동물(조이가 든 사례로는 캄보디아의 타란튤라 튀김, 아이슬란드의 숫양 고환 절임 등이 있습니다)을 먹지 않는 이유가 특정 동물들이 식용으로 적절하기 때문이라서가 아니라 사회적·문화적·역사적으로, 즉 "후천적으로 습득한 스키마"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이때, 조이는 먹을 수 있는 동물과 먹을 수 없는 동물을 나누는 것을 이분화*라고 표현하는데요. 두 개의 주된 범주에 관한 설명은 동물복지 분야의 고전으로 불리는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에 자세히 언급되어 있으니 함께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김도희 변호사는 이를 '정상동물 이데올로기'라는 확장된 표현을 사용하여 설명합니다. 정상동물 이데올로기는 동물을 인간의 편의에 따라 특정 범주로 구획하여 설정한 다음, 이를 당연한 것으로 믿는 신념 체계를 뜻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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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 C. 누스바움 지음, 이영래 옮김 (알레)
《정상동물》이 변호사가 쓴 책이기 때문에 다른 동물권 관련 서적과 구분되는 지점이 있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이처럼 최근 동물권 관련 단체의 변호사로 일하며 동물권과 관련한 투쟁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사람들의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 중 잘 알려진 사례 중 하나가 바로 마사 C. 누스바움의 딸, 레이철 누스바움입니다. 그는 프렌즈오브애니멀즈라는 동물법률단체의 변호사로 헌신하다 4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는데요. 마사 누스바움의 《동물을 위한 정의》는 딸의 죽음을 애도하고, 그의 뜻을 이어 받아 실천하겠다는 누스바움의 의지가 담긴 작품입니다.
《정상동물》의 1장 〈고통받지 않을 권리 너머〉에서는 공리주의에 기반한 동물해방론을 둘러싼 여러 논의를 살핍니다. 저자는 피터 싱어의 저서 《동물해방》을 언급하며, 동물도 고통과 쾌락을 느끼는 한 고통을 받지 않을 최소한의 이익을 가진다는 그의 주장을 소개하고 이러한 접근법이 가지는 한계와 비판점을 짚어 내는데요. 《동물을 위한 정의》 역시 동물 정의에서 가장 잘 알려진 접근법인 피터 싱어의 공리주의 접근법을 소개하며 이러한 접근법이 가지는 결함과 이를 해소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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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 J. 아담스 지음, 류현 옮김 (이매진)
《육식의 성정치》는 비건-페미니즘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캐럴 J. 아담스의 작품으로, '성정치학'이 우리 사회에서 구조화되는 방식이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분석한 작품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고기의 성정치'를 분석하기 위해 먼저 '고기'라는 텍스트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고기'라는 단어에는 동물의 살을 음식(또는 영양공급원)으로 바라보는 메시지가 담겨 있고, 동물 학대를 용인하고 은폐하는 일관된 신념 체계가 담겨 있으며, 이러한 의미가 '고기'라는 단어를 통해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표출되기 때문에 '고기'를 곧 텍스트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고기'를 텍스트로 정의함으로써 저자는 동물을 대상화하고, (목적을 위해) 폭력을 정당화하며 그러한 폭력을 숨긴다는 점에서 가부장제가 여성에게 가하는 통제와 유사한 메커니즘을 가진다는 점을 밝힙니다. 즉, '육식'은 곧 동물에 대한 가부장적 통제의 상징이라는 것이죠.
《정상동물》의 5장 〈동물권과 포식의 정치〉에서 김도희 변호사는 캐럴 J. 아담스의 '고기' 텍스트 분석과 함께, '불고기, 제육볶음' 등의 '고기'로 불리며 지워진 동물을 '부재 지시 대상absent referent'이라고 명명한 애덤스의 주장을 인용하며 '육식주의'에 관한 논의를 이어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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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나우라 테일러 지음
이마즈 유리, 장한길 옮김 (오월의봄)
《정상동물》의 4장 〈동물원, 복지원, 보호소〉는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을 보며 불편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시작됩니다. 그리고 저자는 이후 시설조사, 실태조사라는 명목으로 장애인 거주시설이나 노숙인 보호시설을 방문하면서 느꼈던 불편한 기시감을 떠올립니다. "'감금' 혹은 '격리'라는 공통의 팻말을 들고 가장자리에 서 있는" 존재들을 보며 저자는 시설에 갇힌 존재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이들의 존재 앞에 놓인 질문들에 우리가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지 살펴봅니다.
이때 우리가 함께 살펴보면 좋은 자료로는 《짐을 끄는 짐승들》이 있습니다. 이 책은 장애운동가이자 동물운동가인 수나우라 테일러의 작품으로, 비장애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해 동물이 겪는 억압을 교차하며 사유하는 동물해방과 장애해방에 관한 강력한 저작입니다. 이 책에서 수나우라 테일러는 "비장애중심주의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존재들의 가치를 깎아내리"며, 그것이 "비인간 동물과 장애인의 삶과 경험 모두를 덜 가치 있고 폐기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며, 그러한 시스템이 곧 "다양한 억압들"을 만들어 낸다고 이야기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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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권 북클럽을 함께 이끌어 나갈 동료 및 협업을 진행할 단체를 찾습니다!
들불은 2024년 상반기, 동물권과 관련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신 분들과 함께 북클럽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북클럽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이끔이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읽기 행동〉처럼 단체에서 진행하는 운동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단체와의 협업도 진행하고 싶습니다. 문의 및 지원은 contact@fieldfire.kr로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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