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들불레터에서는 들불이 주목한 두 권의 신간을 소개하고, 여성 과학자의 생애를 그린 린디 엘킨스탠턴의 《젊은 여성 과학자의 초상》과 이와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두 권을 소개하였습니다. 들불은 12월 31일, 한 해를 정리하는 2023 연말결산 레터로 다시 돌아올게요! ❣️
💬 들불의 PICK!
- 『페미니스트 킬조이』, 사라 아메드 (arte)
- 『증발하고 싶은 여자들』, 이소진 (오월의봄)
💬 (광고) 들불이 만난 이야기
- 『젊은 여성 과학자의 초상』, 린디 엘킨스탠턴 (흐름출판)
- 『사이언스 고즈 온』, 문성실 (알마)
-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수잔 시마드 (사이언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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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킬조이》는 《행복의 약속》, 《감정의 문화정치》로 잘 알려진 사라 아메드가 '킬조이'라는 키워드에 포커스를 맞춰 쓴 페미니즘 대중서입니다. '킬조이'는 직역하면 '즐거움 죽이기'로, 좋은 분위기(다르게 말한다면 차별이 만연한, 기존의 관습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종의 '실천'을 의미하는데요. 이 책에서 아메드는 '킬조이'로서 생존하기 위해 우리가 다짐해야할 것들을 짚어주고, 행동을 위한 여러 지침을 제시합니다. 또, "홉뜬 눈=페미니스트 교수법" 같은 킬조이 등식들을 소개하며, 누군가 자신을 페미니스트라 밝혔을 때 사람들이 눈을 홉뜨는 것을 지켜보며 웃어 넘기지 말자고 제안합니다. '페미니스트 킬조이'라는 제목에서 다소 비장한 기운이 느껴지지만, 그 내용에서는 유머와 재치도 발견할 수 있어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또, 부당한 대우와 폭력 앞에 주춤했던 페미니스트로서의 결심을 다시 끓어오르게 만드는 강력한 문구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전투적인 한 해를 시작하는 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킬조이가 됨으로써 사람들의 전진이 가로막힌다면, 우리는 그들이 가로막히는 것을 가로막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킬조이 행동주의는 즐거움을 망치는 일의 비용을 분담하는 일, 너무 큰 비용을 부담하느라 더 불안정해진 이들을 보호하려 애쓰는 일이다." (326~3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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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발하고 싶은 여자들》은 청년여성이 맞닥뜨리는 '생애위험'을 분석하며 자살과 자살을 생각하게 만든 원인을 사회구조적인 문제로부터 발견하고, 이를 전면화한 작품입니다. 저자는 전작인 《시간을 빼앗긴 여자들》을 통해 '보이지 않는 여자들'이 시간을 빼앗기고 있는 실태를 분석했었는데요. 이번 작품에서도 자살률이라는 통계와 수치로만 드러났던, '보이지 않는 청년 여성'의 이야기를 인터뷰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내고자 시도했다는 점에서 전작과 연결되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살의 원인을 '우울증'이라는 개인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가족위험과 돌봄위험, 노동위험 등의 생애위험에서 찾는 이 책은 '치료담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저자는 심리치료를 통해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야한다는 "치료학적 자아실현 내러티브"가 곧 "현재 고통의 원인을 (바꿀 수 없는) 과거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지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또, 치료담론이 극복을 위한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못한 자기 자신에 대한 자책으로 이어지기 쉽다고도 지적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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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울, 불안 등의 정동은 개인의 정신건강 문제일 뿐 아니라 사회적 고통, 즉 사회적 구성물이기도 하다. 고통을 경험하는 주체가 개인이라 하더라도 사회적 관계에 의해 고통은 재/구성되기에 한 사회 내에서 개인의 위치와 그에 따른 의무나 역할 등은 사회적 고통의 다층적 경험을 야기한다. 동일한 사건을 겪었다 하더라도 개인이 처한 상황적 맥락에 따라 고통은 다르게 이해되며 몸에 각인된다. 특히 과거에는 공적 문제로 여겨지던 것이 신자유주의 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개인의 문제로 여겨지는 상황이나, 정보나 자원의 부족으로 인해 이루어지는 잘못된 선택으로 야기되는 위험까지도 개인이 관리해야 하는 상황, 그리고 삶의 모든 과정이 경쟁으로 대치되는 상황은 개인에게 불안정과 불안, 스트레스 및 우울감을 유발한다. 불안정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되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자신을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고, 우울증, 공황, 불안, 외로움이라는 존재론적 고통을 불러온다." (프롤로그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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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 과학자의 초상』
린디 엘킨스탠턴 지음, 김아림 옮김 (흐름출판)
최근 몇 년 사이 과학 분야 여성들의 생애를 다룬 책이 여럿 등장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너무나 유명한 과학전문기자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비롯해 세 동물 연구자의 생애를 다룬 《유인원과의 산책》, 식물학자 호프 자런의 《랩 걸》, 자폐인 과학자인 카밀라 팡의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천문학자 심채경의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등 당장 떠오르는 책들만 적어 봐도 엄청나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이러한 흐름을 이어 받아, 이번에는 NASA(미 항공우주국)에서 '프시케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여성 과학자 린디 엘킨스탠턴의 책이 나왔습니다. 바로 《젊은 여성 과학자의 초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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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시케 프로젝트 우주선
(이미지: 《젊은 여성 과학자의 초상》 p.3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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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프시케 프로젝트'에 관해 살피고 가면 좋을 것 같아요. 프시케 프로젝트는 심우주 탐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소행성 '(16) 프시케Psyche'*를 무인 탐사선을 통해 탐사하는 3.4년 간의 여정을 의미합니다. 린디 엘킨스탠턴에 따르면, 이제 인류가 탐사해야 할 태양계 천체는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 않다고 해요. 프시케는 그런 천체 중 하나입니다. 프시케가 어떤 중요성을 가진 행성인지에 관해서는 책에 자세히 설명이 나와있지만, "태양계에서 금속으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소행성"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행성이라고 간략하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 이미지와 프시케 프로젝트 소개글을 읽고, '나는 문과형 인간인데 이 책 읽을 수 있을까' 염려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걱정 마세요! 저도 완벽한 문과 인간이지만 이 책, 정말 재밌게 읽었답니다 😁 프시케 프로젝트에 관한 설명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이제 린디 엘킨스탠턴이라는 과학자의 생애를 조명해 볼게요.
《젊은 여성 과학자의 초상》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스물한 살에 MIT에서 석사 학위를 마치고 커리어 성장을 위해 분투해야 했던 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오늘 〈들불이 만난 이야기〉에서는 책 속 키워드를 통해 그의 생애를 살펴 보려고 해요.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일에 몰두했던 용감한 여성의 이야기, 지금 바로 만나 보겠습니다.
* 소행성에는 발견된 시점부터 번호가 하나씩 붙는데요. 프시케는 인류가 16번째 발견했기 때문에 '(16) 프시케'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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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탐험가 이야기를 읽고 자란 린디는 이야기 속에서 마주한 스릴 넘치는 모험에 동행하고 싶다는 꿈을 가집니다. 하지만 곧 그 모험에 여성은 초대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죠. 그는 그 세계에 자신의 자리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며 1983년, MIT에 입학합니다. 당시 MIT 학부생 가운데 여성은 약 20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과도기에 있던 MIT의 여성 수강생 비율은 점차 늘고 있는 추세였지만, 그럼에도 학문 분야의 주도권은 남성이 쥐고 있었죠.
이러한 상황 속에서 린디는 지질학이라는 전공을 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분야에서 저명하다고 알려진 나피 톡쇠즈에게 전화를 해 자신처럼 경험이 없는 신입생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묻죠. 여성을 오직 욕구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가치절하하는 일이 만연했던 MIT를 비롯한 과학계에서 이와 같은 용기를 냈던 건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린디는 이렇게 얻은 기회를 통해 지진계에 기록된 파동의 형태를 읽고, 지구과학자로서 핵 과학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죠.
당시 MIT에는 여성이 입학할 때 우대를 받고 있다는 편견이 모두의 사고 저변에 자리했습니다. 실제로 MIT 슬론경영대학원의 로트 베일린 교수는 MIT 여성에 관한 관점을 묻는 설문지를 통해 여학생의 46%, 남학생의 53%가 "여성이 이 학교에 우대를 받으며 입학한다고 생각"했다는 점을 확인하기도 했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린디는 꾸준히 자신이 할 일을 찾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면 증후군'*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러한 증상은 자신감의 하락과 타인에게 나를 드러내보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이어졌죠. 이에 린디는 '질문'을 잃어 버립니다. 두려운 나머지 나의 무지를 드러내보일 수도 있는 질문을 아예 피하게 된 것이죠.
상당수의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에 비해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이는 개인의 성향보다는 사회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인데요. 《왜 여성의 결정은 의심받을까?》에서 터리스 휴스턴은 사람들이 여성은 남성만큼 의사 결정에 능숙하지 못하다는 걸 사람들이 교묘하게 내비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이 곧 여성의 의사 결정 방식에 영향을 미치며 분별력을 흐리게 만든다고 지적하죠. 또, 남성은 어려운 결정을 해야할 때 단지 결정하는 일만 생각하면 되지만, 여성은 비판받게 될 상황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어떠한 대처를 할 것인지에 대한 시뮬레이션도 함께 해야하기 때문에 억압에서 자유로워질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즉, 여성은 사소한 결정에도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된다는 건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은 '모험적이지 않다'는 편견에 직면하게 됩니다. 린디가 여성은 모험에 초대 받지 못한다고 느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사회구조적인 문제의 결과였던 것입니다.
이렇듯 린디는 학부 시절 자신이 직면해야 했던 두려움과 과학계에서 여성 과학자로서 자신의 의견을 신뢰하게 만들고, 능력으로써 인정 받으며 커리어를 이어간다는 일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또, 과거 폭력을 당한 경험으로 여성이 어두운 시간에 갇히는 심경이 어떤 것인지도 깊이 헤아리고 있었죠. 그래서 같은 조직 내 여성 직원들이 한 인물의 성폭력을 고발했을 때,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용기를 냅니다. 이 일로 자신의 경력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한편으로 변화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란 낙관을 품기도 하면서 말이죠.
린디는 이를 계기로 '정의와 평등'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진보된 시야를 얻기 위해 팀 문화를 어떻게 보완해나갈 수 있을 지 고심합니다. 그리고 몇 가지 아이디어를 통해 누구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지, 노골적인 편향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그 윤리적 중심과 원칙을 다시 세웁니다. 사회구조적으로 야기되는 여러 문제들을 자신의 자리에서 고쳐 나갈 수 있도록, 모든 어려움을 앞서 경험한 여성 시니어로서 먼저 고민하고 실천한 것이죠.
* 가면 증후군: 남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자신이 뛰어나지 않다고 여기며 불안감을 느끼는 마음으로, 언젠가는 사람들이 이 사실을 다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현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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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디는 불안정한 어머니와 자신을 보호해주지 않는 아버지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자주 악몽을 꾸는 사람이었어요. 가족들이 자신을 버리고 갈 지도 모른다는 상상 속에서 자주 불안을 느꼈고,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으며 이따금씩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딸인 린디에게 폭력적인 방식으로 표출했죠. 린디의 어머니는 특히 여성의 신체에 대한 강한 혐오와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입에 바셀린을 바른 딸의 모습을 보며 '음탕하다'고 비난했고, 위아래가 이어진 원피스 수영복을 두고 '창녀 같다'고 말했죠. 이런 가정환경에서 린디 역시도 자주 악몽을 꿨습니다. "죽음보다 더 무서운 일종의 소멸과 마주하는 경험"에 반복적으로 시달렸죠.
이런 린디에게 '과학'은 린디가 지나온 어두운 시간을 위로해주는 큰 깨달음이었습니다. 우리가 종종 우주 안에서 인간은 한 없이 작고 나약한, 먼지 같은 존재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잖아요. 이런 이야기 끝에는 왠지 모를 쓸쓸함과 허무함이 남고요. 린디도 아마 비슷한 마음을 가져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린디는 NASA 산하에 있는 제트추진연구소에서 만난 그레그 베인에게 우리가 우주에서 작고 보잘것없다는 사실이 어떻게 우리에게 적막함이 아닌 위로를 안길 수 있는지 묻죠. 그러자 그레그는 이렇게 답합니다.
"그레그는 천문학 덕분이라고 대답했다. 지구를 넘어 시공간적으로 매우 크고 광활한 무언가를 보다 보면, 거대한 우주에 비추어 우리가 작고 보잘것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단순한 감정보다 더 많은 것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저는 제가 무척 강하고 낙관적인 사람처럼 느껴졌고 그 탐험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 너머에는 우리뿐만 아니라 훨씬 더 많은 것이 있어요."" (p.140~141)
우주의 시간은 인간이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광활합니다.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우리가 매일 전쟁처럼 치르는 노력들이 작고 부질없게 느껴질 때도 있죠. 하지만 린디는 우주가 깊고 긴 시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가 저지르는 크고 작은 실패들이 '작은 것'이 되어 버린다고 말합니다. 린디의 생각은 어두운 시간을 통과해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낙관적인 통찰인 것 같아요.
"어째서 나는 저 멀리 떨어진 얼어붙은 소행성에 탐사 로봇을 보내는 프로젝트에 마음을 빼앗겼을까? (...) 답은 이렇다. 지질학과 방대한 지질학적 시간, 행성의 성장 과정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취약성과 실패를 덜 위험한 것처럼, 그리고 결국 덜 중요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 광대한 시간은 내 마음을 크게 위로한다. 수십억 년의 시간을 놓고 보면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 따위는 그 무엇도 무의미하다. (...) 이 경험은 본능적이었고 본질적인 의미를 규정했으며, 우리의 미래에, 그리고 우리와 타인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p.141~1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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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디가 고안한 팀 운영 규칙
(이미지: 《젊은 여성 과학자의 초상》 p.3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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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제가 가장 좋았던 파트는 10장이었어요. 이 챕터에서 린디가 가진 일에 관한 고민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택했던 방식들이 선명하게 제시되는데요. 분야는 다르지만, '일'에 관해 여러가지 좋은 아이디어들을 얻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10장 〈영웅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해〉에서 린디는 '영웅'으로 불리는 사람 한 명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팀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이때 영웅이란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자 결정권자이고 행위자"인데요. 린디는 영웅이 곤경을 해결해주지만, 그 한계 또한 명확하다고 지적합니다.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막고, 보다 폭넓은 아이디어로 도달하기 까지의 여정을 지연시킨다는 거죠. 그래서 린디는 영웅이 되지 않기로, 그리고 영웅을 불러들일 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린디는 새로운 리더십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애리조나주립대학교 강당 연단에 섭니다. 여기에서 린디는 "우리의 문제는 시간을 너무 낭비한다는 겁니다."라는 말로 운을 띄웁니다. 이어 뻔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급진적인 변혁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하죠. 그리고는 사회학자, 심리학자, 산업계 리더, 정책 전문가까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의견을 제시하고, 이들 분야를 통합하여 행성 간 프로젝트의 중심 목표에 도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보입니다. 이러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미래를 향한 진정한 열쇠가 될 질문을 찾을 필요"가 있으며, 그러기 위해 우선 우리 안에 차곡차곡 쌓아 온 질문들을 브레인스토밍과 비슷한 방식으로 쏟아내자고 제안하고요.
이날의 토론은 린디의 강한 의지와 그에 걸맞는 질문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우리가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지, 우주에서 상호 작용하는 데에 필요한 가치는 무엇일지 등 기존의 개념과 관습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었죠. 린디는 자신이 오랫동안 천착해 온 '질문'의 힘에 대한 믿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좋은 질문이 더 좋은 질문을 이끌어내고, 그렇게 모인 질문들이 곧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을 거란 믿음을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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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 과학자의 초상》은 '일', '질문', '배움'에 관한 강렬한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책으로, 지금 자신의 일과 배움에 고민이 많은 분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분야가 다를 뿐, 우리가 고민하는 지점들은 비슷하다는 공감과 위안을 얻을 수 있어요, 또, 나보다 앞서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으려 했던 린디의 노력을 통해 제 일과 삶에 대한 힌트도 얻을 수 있고요.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기 위해 몸과 마음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계실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젊은 여성 과학자의 초상》이 한 해를 시작할 용기와 동력이 되길 바라며, 〈들불이 만난 이야기〉를 마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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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여성 과학자의 초상》 북클럽 안내
1월, 들불에서 린디 엘킨스탠턴의 책 《젊은 여성 과학자의 초상》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북클럽을 진행합니다. "변화는 질문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하며,자신의 프로젝트에 '질문의 힘'을 적용해 성공으로 이끌었던 린디의 강렬한 통찰과 용기를 통해 새로운 한 해를 기운차게 맞이해 보세요!
* 도서는 흐름출판에서 보내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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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여성 과학자의 초상》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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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고즈 온》은 미국에서 바이러스와 백신을 연구하며 두 아들을 키우는 문성실 박사의 책입니다. 저자는 미국에서 연구하는 동양인 여성이자 엄마 과학자로서 현재 경험하고 있는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한편, 팬데믹이라는 상황 속에서 과학의 시간을 이어가야 했던 지난 삶을 되돌아 봅니다. 그 속에는 분명 고난이 존재하고 있지만,글 곳곳에 과학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레퍼런스.’ 나는 이 단어가 맘에 든다. 사실 실험실의 사수는 후배들의 롤모델이 될 수 없다. 당장 자신의 앞길도 정해지지 않은 채, 실험을 좀 더 많이 해봤고, 논문을 좀 더 많이 출판했고, 학회를 더 참가했다고 해서 후배들의 반짝이는 별이 될 수는 없다. 대학원에 들어간 지 19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내 앞의 사수도 내 뒤의 후배도 그 어느 누구 하나 같은 길을 걷는 사람은 없다. 생명과학을 전공한 수많은 사람들이 걷는 정형화된 코스를 걷더라도 사람마다 걷는 길의 깊이와 넓이는 다 다르다. 그저 후배들의 인생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 중에 ‘기억할 만한 레퍼런스’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 아닐까?" (p.2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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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시마드 지음, 김다히 옮김 (사이언스북스)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는 삼림 생태 학자 수잔 시마드의 작품으로, "나무가 어떻게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가"에 관한 책입니다. 이 책의 부제는 '숲속의 우드 와이드 웹'인데요. 저자는 나무와 나무, 나무 개체와 숲 전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존재하며, 이 네트워크를 통해 나무들이 탄소를 주고받는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이때 오래된 나무들이 거대한 소통 허브로 자리하는데요. 이렇듯 숲의 소통 창구이자 수호자 역할을 하는 나무를 저자는 '어머니 나무'라고 부르며, '어머니 나무 프로젝트'를 수행합니다. '삼림 생태학'에 평소 관심이 없었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니 많이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이 책은 들불에서도 도서를 제공 받아 함께 읽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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